任, 急 불출마 배경 “세대교체 위해서” “종로 못 나가서”’… 소문만 ‘무성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386세대’가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 전 실장의 불출마를 계기로 ‘386 용퇴론’,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는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시기상조라며 용퇴론 확산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임 전 실장의 출마지로 예상됐던 ‘정치1번지’ 종로 역시 뜨거운 선거구로 급부상했다. 현 지역구 의원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고수로 임 전 실장이 내년 총선에서 마땅한 출마지를 찾지 못했고, 이 여파로 불출마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제기되면서다. ‘임종석 후폭풍’에 휘말린 ‘386 세대’와 ‘종로’의 향배는 어떻게 될까.

지난 17일 돌연 불출마를 선언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임 전 실장의 총선 출마 여부에 관해서는 ‘종로출마설’이 제기된 바 있다. [뉴시스]
지난 17일 돌연 불출마를 선언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임 전 실장의 총선 출마 여부에 관해서는 ‘종로출마설’이 제기된 바 있다. [뉴시스]

 

-與 “386세대, 중진·기득권 아냐…젊은 ‘청장년층’”
-임종석 빠진 ‘종로’엔 정세균이냐, 이낙연이냐 관측 ‘무성’


임종석(53)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돌연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표명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나는 이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 먹은 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 전 실장은 그는 대학 시절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을 거쳐 16·17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7년에는 문재인 정부의 첫 비서실장을 맡았다. 화려한 정치 이력에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기도 했다. 탄탄하게 정치 궤도를 달려오던 임 전 실장이 갑작스레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386세대’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선방’ 맞은 ‘86세대’, “우리가 기득권?” 반발

정치권 일각에서는 임 전 실장의 선제적인 불출마 선언으로 여권 내 ‘세대교체’ 혹은 ‘물갈이’가 가능해졌다고 풀이했다. 최근 여의도에서는 나이 쏠림 현상으로 인해 국회 안에 청년이 없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면서 이제 ‘386세대(1990년대 당시 30대·80대학번·60년대생)’는 정치 기득권층이니 물러나야 한다는 용퇴론도 불거졌다. 386세대의 대표격인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386 용퇴론’에 무게가 실렸다는 관측이다.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 이튿날인 지난 18일, 여권에서도 이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흘러 나왔다.

앞서 여권 내에서 처음으로 불출마 선언을 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에 대해 “(386세대라고 해서) 무조건 나가라고 하는 것은 폭력”이라면서도 “한 개인의 거취를 묻는 게 아니라 정치세대로서의 86세대가 이제 자리를 비워 줄 때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대교체를 위해서는 386세대의 희생정신이 동반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달리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86그룹)가 무슨 자리를 놓고 정치 기득권화 돼 있다고 (주변에서) 말하는데 모욕감 같은 것을 느낀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체 국회의원의 연령대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386세대는 ‘청장년층’에 속하는 젊은 사람들”이라며 “당내 현역 의원 가운데 386세대는 중진도, 기득권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총선 때까지만 해도 386세대는 ‘청년’이라는 분위기였다”라면서 “이제 이들은 서서히 중진 의원 단계에 올라가 (정치) 후배들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세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당내에서 ‘386 용퇴론’이 제기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각각 의원이 개별적으로 (출마 여부를) 결정하고,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게 당론”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종로 지역구 의원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현재 종로 지역구 의원인 6선의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任 불출마에 丁 ‘곤혹’…‘종로’ 등판 주자 누구

당초 임 전 실장의 출마 예상지로는 현재 정세균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종로가 거론됐다. 임 전 실장이 지난 3월 정 의원을 만나 종로로 이사하겠단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의 종로 출마는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의 불출마를 선언하자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지역구 고수에 들어가 임 전 실장의 종로 출마가 무산됐고, 이것이 불출마로 번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더 나아가 6선 중진 의원인 정 의원이 후배인 임 전 실장에게 지역구를 물려줬어야 했다고 비판하며 ‘다선 의원 용퇴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임 전 실장의 불출마 불똥이 정 의원에게 튄 셈이다. 

이에 용퇴 압박을 받는 정세균 의원실 관계자는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우리도 그 소식을 뉴스 통해서 들었다. 전혀 모르고 있다가 당황스러웠다”며 “(관련) 내용을 전혀 알지도 못했고, (임 전 실장이) 상의한 적도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아직 젊은 나이이고 (정치권에서) 할 일이 많을 텐데 불출마 선언을 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 의원의 종로 출마 여부에 관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발표한 건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임 전 실장의 종로 출마설이 돌 당시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종로는 윤보선(제4대)·노무현(제16대)·이명박(제17대) 등 세 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구다. 청와대도 이곳에 위치해 있다. 종로가 ‘정치 1번지’로 불리며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들이 가장 많이 도전하는 지역구가 된 배경이다.

다만 지역 성향으로는 보수세가 강한 곳으로 분류된다. 이에 여권 내에서도 정 의원에 비해 임 전 실장의 중량감이 다소 가볍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 역시 임 전 실장의 불출마에 대해 “이철희 의원이나 임 전 실장 모두 ‘젊고 일 잘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 이들이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니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 사람이 어디를 나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는 건 아니다”라며 의혹 확산을 경계했다.

한편 현재 자유한국당에서 거명되는 종로 출마 예상자는 황교안 당대표다. 황 대표는 제1야당인 한국당 대표인 동시에 야권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힌다. 여권에서는 정 의원과 더불어 국무총리직을 수행하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출마할 것이라 바라보는 여론이 우세하다. 

이처럼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종로 예상 출마자로 떠오르면서 내년 4월 벌어질 ‘종로 빅매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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