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生生 인터뷰] “불출마 고민 중” 강창일 의원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각 정당들이 내년 총선 준비를 시작했다. 국회의원들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출마‧불출마를 고민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당의 공천룰에 따른 재선준비를 시작한 모양새다. 하지만 각 당의 중진의원들은 세대교체론으로 고심이 깊다. 일요서울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부끄러워 19대 이후 배지 달고 다닌 적 없다”

“전문성 있는 30~40대가 국회 들어오려면 586세대 물러냐야”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 해체까지 요구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아주 훌륭한 친구다. 존경스럽다. 김세연 의원은 개인적으로 잘 안다. 한일의원연맹 미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아주 올바르고 겸손하고 참 예의 바른 아주 훌륭한 친구다. 소신도 있고 강단도 있고 그런데 이렇게까지 크게 치고 나올 줄은 몰랐다. 당을 떠나서 아주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쓴소리 잘 하지 않았나. 더불어민주당에 답답한 거 없었나

▲ 많다. 그러나 다 얘기할 수 있나. 초‧재선 때는 내가 늘 시시비비 많이 걸었는데 중진이 되다 보니까 얘기하는 것도 조심하게 된다. 그래서 잘 얘기하지 않는다.

-조국 사태 어떻게 봤나

▲ 실기(失機)를 했다. 사실관계가 어떠냐는 다음 문제고 여러 차례 그만둘 수가 있었는데 계속 늦어지면서 문재인 정부도 어려워졌다. 이제 회복되는 것 같다. 지난 8월30일에 기자 청문회를 했다. 그 다음 날 정도는 사퇴를 했어야 했다. 청문회가 힘이 많이 됐다. 그런데 금방 정식 인사청문회 열리는 바람에 (사퇴 시기를) 놓쳤다. 실기해서 안타깝다. 아주 깔끔하고 멋있는데. 실기하면서 아주 망가져 버린 거다.

-20대 국회를 평가한다면

▲ 요즘 국회 봐라. 국회의원 하고 있는 자체가 자괴감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4선 하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처음 여당부터 시작해 야당 10년을 했고 또다시 여당을 하고 있는데 최악이다. 부끄러워서 19대 이후에는 국회의원 배지를 한 번도 달고 다닌 적이 없다. 배지 달고 다니다가 따귀 맞을까 봐 겁나서.

내가 늘 얘기하는 게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안 하면 국회 탄핵당한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보다 국회가 먼저 탄핵당한다고. 무조건 반대만 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법안 하나 제대로 통과되는 게 없다. 왜 국회가 존재하는지를 모르겠다. 솔직히 얘기해서 정치하는 사람들 짐승 같아서 얼굴 보고 싶지도 않다.

다수는 소수를 배려하고 소수는 다수를 존중해 줘야 한다. 그러면서 대화와 소통을 해야 한다. 이게 자비심과 화쟁이다. 중도 내지는 화쟁사상. 양극단을 묶어서 하나로 생산하는 게 정치다. 그런데 정치인이 모여 있는 여의도 국회에 정치가 실종돼 버렸다.

운동권 이른바 386이다 586이다 많이 와 있는데 이제 그런 운동권 논리 가지고 대한민국 이끌어 갈 수가 없다. 이번 기회에 586세대들이 많이 물러나야 한다. 30~40대가 쑤욱 다 들어와야 한다. 그 사람들은 전문성을 갖고 있다. 세상 보는 눈이 다르다. 80년대 세대는 386‧586세대들과 우리랑 다르다. 또한 90년대 세대에게 아주 큰 기대를 가지고 보고 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한일관계도 좋지 않고 지소미아 문제도 논란이 많은데?

▲ 일본 친구들 아주 억지를 부려서 갑갑하다. 내가 만나는 일본 의원들은 합리적이고 친한파들이다. 한일관계가 좋다는 건 일본 국가-국민, 대한민국 국가-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거다. (하지만) 최악의 상태로 왔다.

옛날에는 영토‧역사문제 때문에 갈등이 계속 있었다. 여태까지는 과거와 미래를 별개로 나누어서 투트랙으로 갔었는데 지금은 역사 문제에서 시작된 것이 경제 영역까지 오고, 안보 협력까지 왔다. 그래서 최악의 상태라고 하는 거다.

아베와 아베 측근들이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경제 보복으로 하면 안 되는 거였다. 그건 치킨게임, 둘 다 상처 입는 거다. 누가 조금 더 손해 보느냐지 둘 다 이익 볼 게 없다. 경제 보복으로 하지 않고 과거사 문제만 가지고 대법원 판결 문제만 가지고 계속 대화하고 소통해야 하는데 갑자기 영역을 넓혔다. 그들이 오버했다.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해 버렸다. 제외 이유가 안보 우호국이 아니다 이거였다.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 군사정보 아니냐. 그렇다면 우리도 군사정보 못 주는 거다. 아베가 논리적인 모순을 범한 거다.

대한민국은 일본이 우리보고 ‘너 비우호국’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우리가 군사정보협정을 맺을 수가 있느냐는 거다.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그래서 내가 제시한 게 이렇다. ‘좋다. 지소미아 문제하고 화이트리스트 문제를 동시에 풀어 버리자. 그리고 대법원 판결,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 올리자. 우린 열려 있다. 당신들 얘기해라. 당신들 말이 맞으면 들어 주마. 대화하자’ 했는데 협상 자체를 대화 테이블에 놓지 않고 있다.

-아베 속내가 뭘까

▲ 내가 아베 측근한테 ‘아베 속내가 뭐냐. 속마음이 뭐냐. 진짜 한국하고 적대적으로 가려 하느냐. 아니면 진짜 풀 의지가 있느냐’고 여러 차례 물어봤다. 그랬더니 의견이 각각 다르다.

최근 미국 대사관에서도 강하게 미국 측에 얘기했다. 지소미아는 미국이 몇년 전에 압력 넣어서 된 거다. (그래서) 너희들 비겁하고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당신들이 한‧미‧일 안보체제, 동맹체제 가지고 지소미아 맺도록 해 놨는데 너희들 지금 가만히 있지 않느냐. 아주 무책임하지 않느냐. 그리고 중재자‧중개자가 되려면 가운데 서 있어야 한다. 이렇게 미국 측에 얘기했다.

일본 측이 하나, 우리 측이 하나 각각 양보하라. 그리고 (미국이) 가운데에서 외교 협상 테이블에 앉으라고 꼭 트럼프에게 전하라고 했다. 2~3개월 전에는 그렇게 움직이는 것 같더니 근래 와서는 미국이 완전히 일본 편을 드는 것 같다. 아주 무책임하다. 그렇게 되면 중재자 역할을 못한다. 가운데 서 있어야지. 우리도 지금 풀 명분이 없다. 논리적으로 꼬여 있다.

-4선 하셨다. 내년 총선 혹시 불출마 계획이 있나.

▲ 지금 굉장히 고민 중이다. 이건 나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지역 주민들하고도 (논의)해야 한다. 내가 그만뒀을 때 맡을 사람도 있어야 한다. 아무나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면서) 불출마 선언에 대한 의견들을 수렴하고 있다. 그래서 12월 중순까지는 거취를 정하려고 한다. 굉장히 고민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긋지긋하고 다른 길에서 국가와 제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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