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 하나님께서 잘 만드셨다”

총신대 학생회 페이스북에 올라온 성명서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10월 4일 처음으로 총신대학교 신학과 교수의 성희롱 발언이 언론에 공개됐다. 하지만 총신대 측은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그러자 총학생회·대의원총회·운영위원회·CSBC교육방송국·총대신보사 등으로 구성된 총신대 학생자치회는 전수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를 지난 18일 공개했다.

 

총신대 학생자치회서 교수들 성희롱 발언 전수조사 공개

진정성 있는 사과·합당한 징계·2차 가해 방지·수업권 보장 등 요구

 

총신대 학생자치회는 성희롱·인권 침해적 발언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다수의 제보를 받았고 추가로 공개된 발언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외모 거론하며 비하

동성애 관련 잘못된 정보도

 

“(아들이 여자친구 만난 이야기를 하며) 2년 만에 헤어졌어요. ‘아빠 걔는 성격 파탄이야. 지가 예쁜 줄 아니깐 애가 성격이 너무 나빠’ 그래서 저희 막내는 이제 외모를 안 보는 아이로 바뀌었습니다. 한 번 해보았으니깐,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야. 그리고 가끔 그 후에 사귄 여학생들을 보면 외모를 너무 안 보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이 듭니다. 후세의 얼굴은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걸까 고민을 조금 하고 있습니다.”

“어 예를 들어서 그 뭐냐면 이 여성의 성기라고 하는 것은 여성의 성기는 하나님께서 굉장히 잘 만드셨어요. 그래서 여성 성기의 경우에는 여러분들이 그 성관계를 가질 때 굉장히 격렬하게 이거 해도 그거를 여성의 성기가 다 받아내게 되어 있고 상처가 안 나게 되어 있어요”

“(순결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한 형제가 저한테 7년 전에 제가 여기서 가르치니까. 자기가 청년부를 담당하고 있는데 한 번 넘으니까 계속 여러 번 넘는다 선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 그래서 제가 선물(여자친구)을 잘 간직해야지 한번 풀어본 선물이나 여러 번 풀어본 선물은 다를 수 있으니까...”

“생물학적으로 사람 몸이 그렇게 되어 있어요. 왜냐하면 그 남성 성기가 전립선인데 전립선하고 직장 항문 근처의 근육이 바로 붙어 있어요. 전립선을 남성 성기를 통해서 자극할 수도 있지만 전립선하고 바로 붙어있는 항문 근육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자극이 가능해요. 그것은 모든 남자가 그 자극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별한 사람만 자극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자꾸 이제 어릴 때 장난을 하고 그러다 보면 누구든지 약간의 생각 같은 것을 느끼게 돼요. 그것을 자꾸 느끼고 그러면서 그것이 습관이 되고 그러면 이게 중독이 되고 나중에 빠져나갈 수 없게 되고 그러면서 동성애를 하게 되는 거야. 그죠? 이거는 모든 남성에게 생물학적으로 인체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어요. 그쪽을 자극하면 더 느낄 수 있게 되어 있어요”

“한번 카페에 갔는데 아주머니들이 소위 남자를 따먹은 이야길 하고 있더라고요”

앞선 발언들은 실제 총신대 교수들이 한 발언을 제보와 녹취를 통해 총신대 학생자치회 측이 제보를 받아 공개한 것들이다. 총신대는 목회자를 양성하는 대학이다.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들조차 이 같은 현실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하지만 총신대 측은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학생들이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총신대 학생자치회는 이날 성희롱 발언 등 사례 발표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5가지 요구조건을 발표했다.

이들이 요구한 조건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합당한 징계, 2차 가해 방지 및 피해·제보 학생 신원 보호, 수업권 보장, 예방 교육 등 제도적 대책 마련, 현 문제 처리 과정 대내외 공개 등이다.

 

징계 규정 있으나 마나

예방 교육 등 제도화 필요

 

대학교 내 성희롱적 발언은 총신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전국 대학가 곳곳에서는 피해가 속출했다. 하지만 피해사례가 밝혀져도 축소하기 급급했고 솜방망이처벌뿐이었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부는 ‘교육공무원 징계 양정 등에 대한 규칙’에서 성비위 교수에 대한 징계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처벌 수준은 각 대학별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수 등 대학 내 연구자 집단들이 새로운 정치적 감수성을 기반으로 한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나 공격으로 보며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자나 감시자 관점에서 세상의 문법을 이해해 왔기 때문에 소수 그룹에 모욕이 될 수 있는 발언에 대한 기민함을 담지 못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교수들이 성비위 관련 징계위원회나 진상조사위원회를 연다고 해도, 그들 자체도 이미 대부분 50~60대 남성 지식인으로 비슷한 관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윤김 교수는 “교수들에 대한 실질적인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의무교육은 형식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교수들 자체적으로 세미나를 조직해 공부할 수 있는 식으로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수들에 의한 성희롱도 문제지만 재학생들 간 성희롱도 최근 도를 넘고 있는 양상이다. 서울교대에 이어 청주교대생들 사이에서 일어난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듯 일생 대화 속에서도 성희롱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 기본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청주교대생들의 성희롱 사건은 익명의 재학생이 남학우들의 단톡방을 알게 된 후 충격을 받았다며 이들의 대화를 학교 게시판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글쓴이는 “남학생들이 3월부터 8월까지 단체 대화방에서 여학우의 외모를 비교하면서 성적 발언을 일삼았다”며 “특정 여학우의 사진을 게재하고 외모를 평가하는 듯한 내용도 담겼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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