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가 유리구두를 찾은 기분이죠!”‘그린의 신데렐라’ 안시현(20·FnC코오롱엘로드)이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쟁쟁한 실력자들을 제치고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2004 신인왕에 등극했기 때문. 제주에서 펼쳐진 CJ 나인브리지 클래식에서 깜짝 우승하며 하루아침에 신데렐라로 탄생한 안시현은 사춘기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박세리(98년) 김미현(99년) 한희원(2001년)에 이어 한국인으론 4번째 LPGA신인왕이 된 유리구두의 주인공을 만나봤다.

신데렐라, 유리구두를 찾다!

“너무나 염원하던 일이었는데 이뤄져 너무 기쁘죠. 늘 자신은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바라던 바를 이뤄서 기쁘고 보람돼요. 목표를 이룬 소감을 말로 표현할 수 있나요.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죠.(웃음)”지난 1일부터 3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열렸던 ‘2004 PAVV인비테이셔널 여자골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4개월 만에 귀국한 안시현은 신인왕 확정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당시 감기와 몸살기운으로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였지만 LPGA투어 2004신인왕 등극에 대해서만큼은 아픈 것도 잊은 눈치였다. 그럴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한때 골프를 포기해야할 만큼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어렵게 얻어낸 승리이기 때문. “중학교 때(1999년) 아빠의 사업 실패로 인해 집안이 기울었어요. 부모님으로부터 골프를 그만두라는 얘기를 들었죠. 정말 앞이 캄캄하더라고요. 펑펑 울었죠. 너무 울어서 눈이 안보일 정도로 퉁퉁 부었어요. 정말 힘든 시간이었어요.”다행히 스승인 정해심 코치의 도움으로 골프는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심리적·경제적 부담감으로 인해 어린 마음은 상처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럴수록 더 이를 악 물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최고의 골퍼가 되는 것만이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제주 클럽나인브리지에서 끝난 미국LPGA투어 CJ나인브리지클래식에서 감격스런 우승을 차지하면서부터다. 안시현은 당시 국내외 정상급 선수 69명이 출전한 무대에서 대회기간 내내 선두를 유지했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박세리(CJ)와 로라 데이비스(영국)와의 맞대결에서 당당히 승리를 거두며 ‘신데렐라’로 탄생했다. 누구도 예상치 않은 우승이었다. 미국투어는 출전해본 일 없고, 국내 1부 투어에서조차 우승한 일이 없었으니. 그렇지만 결코 행운만은 아니었다. “운도 따라줬지만 이를 앙다물고 연습한 결과물인 것 같았어요. 정(해심) 코치님이 항상 그러셨거든요. ‘연습엔 왕도가 없다’고요. 땀 흘린 만큼 보람이 있다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좀더 안정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개런티요? 아마 또래보단 많겠죠?(웃음)”

‘황금 태몽’ 덕 봤네~

안시현은 어려서부터 될성부른 나무였다. 운동신경이 뛰어났던 그녀는 초등학교 때부터 육상과 수영 테니스 등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재능을 선보였다. 민첩하고 힘이 좋아 육상에서는 특히 두각을 드러냈다. 달리기 대회 1등은 언제나 안시현의 차지였을 정도. 유치원 시절엔 무용수를 꿈꾸기도 했었다. 하지만 너무 건강한(?) 골격 때문에 결국 퇴짜를 맞았다고. “어머니 친구 분이 무용학원 원장이셨어요. 덕분에 무용 좀 배워보나 했죠. 그런데 제 뼈를 만져보시더니 전공으로 하기엔 힘들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뼈가 단단하고 굵어서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배울 수 있지만 그 이후엔 유연성이 떨어진다면서요. 어려서부터 운동선수가 될 운명이었나 봐요.”골퍼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우연찮은 기회에서였다.

가족들과 가끔씩 필드를 나갔다가 최경주 프로의 눈에 띄면서 ‘물건’으로 점 찍혔다. 어머니 안정옥씨는 “최경주 프로가 무명이던 시절, (안)시현이를 보면서 큰 물건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면서 “당시 육상과 수영 코치들이 서로 (안)시현이를 데려가겠다고 집까지 찾아오곤 했었다. 하지만 시현이는 어떤 운동보다 골프채를 잡았을 때 눈빛이 가장 빛났다. 근성 있고 승부욕이 강해 잘 될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안씨는 이어 “시현이를 가졌을 때 꾸었던 태몽을 가끔 생각 한다”며 “땅속에서 꺼낸 커다란 황금이 얼마나 화려한 빛을 발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설렌다. 아마도 태몽 덕도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데렐라의 왕자님을 찾아라!

안시현은 실력만큼이나 귀여운 외모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뛰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참한 마스크로 골퍼들 사이에서 며느릿감 1순위로 꼽혔을 정도. 인터넷 카페에는 이미 수천 명의 남성 팬이 몰리며 ‘얼짱 신드롬’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기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다. 특히 팬들의 사인공세가 이어질 때면 얼굴엔 수줍은 기색이 역력하다. 안시현의 인기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본 건 하나뿐인 여동생 수현(14). 골프스타를 언니로 둔 덕에 하루에도 몇 번씩 안시현의 사인을 부탁 받는다. 동생 수현은 “이번처럼 국내경기가 있는 날이면 사인 받아다 달라는 친구들이 많다”며 “특히 친구의 오빠들이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전부 복사해서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난감하다”며 나름의 고충을 설명했다.

뭇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신데렐라 안시현. 정작 그녀가 기다리는 왕자님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이상형이요? 물론 잘생긴 사람이면 좋죠. 영화배우 정준호 오빠는 정말 만나보고 싶어요. 잘 생겼잖아요. 가수 비는 무대매너가 정말 멋져서 좋아해요. 요즘엔 김남진 오빠한테 푹 빠졌는데…. 너무 많은가요?(웃음)”솔직함이 매력인 스무 살 소녀. 이제 안시현은 또다시 미국투어를 준비한다. LPGA투어 신인왕의 주인공이 됐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앞으로 더 많은 연습으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갖출 겁니다. LPGA 투어 신인왕은 시작에 불과하죠! 많이 격려해주세요! 팬 여러분들의 격려를 힘 삼아 미국에 가서 꼭 우승하겠습니다!!”

안시현 ‘나의 프라이버시’
“징크스 때문에 경기전 사우나 절대 안해”

김치찌개 좋아하고 보라색계통 옷 즐겨입어- LPGA투어 2004 신인왕 확정 소감을 말해 달라.▲ 뭐라 말하겠는가. 한국에서부터 소원하던 것이었다. 기쁘고 보람되다. LPGA 신인왕이 됐던 선배들이 모두 잘 된 것처럼 나 역시 잘돼야 한다. 열심히 할 것이다.

- 이번 경기(‘2004 PAVV인비테이셔널 여자골프대회)를 치른 소감을 말해 달라. ▲ 아쉬운 경기였다. 끝나고 나니 ‘이렇게 할 걸’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서 홀가분하긴 하다. (강)수연 언니가 우승을 하게 돼 기쁘고 축하한다. 아쉽지만 전혀 후회는 없다.

- 생각보다 경기가 잘 안 풀린 것 같은데.▲ 감기가 심해 고생을 했다. 추위도 잘 타는데 바람이 심해 힘들었다. 컨디션이 가장 문제였던 것 같다.

-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이 많다. ▲ 옷차림도 전략이라는데…(웃음). 옷차림도 프로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라색을 좋아해서 비슷한 계통을 즐겨 입는다. 옷이 맘에 들면 샷도 잘되는 것 같다.

- 피부가 참 좋다. 비결이 뭔가. ▲ 그런가(웃음). 그냥 잘 먹는 것이 비결인 것 같다.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생선도 즐겨 먹는다.

- 특별한 징크스가 있나.▲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 사우나를 절대 하지 않는다. 몸이 늘어지기 때문이다. 정말 피곤해서 피로를 풀어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우나는 피하는 편이다.

-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 ▲ 올 시즌 남은 6개 대회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컨디션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지금으로선 모든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반드시 1승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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