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협회가 10월30일 발표한 ‘자동차 선진국과의 노사관계 비교평가’ 자료는 충격적이다.

최근 10년간 세계 주요 자동차생산 업체들의 파업 일수에서 한국의 현대•기아차가 171일로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독일의 폭스바겐은 단지 2시간에 불과했고 일본의 도요타는 0시간으로 아예 없었다. 도요타는 57년간 파업이 전무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2012~ 2018년 7년 연속 파업을 벌여 회사에 15조 원의 피해를 입혔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이 작년 12월3일 발표한 ‘2018년 해외 노동계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에서 노조 파업으로 인한 근로 손실 일수는 203만4000일로 집계되었다. 같은 해 일본의 파업 손실 일수는 3000일에 불과했다. 한국의 파업 손실 일수는 일본의 650배나 되었다.

한국 파업일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파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한 노조의 파업 요건이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노조의 파업 요건을 전체 조합원 75%의 동의를 얻도록 묶었고, 미국의 GM 자동차는 조합원 67%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그에 반해 한국에선 노조원의 50% 지지만 얻으면 파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둘째는 문재인 정부의 친노조 편향 정책이다. 문 정부는 출범하면서 ‘노동 존중 정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노조의 불법•폭력 집회•시위에 단호히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노조 파업을 권장한 셈이다. 문 정부 2년 반 동안 민주노총이 주도한 집회와 시위는 1만6000여 건으로 문 정권 이전 2년 반 기간의 8500여 건의 2배에 달한다.

민노총의 강성 파업으로 미국에선 “꿈의 직장”으로 선망되던 글로벌 동물약품 회사인 ‘조에티스’도 한국에선 직장폐쇄로 내몰렸다. 한국조에티스는 직원 58명 중 27명이 민노총 소속이다. 민노총은 한국조에티스 측이 노조 측의 타임오프제 한도 확대를 거절했다며 파업에 들어갔다. 타임오프제는 노조간부의 회사 근로시간 면제 제도로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규정이다.

한국조에티스는 그동안 노조 간부의 근로시간 면제를 연 1200시간 인정해 주었다. 하지만 노조 측이 근로 면제를 2000시간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했고 회사 측은 직장 폐쇄로 갔다.

미국에서 “꿈의 직장”으로 선망되던 한국조에티스가 직장폐쇄로 내몰릴 만큼 한국에선 강성 노조투쟁으로 기업하기가 힘들다. 올 들어 우리 기업과 국민이 한국을 떠나 해외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역대 최대 규모로 증대되었다.

9월27일 기획재정부 집계에 따르면, 올 2분기(4월~6월) 해외 직접 투자액은 1년 전 보다 13.3% 늘어난 150억1000만 달러였다. 관련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최대 증폭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을 떠나는 우리 국민 수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늘어났다. 외교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해외이주 신고자 수는 2200명으로 2016년 455명에 비하면 4배반이나 된다. 기업도 사람도 내 나라를 등지고 떠나는 엑소더스(탈출)가 빚어지고 있다. 11월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는 미국•일본 등 9개국 기업들이 우수 인력을 신규 채용하기 위해 취업 박람회를 열었다. 우리 청년 1000여 명이 한•일관계가 최악 상태인데도 일본 기업으로 가장 많이 몰렸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려 몰려든다.

한국 노조의 파업 근로 손실 일수가 일본의 650배에 달한다는 통계숫자가 반영하듯이 우리의 근로현장은 노조의 살기등등한 집회와 시위로 해가 뜨고 진다. 경제가 위축되고 실업자가 늘 수밖에 없다. 기업도 사람도 내 나라를 등지고 떠난다. 이게 나라인가 묻고 싶다. 문 정부는 “노동 존중 정부”로 그쳐선 안 된다. “기업도 존중하는 정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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