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섬나라 여행의 대안

 

일본 불매운동의 열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요즘, 여행을 취소하는 움직임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일본만큼 가까우면서도 먹거리, 볼거리가 풍성한 곳은 없을까. 최근 들어 타이완이 가까운 섬나라 여행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절묘하게 뒤섞인 타이완. 그곳엔 어떤 매력이 숨어 있을까?

일본만큼 가까운 거리, 일본만큼 저렴한 물가

여행 첫날, 인천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불과 2시간 30분 뒤에 타이완의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일본 북쪽의 홋카이도나 남쪽의 오키나와 등과 비슷한 비행시간이다. 입국 수속도 간소하다. 대기 줄이 꽤 길었지만 20분 만에 통과 완료. 해외 관광객의 편의를 중시하는 그들의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타이완 내에서의 이동도 일사천리다. 북쪽의 타이베이에서 남쪽의 타이난까지 고속도로와 고속철도가 뚫려 있어 섬을 종단하는 데에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다만 어디나 그렇듯이 주말에는 나들이객이 몰리면서 차량 정체가 벌어지기도 한다. 물가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다. 미슐랭이 선정한 음석점이라 해도 1인당 2만~3만 원대로 미식 여행을 즐기는 데 큰 부담이 되진 않는다.

아기자기한 소도시의 매력

최근 개별 관광객이 늘면서 여행의 패턴도 변하고 있다. 화려한 대도시보다 소박하지만 아기자기한 소도시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여행의 경험이 쌓일수록 이런 추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타이완 여행도 마찬가지. 타이베이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자연미 물씬 풍기는 소도시가 즐비하다. 게다가 아직 국내까지 알려지지 않은 곳도 많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떠나자. 번잡함을 피해. 진정한 휴식을 위해.

Info. 타이완 토막 상식

타이완은 포르모사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는 타이완 섬을 처음 발견한 포르투갈 선원이 이름 붙인 데서 유래한다. 포르모사는 포르투갈어로 '아름다운 섬'을 뜻하는 일랴 포르모사의 준말이다. 타이완의 면적은 3만6천 평방미터로 우리나라 경상남북도를 합한 크기와 비슷하다. 인구는 2천3백만 명으로 이중 약 1/9에 해당하는 267만 명이 수도 역할을 하는 타이베이에 거주한다. 그런데 공식 국가 명칭이 재미있다. 외교 무대에선 중화민국이나 타이완으로 불리지만, 올림픽 등 스포츠 무대에선 차이니스 타이베이로 통용된다.

타이완은 오랜 세월 외세의 침략에 시달려야 했다. 1624년부터 38년간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았고, 1895년부터는 50년간 일본의 지배하에 있었다. 1945년 장개석이 이끄는 중국인들이 본토에서 대거 이주했고, 1951년부터 1965년까지 서양 문물이 본격적으로 유입됐다. 1990년부터는 인근 동남아인들이 유입되면서 여러 인종이 어우러진 신주민시대가 열렸다.

베이푸라오제 ‘격동의 세월을 품은 작은 마을’

타이베이와 타이중 사이에 위치한 신주시. 이곳에서 남동쪽으로 30분 거리에 옛 거리인 베이푸라오제가 있다. 이곳에선 타이완 전통 소도시의 푸근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좁은 골목길을 걷다보면 중국 청나라 건축 양식의 사당이 보이고, 다시 골목을 꺾으면 일제 점령기 바로크 양식의 가옥이 나타난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수백 년 타이완의 역사를 마주할 수 있다.

소도시 중앙에는 1834년 지어진 원주민 사당, 베이푸츠텐궁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관세음보살과 산신할머니, 저승을 관장하는 성황신 등을 모셨다. 청룡상과 벽화가 그려진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 기도를 올린 후 왼쪽 호랑이 문으로 나오면 된다. 용의 입으로 들어가면 행운이 오고, 호랑이 입으로 나오면 화를 피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지붕에 놓인 갖가지 인형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쩜 저리도 생생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자세히 보니 도자기로 만든 조각이다. 파란 하늘이 생명력을 더해주는 듯 금방이라도 지붕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닐 것 같다.

팔괘산대불풍경구  ‘도시를 감싸 안은 부처님의 미소’

장화시는 타이중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30분 거리에 있다. 장화시가 속한 장화현은 타이완에서 가장 큰 현으로 넓은 곡창지대가 펼쳐졌다. 또 '세 걸음만 가면 절이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당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팔괘산대불풍경구는 장화시가 한눈에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잡았다. 먼저 장화시 전망을 보기 위해 스카이웨이로 향했다. 드넓은 도심 풍경이 한없이 평화롭다. 삐죽 튀어나와 지평선을 방해하는 높은 건물이 없어 더욱 그렇다.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타이완의 연인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23미터 높이의 장화대불은 그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온화한 미소 때문인지 위압감이 없다. 상대적으로 앙증맞은 사자상 수문장이 양쪽에서 대불상을 호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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