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K법률사무소 전형환 변호사
YK법률사무소 전형환 변호사

 

모차르트가 1787년에 발표한 오페라 ‘돈조반니’는 16세기 스페인 세비야가 배경으로 옴므파탈의 대표격인 스페인의 실존인물 돈 후안(Don Juan)을 그린 이야기다. 모차르트를 대표하는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에서는 달콤한 밀어로 수많은 여인을 매혹하는 돈조반니의 모습이 나타난다.

"꿀보다 더 달콤한 입술, 그 달콤함으로 가득한 그대의 마음. 나의 기쁨, 날 냉혹히 대하지 말고 그저 바라보게만 해줘요. 아름다운 내 사랑!"

돈조반니는 신분, 나이, 스타일, 출신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을 유혹했으며 그 숫자가 2065명에 이른다고 말하는 극중 레포렐로의 노래도 등장할 만큼 희대의 바람둥이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런 돈 조반니가 2019년 지금 같은 행동을 하고 다녔다면 어떤 평가를, 어떤 처벌을 받을까? 돈 조반니의 원작인 돈 후안이 등장하는 소설에서는 강간으로 보이는 장면도 거리낌 없이 그려지고 있어 지금의 성인지 감수성으로 볼 때 범죄가 될 수 있는 것들이 매우 많다. 극중 돈 조반니는 자신의 방탕한 삶으로 인해 결국 지옥불에 떨어진다.

2020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돈조반니만큼은 아니지만, 남녀간의 유혹은 매 순간 이루어진다. 청춘남녀들은 클럽, 소개팅, 엠티 등 남녀가 모이는 곳에서 순간의 사랑을 불태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술에 취해 이끌렸던 순간의 사랑은 그 후 부메랑이 되고 위기에 몰린 청춘들이 필자의 사무실에 찾아오곤 한다.

특히 클럽에서 서로 술에 취해 잠자리를 가졌거나, 소개팅 자리에서 서로 만취하여 숙박업소에 들어가 성관계를 가졌다가 피해자로부터 준강간으로 고소되어 한참 뒤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요구를 받고 그 때서야 달콤한 사랑이 아닌 독이 든 사과를 먹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준강간죄는 형법 제299조에 규정된 죄로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경우에 성립하며 강간죄와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다.

여기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이란 정신장애·의식장애 때문에 성적 행위에 관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깊은 잠에 빠진 상태 또는 술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를 말하거나,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뜻한다.

물론 이러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야한다는 점이 추가적으로 증명되어야 하나,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이었다는 사실만으로 가해자가 이를 이용하였다는 점이 추단되어 매우 불리한 상황에 처해지게 된다.

특히, 만취 상태에서 성관계를 한 뒤 다음날 피해자로부터 성관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취지로 고소가 될 경우 역으로 가해자가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이 아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싸움이 되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법정구속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몇 개월 전 배우 강지환씨가 영장실질심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였다가 구속을 피하지 못하였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것을 방지하고자 사전에 녹음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데이트 팁을 알려주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녹음을 권한다고 한다. 비동의간음죄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지금, 현대판 돈조반니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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