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 폭로로 시작···‘가요계의 검은 싹’ 이참에 잘라낸다

그룹 블락비 멤버 박경.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그룹 블락비 멤버 박경.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그룹 블락비멤버 박경이 불을 붙인 음원 사재기 의혹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본격화된 모양새다. 이러한 논란은 가요계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경 vs 거명 6, 법적 공방 본격화···거센 후폭풍

지난 24일 그룹 블락비 멤버 박경은 일부 가수의 음원 사재기 의혹을 폭로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라고 적었다.

박경이 SNS에 언급한 가수들은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음원차드 상위권에 오른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음원 사재기 의혹은 사실로 밝혀진 적이 없어 박경의 폭로에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박경의 폭로처럼 실명을 직접적으로 거명하는 것은 가요계에서 이례적이다. 박경은 최근 솔로곡 사랑을 한 번 할 수 있다면을 발표했다. 이는 순위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박경 소속사 KQ엔터테인먼트(세븐시즌스)는 사과를 하고 나섰다.

KQ는 이날 급하게 입장문을 내 박경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며, 현 가요계 음원 차트의 상황에 대해 발언을 한 것이라며 직접적이고 거친 표현으로 관계자분들께 불편을 드렸다면 너른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요계 전반에 퍼진 루머에 근거해 사실관계 확인 없이 발언한 것으로, 단순히 생각하면 가수 개인의 생각을 본인의 트윗에 올린 것뿐이지만, 구체적으로 실명을 거론해 당사자들께 불편을 드린 점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다시 한 번 넓은 이해 부탁드리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논란은 지속됐다. 박경이 언급한 가수와 별개로 그동안 가요계에서는 음원 사재기 의혹이 공공연하게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거명 6사실 무근

음원 사재기란 브로커 등이 수백 대의 휴대전화PC 등으로 음원의 다운로드 횟수, 스트리밍 건수를 인위적으로 늘려 순위를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의혹이 커졌던 2013년 이후 가요계에서는 꾸준히 사재기 의혹이 제기됐다.

그동안 여러 가수들이 음원 사재기와 관련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왔으나 실명 언급은 꺼렸던 게 사실이다.

별개로 래퍼 딘딘도 이날 자신의 SNS내 귀로 듣고 내 눈으로 봤다며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정규 1굿 바이 마이 트웬티스를 발매했으며,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차트가 콘크리트다. 내 음원도 곧 차트에서 아웃될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박경 폭로의 후폭풍을 맞은 거명 6팀은 모두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송하예 소속사 더하기미디어는 지난 25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당사와 송하예는 모 가수(박경)의 발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에 관해 법적절차에 따라 강경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하기미디어는 박경의 폭로 이후 송하예가 정신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상근 소속사 스튜디오 오드리도 사재기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대응을 시사했다.

황인욱의 소속사 하우엔터테인먼트, 장덕철 소속사 리메즈, 바이브 소속사 메이저나인, 임재현 소속사 디원미디어 등도 이번 사건에 대해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경 측 소속사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자신에게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법적대응을 예고한 가수들을 상대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박경의 소속사 KQ소속사로서 박경의 입장을 대변하고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바, 향후 법적 절차가 진행될 경우 변호인을 선임해 응대할 예정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실명이 언급된 분들 및 해당 관계자 여러분들게 불편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양해 말씀드린다면서 박경의 실명 언급으로 인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법적 절차에 따라 그 과정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본 건을 계기로,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것은 현 가요계 음원 차트 상황에 대한 루머가 명확히 밝혀지길 바란다면서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경이 거명한 가수 중 한 명인 송하예는 공개적으로 법적 공방을 환영했다.

송하예는 말도 안 되는 억측과 비난들은 제 자신은 떳떳한 만큼이나 한없이 억울했다면서 “(의혹이 해소될) 기회를 열어주신 만큼 잘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고소가 진행되는 동안 더는 일언반구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뉴시스]

마미손김간지 의혹 가세

후폭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래퍼 마미손까지 음원 사재기 의혹에 가세한 상태다. 그는 지난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재기 의혹을 일명 디스하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공개했다.

이 곡에는 박형이라는 노랫말이 나온다. 박경에게 힘을 실어주는 음악인 셈이다. 또 음악에는 별거 없더라 유튜브 조회수 페북으로 가서 돈 써야지’, ‘1000개의 핸드폰이 있다면 별의 노래만 틀고 싶어’, ‘기계를 어떻게 이기라는 말이냐. 내가 이세돌도 아니고등의 가사가 담겼다. 그동안 가요계에서 제기된 사재기 의혹 행태를 나열한 것이다.

인디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드러머 김간지도 지난 26일 공개된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서 “(음원 사재기 브로커로부터) 제안을 받은 적 있다고 주장했다. 김간지는 지난해 밴드가 앨범을 발매했을 당시 ‘10년 정도 했는데 너네 정도면 뜰 때가 됐다며 제안이 왔다는 것이다. 수익 배분은 브로커가 10중에서 8을 가져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브로커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신곡을 노출시키고 바이럴 마케팅으로 순위가 폭등하는 것처럼 꾸미자고 했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폭로했다.

현재 의혹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본격화된 모양새다. 거명 가수들이 잇따라 고소장을 접수하고, 박경의 소속사 측에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원 사재기 의혹은 가요계의 고질병이나 다름없다.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시스템 개선, 루머 해소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제자리걸음이었다. 가요계에서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기는 하다. 한국연예제작사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등 음악 산업 단체들이 지난 22건전한 음원음반 유통 캠페인 윤리 강령 선포식을 연 것이다. 공정한 유통 환경 조성과 원활한 시장경제 활성 확립을 위한 윤리 강령을 발표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곧 음원 사재기 예방 및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 환경 조성을 위한 온라인 음원차트와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공정성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최근 음원 사재기 의혹, 프로듀스 시리즈 등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것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법적 공방을 통해 거명 6팀의 사재기 의혹, 더 나아가 가요계 전체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여러 의혹들이 해소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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