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년 전 보데박물관 사건과의 연관성 주목

독일 드레스덴의 그뤼네 게벨베(‘녹색금고’란 뜻) 박물관이 지난 25일(현지시간) 검은 옷을 입은 도둑이 전시실의 유리창을 부수고 있는 장면. 도둑들은 이 박물관에서 100여 점의 보석 장식품들을 훔쳐 사라졌다. [뉴시스]
독일 드레스덴의 그뤼네 게벨베(‘녹색금고’란 뜻) 박물관이 지난 25일(현지시간) 검은 옷을 입은 도둑이 전시실의 유리창을 부수고 있는 장면. 도둑들은 이 박물관에서 100여 점의 보석 장식품들을 훔쳐 사라졌다. [뉴시스]

- 범인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불에 탄 자동차 발견

- 진열장에 흰색 가루 왜 뿌렸나···정확한 의도 의문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25(현지시간) 독일 드레스덴 박물관에서 발생한 소장품 도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2년 베를린 보데 박물관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과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도난당한 소장품들은 당초 보다 다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으나, 피해 규모는 여전히 엄청나다.

지난 26(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경찰은 드레스덴 박물관 도난 사건이 일어난 후 지난 2017년 베를린의 유명 박물관인 보데 박물관에서 발생했던 100kg 금화 도난사건 수사팀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데 박물관사건과 관련해 4명의 용의자가 붙잡혀 재판을 받고 있지만, 금화의 행방은 아직 묘연하다. 4명은 베를린의 악명 높은 갱단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두 사건의 어떤 공통점에 주목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독일 현지 언론 디벨트, 도이치벨레는 경찰이 드레스덴 박물관 도난범들이 도주하는데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아우디 자동차를 시 외곽 지하주차장에서 발견해 단서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동차는 불에 탄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처음엔 단순한 자동차 화재사건으로 여겼으나, 조사 과정에서 박물관 도난사건과 연관된 증거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범인들은 단서를 없애기 위해 차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지난 26일 공개한 CCTV 동영상에는 복면을 한 범인 2명이 박물관의 한 전시실에 들어가 해머로 진열장 유리창을 깨고 보석 장신구들을 훔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들이 박물관에 침입하기 전 배선실에 불을 질러 전선을 파괴해 경보가 작동하지 못하게 만들었지만, 전시실 내에 설치된 CCTV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전시실에 침입해 진열장 유리창을 깨서 소장품들은 가지고 도망치는 데는 불과 수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경찰은 범인들이 박물관 상황을 잘 아는 인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마리온 아커만 드레스덴 박물관연합 관장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피해 규모가 다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범인들이 진열장 유리창 일부를 깬 후 팔을 넣어 손에 집히는 것들만 가져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 전시장 안이 완전히 깜깜했던 탓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경찰이 지난 26일 일부 공개한 도난품들에는 다이아몬드 브로치, 머리장식 등 값을 따지기 힘든 공예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사건 현장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은 도난범들이 진열장 안에 의문의 흰색 가루를 뿌려놓았다는 점이다. 경찰은 이 가루를 소화기 안에 있는 가루와 같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흔적으로 덮기 위한 목적에서 뿌린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의도는 아직 의문이다.

한 박물관 관계자는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진열장 안에 남아있는) 소장품들이 흰색가루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 진주목걸이 체인이 가루에 덮였는데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진열장 내 소장품들이 완전히 털린 것은 아니다. (남아있는 소장품들을) 가져가 다시 빛나게 복원할 수 있을지 봐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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