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안고 병원으로 뛰는 이라크 시위대. [뉴시스]
부상자 안고 병원으로 뛰는 이라크 시위대.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이라크 바그다드시내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3개의 폭탄이 동시 다발로 터져 5명이 숨지고 12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고 이라크 당국이 발표했다. 이번 공격은 두 달 전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나타난 조직적이며, 광범위한 폭탄 테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보안당국은 남서부 바이야 부근에서도 폭탄이 터져 최소 3명이 죽고 5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북동부 샤브 구역에서도 2명이 죽고 4명이 부상을 당했다. 바그다드 남쪽 발라디야트에서는 4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이번 폭탄 테러는 폭탄을 가득 실은 오토바이 2대와 길 위에 장치한 폭탄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바그다드의 폭발 지점은 몇 주일 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중심지인 타흐리르 광장과 가까운 곳이다 보니 이라크 정부가 IS에 대한 전면 승리를 선언한 이후로 최대의 도전이자 공격이다.

아직 폭탄을 터뜨린 배후 세력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폭탄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의 문양이 찍혀 있었다. 이라크 정부는 2년 전에 IS에 대한 완전한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은 이라크 국내 곳곳에 계속 존재하고 있으며, 간헐적으로 무장 공격을 가해왔다.

가장 최근의 IS공격은 9월 시아파의 성지도시 카르발라에서 미니버스 한 대에 폭탄을 터뜨려 12명을 죽인 사건이었다. 수니파인 IS는 시아파 사람들을 죽여 마땅한 이단의 사도로 여긴다.

한편 반정부 시위대가 26일 바그다드와 시아파 지역인 남부 각지에서 격렬한 시위를 계속하자 이라크 정부군은 시위대에 발포, 3명을 죽이고 80여 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시위대는 시아파가 주도하는 정부가 가망이 없을 정도로 부패했다며 부실한 공공 서비스와 높은 실업률을 들어 정부를 비난했다.

바그다드 시내에서는 보안군이 실탄과 고무탄 사격을 가하며 진압에 나섰을 때 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지역에서는 시위대가 24시간 동안 거리 봉쇄와 농성을 하는 곳에 보안군이 사격을 가해서 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목격자들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그다드 시내의 시위대는 전통모자를 쓴 청년들이 대부분으로, 이들은 피살당해 얼굴이 피로 뒤덮인 시위 대원 한 명을 현장에서 옮겨 병원으로 보냈다. 여기에는 시위대의 상징이 된 삼륜오토바이가 사용되었다.

남부 도시 바스라에서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해 온 지역 명사 한 명이 자기 승용차 안에서 암살당했다고 보안 당국이 밝혔다. 세이크 하이다르 압둘 에미르 말리키란 이름의 이 남성은 오토바이 2대를 타고 온 괴한들에게 총격을 당해 차 안에서 숨졌다.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시위 사태로 이라크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사망자는 350여 명, 부상자는 수천 명에 이른다. 이번 시위는 이라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서민들의 항의시위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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