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빨리 해고해야…감정만 앞선 철없는 초보 학습자”

[일요서울 | 조주형 기자] 태풍이 부러닥칠 때 맑고 바람도 없는 데다 고요하기까지 한 곳이 있다. 바로 ‘태풍의 눈’이다. 이곳을 벗어나면 앞이 보이지 않는 폭풍과 맞닥뜨리게 된다. 한번 태풍에 휘말리면 돌아올 수 없다. 현재 야권은 태풍에 앞선 ‘폭풍 전야’다. 고요한 듯하지만, 보수 진영은 정치 혁신을 앞둔 긴장 상태다. 이언주 의원의 제3보수, ‘보수 4.0’이 바로 그 태풍의 눈이 될지 주목받고 있다. 사활(死活)을 걸고 보수 혁신의 태풍 속에서 환골탈태를 선언했다. '보수 혁신 전도사'로 떠오른 이언주 의원을 만나봤다.
 

이언주 의원이 지난 11월25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언주 의원이 지난 11월25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는 모습.


-“민주당, 국민 핑계로 권력 독점…토론·양보·타협 없는 ‘정치 세력 독재’”

이언주 의원은 지금 우리 시대를 ‘정치 세력 독재 시대’라고 정의했다. 자유민주주의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그는 문민정부 이후 보수 세력이 정립했어야 하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은 궤도에서 이탈한 데다, 진보진영도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싸운다는 이유만으로 ‘민중민주주의’로 둔갑해 지금에서야 그 발톱을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이대로 가다간 전체주의 사회의 문턱을 넘어서게 된다며 찢어진 ‘자유보수’ 세력의 혁신을 선언했다. 이 의원을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지났다. 문 정부의 전반기 평가와 후반기 전망은.
▲ 빨리 해고해야 한다. 길 안내하는 사람이 길을 잘못 들면 다시 되돌려야 하는데, 인정하기 싫어 계속 가려고 한다. 멈추지 못하면 전부 죽게 될 것이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이렇게 못할 줄 몰랐다. 무능해서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집착이라고 본다. 후반기 또한 약간의 완급 조절은 있어도 방향은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신들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오기를 부리는 이유는 정치적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책임감은 마음에 안 들어도 참아야 할 때가 있고 결과가 좋지 않아도 자존심이 상해도 어느 순간에는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평생 책임감을 갖고 산 적이 없는 이들은 일생도, 가정도 돌보지 않았다. 살아온 인생이 이질적이다. 상당수가 체계적인 훈련이 안 된, 어설픈 지식을 갖고 떠벌리는, 감정만 앞선 철없는 초보 학습자 같다. 완벽한 ‘프로’일수록 조심스럽고 냉철하게 결정해 결과를 책임지지만 이들은 아니다. ‘프로페셔널’하지 않다. 전체주의적이라는 것도 모른다.

-재선을 하면서 여러 정당을 거쳤다. 정치적인 득실은.
▲ (민주당을 탈당할 때) 비록 대단한 거물은 아니었지만, 모든 정치적 기반을 잃었다. 다 버린 것이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출마할 때 내가 오랫동안 가꿔 왔던 모든 것들을 잃었고 나 또한 모든 걸 버렸다. 당시 탈당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면 3선도 노릴 수 있었다. 일명 ‘기득권’이다. 이것을 모두 버렸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86운동권 세력은 굉장히 넓고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나는 전체주의자를 싫어해서 들어갔는데, 들어가서 보니 아니었다, 국민을 핑계로 권력을 독점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등 ‘세력 독재’를 하고 있다. 자신만이 옳다며 다수의 국민들에게 이를 강요한다. 자기들은 잘못이 없는 절대적 존재로 포장한다. 토론도 없고 양보도 타협도 없다. 이런 게 파시스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집단적으로 하기 때문에 ‘세력 독재’다. 하지만 얻은 것도 있다. 바로 ‘자유민주주의자’라는 것.

이언주 의원이 지난 11월25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언주 의원이 지난 11월25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에 쓴 소리를 냈다. 이념 성향과 기존 정당의 궁합이 맞지 않았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 기존 정당 세력들은 권위주의 귀족정당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특히 한때 몸담았던 현 여권은)전체주의적이다. 이들은 과거에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며 정권 타도를 외쳤다. 그 과정에서 준전체주의적인 조직을 통해 절대 복종과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했다. 그들은 전체주의와 싸웠다고 주장하지만 자신들이 전체주의자들이 됐다는 것은 모른다. 과거 그들이 싸웠다고 하는 권위주의 정권은 스스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북한 공산주의의 적화 위협에 맞서 산업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자유를 억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와중에 자유에 대한 경험 없이 전체주의적 조직 안에서 개인이 상실된 삶을 살았다. 분신 등을 용인하고 은근히 부추기기도 하지 않았나. 전체주의적 태도에 스스로 물든 것이다. 게다가 NL주사파는 북한의 공산주의 사회가 모델 아니었나. 권력을 통해 (미국으로부터)민족 해방을 이끌겠다고 하는 것. 그들이야말로 전체주의자들이다. 바로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다.

-‘기존 세력권’에서 ‘보수 재건’ 물밑 논의가 한창이나 계속 어긋난다. 
▲ 최근 ‘보수 재건’이 거론되는데, 보수가 있었는가. 성찰이 필요하다. 직시해야 한다. 민심은 달라진 보수, 반성하는 보수, 가치가 뚜렷한 보수, 희생하는 보수를 원한다. ‘묻지마 통합’이 아니다. 과거 군부 정권은 반쪽 보수였다. 북한의 적화통일 야욕을 막아냈다는 점에서 보수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후 길을 잃었다. 과거 군부 정권 스타일이 아니라 개인을 중시하는, 체제 보장 범위 안에서 극히 제한된 권력을 행사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못했다. 보수가 길을 잃었고 진보는 운동권과 주사파가 장악했다. 자유민주주의도 실종됐다. 혼돈의 시대다. 보수는 재건이 아니라 재정립이 필요하다. 현실적 세력인 한국당도 쇄신이 절실하다. 진보진영에 (표가) 쏠릴 수밖에 없게 하는 것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대안이 필요하다.

-‘신 보수’ 재건을 위해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기존 정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전혀 없나. ‘3의 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 싹을 만드는 것이다. 보수 세력의 새로운 혁신의 싹이다.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혁신 세력을 통해 보수 세력의 연대 혹은 통합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 새로운 인물, 새로운 가치, 더 강력한 투쟁력, 헌신적 형태로 쇄신의 동력이 되고자 한다. 한국당과 반(反)전체주의·반(反)사회주의 동맹관계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전체주의 체제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재야 보수’에서는 ‘제3 보수신당’을 두고 ‘크랙(crack, 균열)’이라고 우려하는데.
▲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은 자유 경쟁이다. 국민들이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쇄신 없이 일단 통합하자는 것은 독점적 사고다. 그런 생각은 고리타분한 생각이다. 그래서 통합이 어렵다. 왜 한국당 틀(frame)만 고집하는가. 사람이 많은데도 지지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는 당 하나만 두고 볼 것이 아니라 ‘보수’라고 하는 세력권을 구상할 때다. 함께 싸우되 정체성을 세워 나갈 것이다. 연대와 통합을 하더라도 우리의 목소리를 보일 것이다. 새로운 세력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또한 적대적 관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민주당과 정의당을 보라. 보수 세력도 기득권적 사고를 떠나 전략적 사고로의 전환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보수 연합체로 가기 위한 단계다.

-내년 총선에서 신당과 이 의원의 역할은.
▲ 한때 정권에 저항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동정심을 가졌지만, 그들이 꿈꾸던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됐으니 이제 봐줄 수 없다. 정치 혁신하겠다. 보수 혁신의 계기와 구심점을 만들겠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으로 모두가 뭉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고자 한다.

이언주 의원이 지난 11월25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언주 의원이 지난 11월25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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