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여당과의 협상 ‘NO’...‘비례한국당 창당하자’ 공개 거론

[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지난 9월, 일요서울 지령 1323호에서 단독 보도한 “한국당 ‘페이퍼컴퍼니 비례정당’ 검토 내막” 기사가 자유한국당 내에서 대두되고 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 법안이 지난 27일 부의됐고, 검찰개혁 관련 법안이 12월3일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인 가운데 한국당은 여야 협상 실패로 패스트트랙 원안인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하는 부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리된다면 ‘비례대표 한국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난 28일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공식 거론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 일각에선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과 관련해 협상론이 대두되고 있다. 단식 등 기존의 강경투쟁을 이어가면서 원내지도부가 여당과 대화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거론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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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의원들 “지역구 225, 비례대표 75” 통과되면 창당에 공감
-원내지도부 등은 협상에 무게 실려...연동률 얼마나 낮추느냐 관건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지난 8월29일 지역구 225석에 비례대표 75석을 더해 300석으로 확정하고 연동률 50%를 적용해 전국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각 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한다는 선거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물밑에서 ‘비례한국당 창당’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유권자로부터 정당 득표수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국당 내에서는 ‘페이퍼컴퍼니 한국당’, 즉 ‘비례 한국당’이라고 부른다. 

페이퍼컴퍼니 한국당 안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유권자들이 지역구 후보는 한국당, 정당 투표는 한국당이 아닌 페이퍼컴퍼니 한국당에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강경 투쟁 속 협상, 한국당 투 트랙 전략

이후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단식 카드를 꺼내들며 ‘선거법 개정안’ 무효 등을 주장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그러나 황 대표가 8일간의 단식 끝에 입원한 뒤 단식을 끝내자 한국당 내에서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강경투쟁을 이어가면서 나경원 원내대표 중심으로 여당과 대화를 병행한다는 것이다. 

실제 단식투쟁을 벌이다 8일째에 의식을 잃었던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28일 단식을 마쳤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지난 29일 “황교안 대표는 건강악화에 따른 가족, 의사의 강권과 당의 만류로 단식을 마쳤다”며 “어제(28일) 오후부터 미음을 조금씩 섭취하며 건강을 회복 중에 있다. 황 대표는 향후 전개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 저지와 3대 친문농단의 진상규명에 총력 투쟁해 나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황 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동조 단식투쟁에 나선 정미경 최고위원과 신보라 최고위원을 향해 “나라사랑 충정에 깊은 감사를 표하지만 단식을 중단하고 함께 투쟁하자고 부탁했다”고 전 대변인이 전했다. 황 대표는 “단식투쟁 동안 함께 염려하며 성원해 주신 국민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이어질 투쟁에도 함께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에 앞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명분도 동력도 모두 사라진 낡은 탐욕”이라며 “황교안 대표의 단식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불법 패스트트랙 폭거를 멈추고 공존과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라”며 “칼을 내려놓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덧붙였다.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안의 패스트트랙 철회가 협상의 전제 조건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협상 NO’ 당 강경파, “비례한국당 창당하자”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한국당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패스트트랙 정국에 대한 출구전략 논의가 일정 부분 이뤄졌다. 한국당 한 의원은 “알찬 의총”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거셌지만 시간이 갈수록 협상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의원총회 의견을 종합했을 때 투트랙 전략으로 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강경파들은 협상 대신 장외투쟁 등을 벌이며 여당과 협상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원내대표 회동 테이블에 앉으면 안 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공개발언을 요청한 한국당 이장우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받아서는 안 되고 절대로 해서도 안 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그런 선거제도”라며 “패스트트랙 법안이 그대로 올라간다면 한국당은 지역구 의원만 공천하고, 비례대표 득표만 받을 수 있는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혀, ‘비례대표 한국당 창당’을 거론했다. 

실제 비례 한국당 창당에 대해 한국당 의원들은 선거법이 심상정안으로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출구전략으로 ‘비례대표 한국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심상정안으로 간다면 한국당으로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고, 여당의 우호세력들이 대거 의석수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며 “비례대표 한국당을 창당해 의석수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황교안 대표의 단식으로 모든 논의가 중단됐지만 심상정안으로 간다면 당 입장에서는 비례대표 한국당을 창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청년들의 국회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청년들을 비례대표 한국당에 대거 공천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지역구 225, 비례대표 75석 준연동형 선거제가 본회의에 통과된다면 출구전략으로 ‘비례대표 창당’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내지도부 지연 전략, 민주당 1:1 협상론 대두 

대신 나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협상파들은 선거제의 경우 ‘게임의 룰’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야 간의 협상을 통해 ‘얻을 것을 얻어 내야 한다’는 분위기다. 

실제 한국당 원내 지도부는 일단 ‘처리 지연’ 전략을 통해 여당과 협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원내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든 처리시점을 연기시킨 뒤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강경 기류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는 ‘협상’도 중요하다. 한국당도 민주당과 1대1 협상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의원도 “나경원 원내대표가 협상은 자신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하겠다고 말했다”며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강석호 의원도 “기본적으로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을 고리로 선거법도 해결이 잘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의원내각제 개헌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법과 관련해서 그는 “지역구와 비례의석 수 250 대 50, 또 연동형·준연동형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도 사람끼리 협상하는 데 못할 게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주호영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선거법을 일방 처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을 경우 당내에서 협상론을 제기할 움직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주 의원은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어떻게든 협상이 진행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에 대한 독소조항을 얼마나 제거하고, 연동률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이에 따라 한국당의 비례대표 정당 창당 여부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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