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문제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걸린 미국 대선은 내년 11월3일에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할 수 있을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의 재선을 막기 위한 대항마를 뽑는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다. 미국의 정당들은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라는 복잡한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고, 그보다 더 복잡한 본선을 통해 대통령을 선출한다.

지난 미국 대선은 트럼프와 힐러리의 대결로 이뤄졌는데, 전통적인 미국 대선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양당제의 역사가 깊은 미국에서 대선은 항상 중도표를 얼마나 끌어 올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오바마는 이런 대선 승리 공식을 깨고 열광적인 지지층을 공략해서 대통령이 되었는데, 트럼프도 같은 방식으로 힐러리를 이겼다.

트럼프도 오바마처럼 전통적인 공화당 후보는 아니었다. 마지막 후보 확정 전까지도 공화당 내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트럼프는 러스트 벨트를 중심으로 한 중서부의 백인 블루컬러 계층을 흥분시킬 줄 아는 후보였다. 결국 공화당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는 민주당의 주류 후보였던 힐러리를 누르고 미국 사회의 아웃사이더였던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후임자가 되었다.

미국의 대선 레이스는 선거가 있는 전 해부터 다음 해 11월까지 1년 반 정도 이어진다. 내년 2월부터 진행될  코커스, 프라이머리에 앞서 후보 간 TV토론을 수차례 진행하고, 그 이후에 본격적인 당내 경선이 시작된다. 미국 대선에서는 선거 직전인 10월경이면 중대한 사건이 터져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이를 미국에서는 ‘10월의 이변(October Surprise)’라고 부른다.

2004년 대선을 앞두고서는 9.11테러가 자신의 짓이라 주장하는 오사마 빈라덴 영상이 공개되면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2008년 10월에는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에게 승리를 안겼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허리케인 샌디가 발생했고, 지난 2016년 대선에서는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이 터지면서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겼다. 

우리나라에서도 선거철이 되면 후보와 정당들은 끊임없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선거전이 시작되면 예기치 않았던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변수들을 잘 관리하는 후보와 정당이 선거전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 앞서가는 후보는 변수 관리에 치중하고, 박빙이거나 열세에 있는 경우에는 변수를 만들어 판을 흔들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의 '10월의 이변'에 해당하는 ‘이메일 스캔들’은 힐러리 후보를 낙마 지경까지 몰아부쳤다. FBI가 불기소 처분하면서 기사회생하고 본선에 나설 수 있었지만 이미지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뒤였고 결국 힐러리는 패배하고 말았다. 이 사건은 트럼프가 선거가 끝난 후까지 힐러리를 정치적으로 재기 불능한 상황으로 몰아붙이는 빌미를 제공했다.

우리 선거에서도 변수를 만들어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노력은 늘 있어 왔다. 유명한 사건이 97년 대선 직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진영이 일으킨 ‘총풍 사건’이다. 당시 이 후보 진영에서 선거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북한에 무력 시위를 요청한 것이 다음 해에 밝혀졌다. 선거를 이겨보겠다고 북한군더러 우리 군에 총을 쏘아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총풍사건은 한국 보수진영이 영원히 씻지 못할 어두운 역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총풍사건에 비견되는 새 역사를 창조한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가 미국 정부에 한국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미·북 정상회담을 선거 전에 갖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런 자들의 심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민심을 조작된 변수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는 이런 오만함을 접하니 초겨울 날씨가 더욱 을씨년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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