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남해 이순신 순국공원에 있는 AI캡슐을 넣은 '이순신 장군 로봇' [김경수 소장 제공]
경상남도 남해 이순신 순국공원에 있는 AI캡슐을 넣은 '이순신 장군 로봇' [김경수 소장 제공]

 

웹에이전시를 하다가 인공지능 사업에 뛰어든 한 회사가 있다. 인공지능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는데, ‘내 정보’만 알고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내의 몸무게, 아이들의 생일, 부모님 결혼기념일 등 개인의 사소한 정보를 물어보면 즉각 답해 주는 인공지능, 사실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대부분은 모든 사람이 다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이라고 한다. 개인화 영역에 도전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는데, 이번 기고에서는 미스터마인드가 추구하는 인공지능의 다양한 활용법을 소개하려 한다.

미스터마인드는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지능 장난감 ‘뽀로롯’ 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위한 뽀로롯 로봇은 스타트업 진인사컴퍼니에서 만들었고, 미스터마인드는 인공지능 챗봇을 만든 회사다. 아이들이 대화하면서 언어와 발음을 배우며, 동화와 동요 같은 콘텐츠도 탑재했다. 이후 미스터마인드는 인공지능 기술을 담은 AI캡슐을 개발하게 된다. 미스터마인드를 소개하는 특별한 이유는 이 업체의 인공지능이 사람의 감성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공지능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의료’다. 인공지능의 다양한 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많이 현실화돼 있는 것은 ‘비전’이다. 비전 기술은 쉽게 말하면 눈(eyes)인데, CT나 엑스레이 판독 시 비전 기술을 활용하면 사람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고 한다. 스마트폰 공장에 회로도나 부품을 올려놓고 불량을 체크하는 것도 인공지능 비전기술이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각 산업에서 인공지능이 다양하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어차피 인공지능이 전 영역에 상용화될 날이 오겠지만 현재는 여러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법적으로 어렵게 돼 있다. 데이터를 수집해 가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규제가 풀리지 않아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드론택시’가 움직이려면 하늘지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드론이 사람을 태우고 앉아야 하는데 옥상 및 건물에 대한 DB를 수집하는 규제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 시대가 머지않아 올 것이지만, 모든 도로에 있는 사진 정보를 수집해 빅데이터화 하는 것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어려운 현실이다.

미국 중국은 한국에 비해 이런 규제가 훨씬 약하다고 한다. 미국은 새로운 산업이 나와 기술을 만들면 초기에는 규제 제약을 하지 않고, 매출이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다면 그때서야 법을 만들고 세금을 징수한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려 해도 규제에 막혀, 인공지능을 활용한 산업의 발전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스터마인드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미스터마인드 김동원 대표는 “AI캡슐을 CCTV에도 넣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비명이나 욕하는 소리가 들릴 때 자동으로 CCTV가 말을 건네며, ‘무슨 일입니까’라고 말을 걸거나 ‘싸움은 좋지 않다’고 말릴 수도 있고, 빅데이터화된 인공지능 캡슐이 감성적 언어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중재에 나설 수도 있다고 한다.

앙증맞은 고릴라 인형도 재밌다. 인형 안에는 AI캡슐이 들어 있다. 전라도 땅에서 홀로 고독하게 살아가는 홀몸어르신은, 밭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인형과 대화를 나눈다. 인형은 노인의 친구라도 되는 양 전라도 사투리를 쓰면서 구구단게임을 하자고 한다. 말벗 정도가 아니라 치매 예방을 위한 특화된 콘텐츠도 AI캡슐 안에 들어 있다.

특히 AI캡슐에 넣을 딥러닝 학습은 공공일자리로 활용해 채울 수 있다. 만약 충북 단양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활용될 인공지능이라면, 그 지역의 사투리로 학습시킬 수도 있고, 판소리나 지역 민요뿐만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 농사법 같은 전문 기술을 담아낼 수도 있다.

AI캡슐, 공익적으로 이용 돼 

김 대표는 AI캡슐이 공익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고 했다. 대교에 올라 ‘나쁜 생각’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다리에 AI캡슐을 넣어 대교 입구에서 사람이 걸어가는 순간부터 인공지능이 말을 걸 수도 있다고 한다. ‘어디 가요?’, ‘오늘은 어제보다 날씨가 조금 덜 춥네요’, ‘이렇게 좋은 날 여기에 왜 왔어요?’ 등 다리를 걸어가는 동안 그 사람이 말을 하지 않아도 AI캡슐이 조명을 밝게 비추고, 마음을 달래주는 음악을 송출 할 수 있다.

대교를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만약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 말을 건넨다면, 캡슐 안에 심어진 전문 상담직원의 훈련된 멘트가 다양하게 흘러나와 마음을 고치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나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외로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런 일들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활용법을 다양하게 사용한다면 인공지능이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커다란 로봇 고래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인천에서 부산까지 크루즈 여행선을 타고 가다가 ‘고래야!’ 하고 부르면 고래가 여객선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걸게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딥러닝으로 잘 학습된 고래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재주를 부릴 수도 있는데 이런 광경을 아이들이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효과적인 관광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겠는가.

남해의 명물 ‘이순신 장군 로봇’ 

이 회사는 최근, 경상남도 남해 이순신 순국공원에 AI캡슐을 넣은 이순신 장군 로봇을 납품했다. 인공지능 조형물 이순신장군은 사소한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게 됐다고 한다. 8살, 11살인 초등학생을 키우는 김 대표는 박물관이나 전시관을 자주 가는데,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제품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이때 김 대표는 ‘인공지능 자연어처리 기술을 이용한다면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들에게 재미와 교육을 동시에 줄 수 있겠다’라고 생각해 인공지능 이순신을 만들게 됐다.

시민들은 이순신 장군 로봇에 질문하기도 하고 서로 대화를 주고받기도 한다. 현재 인공지능 이순신은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시물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각 지자체가 여러 캐릭터들을 만들었지만 홍보 방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요즘 AI캡슐의 다양한 활용법을 고심해 봐도 좋을 것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사용성이 떨어진다. 질문을 해야 답하고, 일주일이 지나면 사용도가 훨씬 낮아진다. 이것은 일방향으로 정보만 전달되기 때문이다. 미스터마인드는 AI캡슐을 이용해, 캐릭터 조형물, 인형, 가방에 넣을 수 있도록 만든 스타트업이다. 서로 소통하며 대화하는 동안 데이터가 자동 저장되고, 딥러닝으로 이어져 학습효과가 계속 올라간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 자연어처리 기술로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기술과 문화 예술이 융합돼서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내고, 따뜻한 인간 냄새가 나는 인공지능 사업을 계속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기술이 기술로만 한정된다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할 것이다. 태양의 서커스단은 이제 기계장치가 나온다고 한다. 서커스단 하나가 국내 자동차회사의 몇 배가 넘는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 현실을 보면 기술은 한계가 있으나 기술에 문화가 들어갔을 때 새로운 산업이 열림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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