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 직격탄 맞은 두산… 해외 투자 속도↑

[두산중공업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사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법 시행 이후인 2014년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돌아온 기업은 59곳에 그쳤다.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들이 갖은 규제와 높은 운영비, 포화한 내수시장 등을 이유로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는 상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이번 호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은 후 해외에서 잇따라 사업수주에 성공한 두산에 대해 알아본다.

영국에서 2000억 원·인니에서 1200억 원 규모 계약 체결

인도네시아 정부 요청에 이례적으로 단독 전시행사 열어

지난달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유섭(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한국전력기술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3곳 공기업의 자발적 퇴사 인원은 모두 9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3곳의 원전 공기업에서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64명이 스스로 직장을 떠났다. 민간 대기업 경우도 인력 이탈은 존재했다. 두산중공업은 글로벌 발전업황 부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올해 연말 정기 인사 임원 20%를 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원자력업계는 암흑기다. 문재인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에 대해 8기 백지화와 노후 원전 수명연장 불허와 함께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한 탈원전 정책을 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3·4호기 중단 시 일감 부족으로 인한 고용위기와 함께 원전산업의 붕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국내 원전산업이 중단된다면 해외 원전 수주의 어려움과, 만약 수주한다 해도 수행이 어려워진다고 봤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3·4개의 재개로 국내 원전기술 유지 및 고급 인력에 대한 이탈을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원 13명에게 퇴사 통보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2일 전체 임원 65명 중 13명에게 퇴사를 통보했다. 두산중공업 영업이익의 경우 1095억 원으로 지난해 1379억 원보다 20.6% 줄었다. 2012년 7조9000억 원에 달했던 매출은 지난해 4조1000억 원대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매출은 1조815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9651억 원)보다 7.6% 떨어졌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으로 올해 전 직원으로 6000여 명 중 과장급 이상인 2400여 명에 대해 일시적으로 유급 순환 휴직 및 계열사 전출 등을 실시했다. 또한 노조의 경우 조합원이 2016년 2325명에서 올해 1897명으로 약 18% 줄었다. 노조 측은 퇴직 등의 이유로 조합원은 줄어드는데 퇴직 인원 만큼의 채용은 이뤄지지 않아 조합원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적 흐름 추세는 원자력, 석탄 같은 고전력 발전을 풍력과 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등의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두산중공업도 현 상황에 발맞추기 위해 가스터빈과 풍력터빈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개발 전부터 두산중공업은 일감이 줄어들고 있어 실적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16년 3분기 말 두산중공업의 회사채는 ‘A-안정적’ 등급이었으나 현재 ‘BBB 부정적’ 등급으로 떨어진 상태다. 만약 여기서 한 단계 더 떨어진다면 두산중공업의 회사채는 하이일드펀드(신용도가 낮아 고수익에 고위험을 수반하는 펀드)가 된다. 두산중공업은 2016년 3분기 말 기준 별도 부채비율이 186.1%였다. 이는 2019년 3분기 말 기준으로 같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어려움을 잇달아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해외투자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두산중공업은 영국에서 2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영국 자회사 두산밥콕이 현지에서 ‘힝클리 포인트 C' 원전 프로젝트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발주처는 힝클리포인트 C 원전의 주 사업자인 프랑스 전력공사 산하 ‘NNB GenCo’다.

힝클리 포인트 C 프로젝트는 영국이 20여 년 만에 원자력발전소를 새로 지으면서 주목받았다. 총 3200MW 규모로 영국 남서부 서머셋주에 건설 중이다. 2025년 완공될 예정으로 두산밥콕은 현지 기업인 알트라드(Altrad)사 등 4개 회사와 합작 투자하면서 기계·전기계측·공조 설비 등을 공동 수주했다. 또한 두산밥콕은 영국 셀라필드사와 방사성 폐기물 처리를 위한 설비 공급 장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목진원 두산중공업 파워서비스BG장은 “오랜만에 재개된 영국 원전시장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신규 원전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며 “현재 영국에서 총 15기의 원전이 운영되는데 이와 관련한 서비스사업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같은 달 영국에 이어 인도네시아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전력공사 PT. PLN과 ‘팔루(Palu)3' 화력발전소와 1200억 원 규모의 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팔루3 발전소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북쪽으로 약 2500km 떨어진 술라웨시섬의 신두 지역에 건설된다. 총 발전 용량은 110㎿(55㎿X2)이다.

두산 ‘테크데이’ 개최

2023년까지 인도네시아 정부의 강화된 환경규제기준에 맞는 순환유동층 보일러와 터빈 등 핵심 기자재를 일괄 공급해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순환유동층 보일러란 기존 석탄 화력용 보일러와 다르게 지속적인 순환을 통해 석탄을 완전 연소시킴으로써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기술이다. 저품질의 석탄도 완전 연소가 가능해 연료비도 절감 가능하다.

지난달 14일에는 두산그룹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요청으로 최신 기술과 제품을 알리는 단독 전시행사를 열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주)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로보틱스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해 ‘두산 테크데이(Tech Day)’를 개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요청으로 과학기술청(BPPT)을 제공해 전시공간을 하루 동안 열었다.

특정 기업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요청과 지원을 받아 단독으로 전시회를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행사에는 리드오나 자말루딘(Ridwan Diamaluddin) 해양조정부 차관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과 인도네시아 주요 국영기업 사장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 주인도네시아 대사관 김창범 대사, 이현순 두산그룹 기술담당 부회장, 백형범 두산인프라코어 엔진 영업담당 전무, 현지 진출한 투자회사 및 사업 파트너 200여 명이 참석했다. 두산중공업은 설계·시공·조달(EPC)사업과 발전 기자재, 가스터빈 등의 기술과 해외 네트워크를 소개하면서 인도네시아 정부,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기업 인지도를 높였다. 이번 단독 전시회 개최는 두산이 그동안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사업을 하며 쌓아온 신뢰의 결실로 평가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