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33명 물갈이 전망, 지역구 116석 중 79석 수도권 금배지 ‘초긴장’ 

[일요서울 | 강하늘 기자] 내년 4월15일 총선을 향한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중진·86용퇴론 등 인적 쇄신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 어느 규모의 물갈이가 이뤄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21대 총선을 위한 공천 준비 작업이 한창 진행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역 의원 ‘하위 20%’에 포함될 경우 사실상 공천장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지역구 의석 분포도에서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 의원들이 ‘하위 20%’에 대거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도권 의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하위 20%에 포함될 의원들에 대한 추측성 리스트가 입에서 입으로 비공식적으로 횡행하게 오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심각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심각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하위 20% 명단 ‘입에서 입으로’ 돌아, 의원 평가 방식 문제점도 제기
-중앙당 11월26일 선출직공직자평가위 자료제출 ‘마감’

민주당은 내년 총선 공천을 위한 국회의원 평가 작업이 한창이다. 민주당의 ‘제20대 국회의원 최종평가 시행세칙’에 따르면 공개된 평가 기준은 의정활동(34%), 기여활동(26%), 공약이행 활동(10%), 지역활동(30%) 등 크게 4가지다. 동료 의원과 보좌진·당직자 등이 현역 국회의원들을 평가 설문지를 통해 평가하는 다면평가도 도입됐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자료 제출을 시작으로 소속 국회의원 최종 평가 절차를 시작했으며 지난 26일 중앙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에 의원 최종평가 자료 제출을 마감했다. 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배포한 ‘최종평가를 위한 제출자료 목록’에 따라 각 의원실은 입법실적, 토론회실적 등 18종류 자료를 제출했다. 12월 중 여론조사를 진행한 뒤 총선을 100일 앞둔 내년 1월6일까지 모든 평가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최종적으로 하위 20%에 속하는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심사에서 20% 감점을 받는다. 20% 감점을 받는 현역이 20%(여성, 청년, 장애인은 최대 25%) 가산점을 받는 정치 신인과 맞붙을 경우 현실적으로 공천을 장담하기 어렵다. 

다면평가 명단서 빠진 9명 불출마 공식화

‘다면평가’ 명단을 통해 확인된 총선 불출마 의원이 9명이라는 점과 다면평가 명단을 기준으로 하면 24명 수준인 평가 하위 20% 의원이 사실상 ‘컷오프’ 되는 것으로 계산하면 최소 33명의 현역 의원이 물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시작해 29일까지 진행되는 ‘다면평가’ 명단에는 전체 의원 129명 중 118명이 포함됐으며 명단에 없는 11명 중 9명은 지도부에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혀 제외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구 의원 중에는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이해찬 대표와 표창원 의원이 명단에 없었고 불출마 의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서형수 의원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비례대표 중에서는 직간접적으로 불출마 의향을 밝힌 김성수·이용득·이철희·제윤경·최운열 의원이 평가 명단에서 제외됐다. 지난 15일 입당한 손금주 의원은 평가 요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제외됐고 주미 한국대사로 부임한 이수혁 전 의원의 비례대표직을 승계한 정은혜 의원도 빠졌다. 

불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 원혜영·강창일·백재현 중진 의원들은 모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외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평가 대상에 포함됐으며 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으로 유력한 김진표 의원과 법무부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추미애 의원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수도권 79석, ‘하위 20% 대거 포함될 듯’

민주당이 ‘하위 20%’에 총선 불출마자를 제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불출마자가 더 추가될 경우 하위 20%에 포함되는 의원 수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위 20%’에 포함되는 의원들이 사실상 ‘컷오프’ 명단으로 여겨지면서 의원들의 긴장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지역 의석 분포도를 감안했을 때 대다수의 수도권 의원들이 포함될 것으로 분석되면서 이들의 긴장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현재 지역별 의석 분포는 서울 지역(35석)을 포함한 수도권(경기 37석, 인천 7석) 의석수가 총 79석이다. 부산(6)·울산(1)·경남(3) 부울경 지역은 10석, 대구(2)·경북(0)은 2석, 충청 15석(대전4, 충북4, 충남6, 세종1), 호남 6석(광주1, 전남3, 전북2), 강원 1석, 제주 3석이다. 

전체 지역구 의석 116석 가운데 70%에 가까운 79석을 수도권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 승리를 거뒀지만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이 의석을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현재 호남은 민주당의 의석수가 많지 않고 영남지역 같은 경우는 전략지역이거나 열세지역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이 지역에서 승리를 거둔 현역 의원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하위 20%에는 수도권 의원 다수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하위 20% 선별을 위한 평가 작업에 수도권 의원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입에서 입으로’ 하위 20%에 ‘A의원, B의원, C의원...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지역 민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29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이름을 말할 수는 없지만 누구누구 의원들이 하위 20%에 포함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긴장하는 분위기”라며 “지역별 의석수로 봤을 때 수도권 의원들 다수가 하위 20%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한 의원 측은 “수도권 의석수가 가장 많아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역 의원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물갈이 대상 ‘벼락치기 법안 발의’ 진풍경도

‘하위 20%’에 포함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발동하면서 현역의원 의정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이 하루 만에 법안 수십 건을 ‘벼락치기’ 발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회에 따르면 현역 의원 최종평가 대상 심사기한인 지난달 31일 하루 동안에 발의된 법안은 총 185건이며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18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당에 따르면 10월 28일부터 31일 사이에 민주당 의원들의 대표발의 법안이 급증했다. 서울 지역 A의원과 B의원은 각각 21건과 9건, 경기지역 C의원과 D의원은 각각 9건과 4건, 인천지역 E의원은 5건 등 민주당 의원들 다수가 벼락치기로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을 ‘벼락치기’로 발의하다보니 법안명은 다르지만 내용은 사실상 비슷한 경우나 이미 시행령에 있거나 내용이 이상한 법안이 속출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보좌진들이 많이 이용하는 ‘여의도 옆 대나무 숲’ 페이스북 계정에는 “(의원)평가 내용이 참 가관이다”며 “이상한 법안이라도 법안 발의 개수만 채우고 내용도 없는 토론회라도 개최만 하면 ‘좋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고 선동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는 내용 등 비판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와 함께 의원 평가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이 현역 의원 평가 항목에 처음으로 ‘보좌진 당비 납부 내역’을 포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 반발을 불러왔다. 앞서 언급한 ‘제20대 국회의원 최종평가 시행세칙’에 따르면 기여 활동 평가 분야에 ‘국회의원 보좌진 직책당비 납부 확인’ 항목이 포함됐다. 직책당비는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납부해야 한다. 보좌진 4급은 월 3만 원, 5급은 월 2만 원, 6~9급은 월 1만 원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보좌진 사이에서는 자신들의 직책당비 납부 내역이 의원 평가와 연동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의원·보좌진·당직자가 소속 의원들을 평가하는 다면평가 자체가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적절치 않은 평가 방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현역 의원 다면평가에서 당 정체성 등을 거론하는 질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질문이 결과적으로 친문에게는 유리하게, 당과 다른 목소리를 냈던 소신파 의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민주당 한 의원 측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의정 활동에 대한 실적을 평가하는 것인데 실적 건수를 맞추기 위해서 하는 것이 많다”며 “실제로 정치활동을 계량화시키고 업무평가를 하듯이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을 공천과 연계시킨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평가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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