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안’에서도 ‘밖’에서도 “너도나도 창당”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신생 정당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정치권 정당 지형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게시된 정당 등록 현황과 창당준비위원회 현황을 살펴보면, 정식  정당으로 인정받거나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총 50여 개에 육박한다. 이 밖에도 대안신당, 이언주·이정현 무소속 의원,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등도 언론을 통해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를 모두 더하면 21대 총선을 앞두고 생겨나는 신생 정당의 수는 ‘역대 최다’일 것으로 관측된다. 너 나 할 것 없이 신당 창당에 발 벗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서울이 그 속사정을 파헤쳐 봤다.

손학규 (오른쪽)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성사 및 선거제도 개혁안 통과 결의 시민사회와 정치권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손학규 (오른쪽)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성사 및 선거제도 개혁안 통과 결의 시민사회와 정치권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패스트트랙 지정 ‘선거법 개정안’, 지지율 3%만 얻어도…
-이정현·이언주·유승민 “신당 창당”…보수 대통합 ‘도루묵’?

21대 총선 전야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증가하는 신생 정당의 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정당등록 및 창당준비위원회 현황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등록된 정당의 수는 모두 34개다.

앞서 19대 총선 전인 2011년 11월 당시 등록 정당 수는 21개, 20대 총선 무렵인 2015년 11월 등록 정당 수가 19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격히 많은 정당이 생겨난 것이다. 

이 가운데 지난 2016년 4월13일 치러진 20대 총선 이후 생겨난 정당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우리공화당, 홍익당, 자유의새벽당 등 총 12곳이다. 가장 최근 등록된 정당은 지난 9월11일 허경영씨를 대표로 둔 ‘국가혁명배당금당’이다.

아울러 자유민주당, 부정부패척결당, 한민족사명당, 기본소득당, 통일한국당, 핵나라당, 평화통일당, 비례한국당, 국민의힘, 정민당, 소상공인당, 자유당 등 12곳은 창당준비위원회(이하 창준위) 결성을 등록한 상태다.

선거법 개정안 통과 시 ‘원 포인트 이슈’ 정당↑

세간에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이 신생 정당 수의 급증 요인이라고 바라봤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음에도 이 개정안은 지난 27일 0시를 기점으로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된 상태다.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연동률 50%)를 주요 골자로 하는 이 개정안은 현행 의원정수 300명은 유지하되,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원의 수를 조정한다는(現 지역구253·비례47→지역구225·비례75 or 240·60 or 250·50)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하나의 지역구에서 한 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의원 개인’을 통해 당세가 모이는 소선거구제 방식과 달리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은 획득한 전국 정당 지지율을 통해 당세를 만들어갈 수 있어 정치 지형도가 급변할 공산이 크다.

이은영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치 제도와 환경이 변화하게 된다”며 “그러다 보니 정치 제도권 밖에서는 원포인트 이슈를 갖고 당을 만드는 흐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4일 창준위 결성 등록을 마친 소상공인당이다. 이 정당은 당명에서 알 수 있듯 ‘소상공인’이라는 특정 계층을 내세우고 있다. 

강계명 소상공인당 창준위원장은 “소상공인은 소둑주도성장 및 최저임금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이라며 “집회 등을 통해 정책을 (업체 규모별로) 차등화해 시행해 달라 요구했지만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소상공인기본법 제정 역시 (지연되다가) 소상공인당 창준위가 등록되자 서둘러 처리됐다”고 덧붙였다. 즉, 기존 정치권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강 위원장은 정당이 21대 총선에 참여하는 등 향후 정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것을 시사하며 “(정치가) 더 이상 지역이나 이념으로 갈라져 다투는 게 아닌, 국민의 민생을 바라보는 정당이 생겨야 한다”면서 “우리가 직접 (정치에) 참여해 제도를 개선하고 법을 생산하는 게 목적이자 목표”라고 강조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의석 1석→5석 ‘껑충’

‘정치 제도권’으로 볼 수 있는 여의도에서도 신당 창당 붐이 일고 있다. 민주평화당과 내홍으로 조직된 대안신당은 ‘제3지대론’을 추진하며 진작 신당 창당 채비에 들어갔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의 유승민 전 대표, 이정현·이언주 무소속 의원도 현재 신당 창당 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다. 이 역시 ‘선거법 개정안’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행과 같이 의석할당 정당을 정당 득표율을 3% 이상 획득하거나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을 획득한 정당으로 한정한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석수 ‘셈법’이 달라진다.

20대 총선에서는 3%의 지지율을 얻을 시 당에 지역구 의원이 없더라도 비례대표로 ‘1석’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준연동형 방식으로 배분할 경우 ‘5석’으로 급등한다. 수식으로는 ‘전체의석×정당득표율-지역구 의석÷2’로 나타난다.

이를 ‘전국 정당 지지율 3%(최소 조건)을 얻고 지역구 의원이 없는 정당’의 경우에 적용해 보면, ‘전체의석(300)×정당득표율(3%)-지역구 의석(0석)÷2’가 돼 4.5석이 나온다. 여기에 소수점 이하의 값은 반올림하게 돼 결과적으로 5석이 되는 것이다. 다만 법안에는 무소속 당선인 또는 소수정당 당선인 수를 국회의원 총 정수에서 빼는 절차가 규정돼 있어 다소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내년 선거에서 의석을 얻기 위해 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것 아니냐’며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이정현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거나 개의치 않고 있다”며 “새로운 정치 세력의 형성과 우리 정치권의 ‘판갈이’가 목표다”라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새로운 정치 세력 형성의 종착점은 정당 형태가 되겠지만,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건 ‘형성 과정’이다”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신당 창당을 두고 보수 세력 일각에서는 ‘보수 대통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낸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지금 시작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화는 보수 분열이 아니라 보수 쇄신”이라며 “기득권 세력이 부서지면서 결국 진보와 보수를 모두 통합하는 포괄(catch-all) 정당으로 크게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관측했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 역시 일요서울과의 유선 인터뷰에서 “진정한 통합은 그동안 반(反)문재인 전선 아래서 함께 싸웠던 용기 있는 양심 세력을 모두 결집하는 것”이라며 “(한국)당내 쇄신 이유를 묻기 위해 ‘묻지마 통합’ 식의 정치공학적인 통합은 통합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놨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