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부동산 시장 진단-2] 재개발 난항에 세금폭탄까지 전국 '요동‘

사진은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일대 모습이다. [뉴시스]
사진은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일대 모습이다.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강북권 초대형 재개발 사업인 한남3구역 사업이 표류 위기에 놓였다. 지난 10월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입찰이 마감한 가운데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3개사가 참여했다. 역대 최대 재건축 사업이라고 불렸던 만큼 이번 사업을 두고 3개 건설사는 치열한 수주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들 3개 사의 입찰 제안 가운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 소지 건이 있으며 이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현대·GS·대림건설 3곳 검찰 수사 착수...과열 수주 정황 포착돼 수사

정부 강경 입장...위법 사항 삭제 및 수정해 시공사 재선정 방안 고려

국토부와 서울시는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불공정 과열 양상이 나타나는 것을 포착하고 지난달 11일~14일 한국감정원, 변호사, 회계사, 건설기술전문가 등 재개발 사업 관련 전문가로 구성한 점검반을 꾸려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점검 결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 현행 법령 위반 소지 20여 건을 적발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입찰 건설사 3곳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조합에는 입찰 중단 등 시정조치를 권고했다. 정부가 보는 건설사들의 구체적인 위반 사항은 도정법 132조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 또는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다. 정부의 수사 의뢰에 서울북부지검은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건설사 3곳에 대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위반 혐의로 형사 6부(이태일 부장검사)에 배당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28일 김성보 서울시 주택기획관은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공사들이 문제가 있는 제안서를 제출했으니 기존 입찰을 중단하고 재입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조합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 역할에 대해 잘못 아는 게 있는데, 이 나라만 정비 사업에서 유독 건설사들이 자기들이 마치 시행자인 것처럼 역할을 한다”며 “건설사는 공사 도급만 해야 되며 남의 영역을 침범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사비 2조 원, 사업비만 7조 원 

한남3구역은 분양 4940가구, 임대 876가구 등 총 5816가구를 건설, 공사비 2조원, 사업비 7조원의 대형 재개발 사업이다. 특히 고가아파트의 조건이라는 한강변에 위치해 있어 강북구 뿐만 아니라 서울의 랜드마크 브랜드 아파트가 될 전망이라고 건설업계는 내다봤다. 특히 한남3구역 수주 성공시 이후에 있을 한남2구역, 4구역, 5구역 등의 수주전에서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시공사들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수익성은 떨어졌지만 한남3구역 사업은 포기할 수 없는 노다지였다. 문제는 한남3구역을 두고 건설사들의 지나친 수주 과열이었다. 정부는 건설사들이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주변 시세와 동 떨어진 최저 분양가 보장, 사업비와 이주비의 무상지원, 혁신설계 등의 불법 소지 위험이 있거나 비현실적인 조건들을 제시하며 시민들을 현혹했다고 판단했다. 건설사들은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러한 조건들을 제시하는 것은 일단 대형 사업을 따내기만 하면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이유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제안서의 경우 ‘금품 및 향응 제공’ 내용이 다수 담겨 있어 논란이 됐다. 제안서 내용에는 ‘조합원 분담금 입주 1년 후 100% 납부’ 조건과 ‘상가조합원 5000만 원 환급’, ‘아파트 분양 조합원 커스터마이징(고객의 요구에 제품을 만드는 맞춤제작 서비스) 옵션제를 통한 5000만 원 혹은 3000만 원 환급’, ‘최저이주비 세대당 5억 보장 등의 항목’ 등은 시공과 관련이 없고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상가조합원’ 조건의 경우 상가를 소유하고 있는 조합원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으로 보고 명백한 금품제공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저 이주비 세대당 5억 원 보장의 경우 은행 이자 수준과 비슷하게 금액을 받고 빌려줄 수는 있지만 이자 없이 무상 지원하는 경우는 위법이라고 봤다.

GS건설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라는 조건을 달아 아파트 일반 분양가를 서울 최고 수준인 3.3㎡당 7200만 원에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선·후분양 조건 없이 이 같은 가격에 일반분양을 하고, 만약 미분양 물량이 나온다면 회사가 책임진다는 것이다. 이 경우도 국토부는 앞서 언급한 도정법 132조 규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재산상 이익을 약속한 행위와 같다고 본 것이다.

대림산업은 이주비를 100% 보장하고 임대아파트가 없는 단지를 구성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 경우 임대아파트에 의무비율이 10~30%를 유지한다는 서울시의 정비 사업 조례와 어긋나는 사례로 현실성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설계도 한강 조망 가구수를 1038가구에서 2566가구로 늘리면서 공사비도 추가로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정 입찰도 어려울 전망 

정부의 한남3구역 ‘입찰 무효’ 입장이 나온 후 지난달 28일 한남3구역에서는 정기총회가 열렸다. 총회가 열리는 서울 용산구 천복궁교회 앞에는 조합원들로 붐볐다. 이날 총회에는 총 3800여 명의 조합원 중 86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총회에서 시공사 선정 질문이 빗발쳤다. 이에 이수우 한남3구역 조합장은 “시공사 선정 관련해 조합원들의 우려가 많다. 국토부와 서울시랑 잘 협의하고 빠른 사업으로 보답하겠다”며 “이사회와 대의원회 회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니 지켜봐 달라”고 조합원들을 다독였다.

정부의 입장이 강경한 만큼 조합은 기존 입찰제안서에서 위법 사항을 삭제 및 수정해 시공사를 선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그러나 시공사들의 위법 소지 내용을 수정한다면 조합원에게 오는 이익은 결국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법 내용을 수정한 제안서를 추진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서울시는 “수정 입찰도 문제”라며 재입찰을 권고하는 상황이라 시공사 선정 및 재개발 사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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