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의원이 말하는 대한민국 국회와 ‘미생모’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에서는 지난달 28일 약 3년 만에 공식 석상에 얼굴을 드러낸 무소속 이정현 의원을 인터뷰했다. 3선의 이정현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마지막 수장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 국회 가결 직후 당대표 사퇴와 함께 잠행에 들어갔다. 그런 그가 최근 신당 창당 등을 이슈로 다시 움직이고 있다.

 

“과거 빅텐트는 ‘민추협’, ‘미생모’가 민추협 역할해야”
"대한민국 이끌어갈 정치인은 현장경험 풍부한 전문가 그룹들"

 

-자유한국당 당대표를 그만두고 탈당한 뒤 3년 만에 공식 석상에 나섰다. 소회가 어떤가.

▲ 워낙 순탄치 않는 정치인생이었고 항상 롤러코스터를 항상 타는 기분이었다. 지난 36년간의 정치생활 중에서, 당대표 넉 달 반 만에 물러나고 내가 선택해서 호남 출신으로 신념과 소신을 갖고 들어갔던 보수당에서 내 발로 걸어 나오면서 여러 가지로 많이 착잡했었고 가장 힘든 결단이었고 힘든 시기였다.

-어떻게 지냈나. 부지런하기로 유명하신데.

▲ 2016년 11월16일 당대표 물러나는 오전 기자회견 하고 그때 이 상황이 상당히 길게 갈거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그날 오후에 국립묘지 가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묘소에도 가고 특히 무명용사 탑 앞에서 두 시간 동안 앉아서 많은 묵상을 했다.

저분들에게 조국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때 도망도 갈 수 있고 피할 수도 있고 숨을 수도 있었을 텐데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 20대 나이에 목숨을 잃고.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무명용사라는 이름으로 누워 있는데. 나는 60평생을 살아오면서 시골 촌놈이 그래도 겪고 누릴 수 있는 것을 다 혜택을 보고 누리고도 지금도 마음속으로 어려운 결심으로 하려고 하니까 또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뭔가 피하고도 싶은 비겁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무명용사 탑 앞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다음날 11월17일 새벽에 시외버스 터미널로 혼자 가서 전국의 102개 시군구를 시외버스만 타고 다니면서 일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갈까. 또 바람이 뭐고, 불만을 보고, 불편이 뭘까 듣고 싶어 1박 2일, 2박3일, 5박 6일 등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돌아다녔다. 참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것을 느꼈나.

▲ 국민은 그냥 국민일 뿐이지 진보다 보수다 또는 한국당이다 민주당이다 이런 구분을 하고 살아가지 않는다. 일상은 그냥 일상일 뿐이다. (정치라는) 아주 일반 국민들은 관심도 없고 그들이 중시하지 않는 일에 몰두했다는 걸 느꼈다.

또 정치를 하면서 머리가 항상 텅텅 비어 있음을 느낀다. 배터리가 거의 달당달랑 2% 1% 남아있는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가 이 기회에 채우자 싶어서 비서관에게 책 광고와 서평 나온 것만 일주일치씩 모아 내 책상에 올려놔라. 그러면 내가 관심 있고 읽고 싶은 분야를 체크해서 구입해 읽고 주로 저자한테 전화를 해서 저자를 만났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제대로 이론적인 것을 갖추고 있는 작가들을 만나서 책에 쓰지 못했던 내용도 듣고 실제로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교수님이나 저자가 아직 그쪽을 들여다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보면 두 시간 세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작가랑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론적으로 정립이 됐다. 해외 사례에 대해서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참 좋은 공부시간이 됐다.

이정현 의원 [뉴시스]
이정현 의원 [뉴시스]

-신당 창당 얘기가 나온다.

▲ 여러 가지 정치를 되돌아보고 한 발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보다 보니까 정말 우리 정치에 근본적인 문제가 많더라. 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 정치인들에겐 좀 어려울 것 같다. 새로운 정치 세력을 형성해서 그분들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종착점은 결국 정당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그게 창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정치세력화, 어떤 사람들이 새로운 정치세력화가 돼야 하느냐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 봤다.

정치가 생물이다 그런 말이 있다. 왜 생물이라고 하는지 아나. 계속 바뀌기 때문인데. 나는 달리 해석을 했다. ‘정치가 생물이다’라는 것은 생물은 수명이 있다. 영원하지 않고 생명이 있다. 아주 쉽게 ‘민주당은 영원하라’ ‘한국당은 영원하라’가 아니라 ‘민주화 세력은 영원하고 산업화 세력은 영원하라’가 아니라 시대 과제가 끝나면 그 정치 세력과 집단은 물러나고 또 새로운 정치 세력들이 생겨나고 새로운 목표들이 생겨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 과제와 목표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다. 자세히 설명하면.

▲ 민주화시대까지는 선배 정치인들이 잘했다고 본다. 시대 과제와 목표를 잘 설정했고 또 그 일을 해낸 독립운동가들 그 일을 해낸 산업화세력들, 그 일을 해내는 민주화세력이 아주 제 역할을 잘해서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모범국가가 됐다고 본다.

그런데 어느 시점 이후부터 난 솔직히 김대중 대통령 이후부터라고 보고 싶은데,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지금 문재인 정부 시대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시절부터는 ‘시대과제가 뭐지?’라고 물으면 열사람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통일이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선진화라고 하고 전부 다르다.

그리고 지금 정치 주체 세력들을 보면 과거에 민주화운동의 후예들 또는 변호사들 또는 고시 패스한 엘리트들, 전직 교수들, 아니면 지방자치해서 올라오신 분들로 대부분 구성돼 있다. 당연하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제한된 분야에서 온 사람들 가지고는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준을 대의하고 대변할 수 없다.

-국회에 어떤 사람들이 필요하고 들어와야 하나.

▲ 지금부터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정치 엘리트들과 지도자들은 이제 각 분야 최고의 현장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그룹들. 테크노크라트(전문관료)들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이 사람들이어야만이 행정부에 대해서 견제도 하고 비판도 하고 대안도 제시 할 수가 있다.

그래서 우선은 전문가 그룹이 있어야 된다. 정치권에 미래세대가 없다. 25살부터 국회의원 출마가 가능한데 20대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다. 30대 국회의원도 들어왔다가 나이 먹어서 그 사이 40대가 되고 30대도 거의 없다. 적어도 20대 국회의원 20명 이상이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40대 이하가 우리 국회의원 300명의 60% 180명 이상이 돼야 한다. 이게 새로운 정치세력화라고 본다.

-과거 민추협 같은 모임으로 ‘미생모’를 얘기하기도 했는데.

▲ 민정당과 민한당에서 신민당으로 넘어오는 사이에 빅텐트가 있었다. 이때 빅텐트가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였다. 나는 지금 이 민추협 역할을 해야 되는 사람이나 모임을 미래를생각하는사람들의모임(미생모)라고 하고 싶다. 이 미생모가 곳곳에서 생겨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미래라는 단어를 가지고 대한민국의 미래, 조직의 미래, 우리의 미래를 가지고 토론하는 미생모를 각자 만들어야 한다. 2월 말정도까지. 이걸 수렴할 수 있는 블록체인을 만들기를 원한다. 그게 정당이다.

그런데 나는 그곳에 (공천을 위한) 세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여야 한다. 둘째는 60% 이상은 절대적으로 40세 이하의 젊은 사람들이어야 한다. 셋째는 변호사나 교수나 운동권이나 한쪽으로 쏠린 것이 아니라 아주 다양한 분야 탈북자, 다문화가정, 외교관, 과학자, 경제인도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아는 사람들 특히 문화예술인 사람들을 포함한 농업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표를 내는 것 그게 대의제다.

이런 쪽으로의 공천이 이뤄진다면 선거 기술이 부족하더라도 이름이 덜 알려졌더라도 그렇게 모인다면, 어차피 정치인들에게 속는다면 새로운 사람들한테 속아 보자, 국민들이 선택하고 돌풍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