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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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하면 탄핵이다. 이제 탄핵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일상 용어가 돼버린 듯하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탄핵이라는 말이 시도 때도 없이 언론 또는 SNS상에서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부쩍 심해졌다.

공통점은 두 나라 모두 대통령을 상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의 경우 제도권 안에서 탄핵 절차가 이루어지고 있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제도권 밖에서 현 집권 세력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탄핵을 주장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탄핵이라는 것이 본시 상대의 목을 취하지 못하면 자기 목을 내놔야 하는 행위이기에 함부로 입에 올리거나 추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할 경우 무고죄를 덮어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 좋은 예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다. 

당시 집권당 일부와 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을 문제 삼아 탄핵을 추진한 뒤 국회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이를 인용하지 않자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탄핵에 앞장섰던 국회의원들은 총선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탄핵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도 있었다. 이때는 탄핵이 이루어졌다. 국회가 박 전대통령의 탄핵안을 통과시켰고 헌법재판소도 이를 인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청와대를 나온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돼도 탄핵 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말이 당시에 인구에 회자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 반이 지난 지금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그를 탄핵하자는 목소리가 거의 매주 주말 서울 광화문 일대에 울려 퍼지고 있다. 문 대통령을 반대하는 단체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는데,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게 주최 측의 주장이다. 

집회 연사들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단어를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전직 의원들은 물론이고 제1야당 전 대표까지 나서서 탄핵을 주장한다. 심지어 목사들도 연사로 나와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린다. 보수 논객들이 장악하다시피 한 유튜브 채널들은 앞다투어 이 같은 집회 모습을 경쟁적으로 생중계한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한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은 탄핵될 것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후 문 대통령 탄핵 사유를 조목조목 따지는 책을 냈다.

이 같은 현상을 지켜본 미국 언론사 블룸버그는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 탄핵 때와 비슷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일부 국내 언론들도 탄핵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한 매체 주필은 ‘탄핵 악령이 되살아나려 한다’고 했고, 한 보수 매체 주필은 아예 김기현 전 울산시장 표적 수사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험한 말을 쏟아냈다.

대통령 탄핵과 구속 수사라는 말이 비록 제도권 밖이라 할지라도 이처럼 거침없이 나오는 현상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집권 세력은 엄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총선만 이기면 끝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했다가는 3년 전 자신들을 집권하게 해준 세력들에 의해 되레 심판을 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탄핵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런 단어가 사람들의 입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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