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월19일 저녁 출연한 MBC TV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뒷말이 많다. ‘국민과의 대화’에는 대화참여자(패널) 300명이 참석했고 120분 동안 17명이 질문자로 나섰다.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각본 없는 진솔한 대화였다” “감동적이었다” “작은 대한민국을 보여주었다” 등 자화자찬하였다.

그에 반해 야당측에서는 “중요한 질문과 답변은 없는 보여주기 식 쇼”  “팬 미팅 형 질문이 많았다” “청와대가 준비한 내용만 일방적으로 전달한 쇼”라고 성토했다. 그밖에 유튜브 실시간 댓글에서도 “진솔한 대화였다”와 “대통령과 지지자들끼리 북 치고 장구치고 끝났다” 로 엇갈렸다.

질문에 나선 17명 중 4명이 문 대통령과 전에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질문자를 사전에 고른 것 아니냐’는 의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MBC 주최측은 300명을 무작위로 골랐고 그들 중 “실제로 누가 질문하게 될지는 제작진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질문자를 사전에 고른 것이라는 의문 제기는 작년 문 대통령의  “깜짝 호프 미팅”의 겹치기 출연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 해 7월26일 저녁 문 대통령은 서울 광화문의 한 생맥주집에서 전혀 안면이 없는 몇 명의 청년들과 “깜짝 만남을 가졌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 문 대통령도 “다들 좀 놀라셨죠”라며 초면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 중 한 청년은 2017년 대통령 선거 때 문 대통령 홍보영상에 출연했던 사람으로 확인되었다. 야당의 주장대로 “각본에 따른 정치 쇼”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문 대통령의 11.19 ‘국민과의 대화’에선 국정현황에 대한 날카로운 질의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 대신 대통령에게 읍소하거나 개인적인 한탄 또는 하소연 등도 있었다. 어떤 질의자는 “대통령께서 늙으신 것 같아 눈물이 난다”고 용비어천가를 불렀다.

그러나 영국 아이티비(ITV)가 현지 시각 11월19일 주관한 ‘국민과의 대화’는 전혀 달랐다. 영국 판 ‘국민과의 대화’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야당의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 그리고 12명의 질문 패널이 참가했다. 이 국민과의 대화에는 용비어천가는 없었고 국정 현안의 핵심적인 질문과 비판이 쏟아졌다. 한 중년 여성은 존슨 총리에게 “우리가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를 가지고 영원히 얘기하지 않아도 될까요”라고 비꼬았다. 집권 보수당이 지난 3년 동안 브렉시트를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무능을 질책한 말이었다.

코빈 노동당 대표가 브렉시트에 대한 답변을 피하려 하자, 사회자는 “이건 토론이다. 답을 하셔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 중년 남성은 영국 정치와 관련해 존슨과 코빈에게 “당신들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형편없는 수준의 거짓말로 우리 사회의 토론은 악취를 뿜게 되었다.”고 공격했다. 한 여성은 “당신들은 돈이 많아 걱정 없겠지만, 나는 긴축정책이 걱정”이라며 “바보 같은 선거의 선심성 공약은 던져버리고 당신은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나”라고 물었다.
‘국민과의 대화’는 영국과 한국에서 같은 날 실시되었다.

그러나 한국에선 매서운 질의 보다는 팬 미팅 형 질문으로 맴돌았다. 하지만 영국에선 “당신들의 형편없는 수준의 거짓말” “선심성 공약은 던져 버려라” 등 뼈아픈 발언이 쏟아졌다. 한국의 국민과의 대화는 무늬만 ‘국민과의 대화’였을 뿐,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북치고 장구친 격이란 지적이 뒤따랐다. 과연 그런 팬 미팅 TV쇼가 필요한지 재고해야 한다. 우리도 영국 같은 매서운 국민과의 대화가 절실하다. ‘국민과의 대화’ 참뜻을 살리고 진정한 민의를 반영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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