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상습적으로 고액의 세금을 안 낸 체납자 6838명(법인 2099곳 포함)의 명단을 공개했다. 개인 최고액은 1632억 원을 내지 않은 40대 도박 사이트 운영자다. [그래픽=뉴시스]
국세청이 상습적으로 고액의 세금을 안 낸 체납자 6838명(법인 2099곳 포함)의 명단을 공개했다. 개인 최고액은 1632억 원을 내지 않은 40대 도박 사이트 운영자다. [그래픽=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국세청이 상습적으로 고액‧상습체납자 6838명(법인 2099곳 포함)의 명단을 공개했다. 1위는 양도소득세 등 1632억 원을 내지 않은 40대 도박 사이트 운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민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을 공개했다. 올해 신규 공개 대상자는 개인 4739명, 법인 2099곳이다. 총체납액은 5조4073억 원, 최고액(1632억 원) 체납자는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홍영철 씨라고 강 국장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강 국장은 “어떤 과정을 통해 체납됐는지, 과세 처분이 어떻게 된 것인지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 “개인 사업자 중 차명 계좌가 많고 수입 금액 신고를 누락하는 경우 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등이 한꺼번에 붙어 1000억 원대의 세금이 추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당 5억 원의 ‘황제 노역’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도 종합부동산세 등 56억 원을 체납했다. 허 전 회장은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을 상대로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행정 소송을 냈다가 항소심에서 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석호 우주홀딩스(옛 아가월드) 전 대표(양도소득세 등 66억2500만 원), 김한식 전 청해진해운 대표(종합소득세 등 8억7500만 원), 황효진 전 스베누 대표(부가가치세 등 4억7600만 원), 최완규 방송작가(양도소득세 등 13억9400만 원) 등도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올랐다.

올해 명단 공개 인원(6838명)은 전년 7158명 대비 320명 줄었으나 총체납액은 1633억 원 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억 원 이상 체납자가 15명(2471억 원)에서 42명(8939억 원)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체납액 규모는 2억~5억 원 구간 인원이 4198명으로 전체의 61.4% 가량을 차지했다.

체납 개인을 연령별로 보면 50대(34.3%), 40대(28.9%), 60대(20.8%), 30대 이하(8.5%) 순으로 많았다. 거주 지역별로는 경기(32.0%), 서울(27.7%), 인천(5.7%), 충남(4.6%), 부산(4.2%), 대구·경남(4.1%) 순이다. 체납 법인 소재지는 경기(37.0%), 서울(24.1%), 경남(4.8%), 인천(4.5%), 경북(3.7%) 순이다.

국세청은 민사 소송 제기·형사 고발 등을 통해 지난 10월까지 체납액 1조7697억 원을 징수했다. 현금 9201억 원, 재산 압류 등 8496억 원이다.

국세청은 오는 2020년부터 전국 세무서에 체납징세과를 신설해 추적 조사 업무를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개정안이 지난 10월31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친·인척 명의를 이용해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도 조사할 예정이다.

강 국장은 “체납자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려면 국민의 자발적 신고가 필요하다. 체납 세금 징수에 기여한 신고자에게 최대 20억 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니 적극적으로 신고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은 국세청 홈페이지와 관할 세무서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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