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이낙연 총리와 공석인 법무부 장관을 동시에 교체하지 않고 추미애 의원을 법무부장관으로 먼저 내정했다. 추 의원과 함께 유력하게 후임 총리로 거론됐던 김진표 의원의 경우 임명 여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추 의원을 서둘러 임명한 배경은 명확하다. 조국 일가 수사로부터 시작된 윤석열호의 검찰수사가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로 번지면서 청와대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한명은 대통령을 친구로 한명은 형님으로 불렸던 인사들이라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감찰 무마 의혹을 받고 있다.

윤석열호의 칼날은 조국 교수를 넘어 청와대 핵심 수뇌부를 향하고 있다. 이젠 검찰은 조 교수는 별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윤 총장은 집권 여당의 검찰 수사에 대한 성토가 쏟아져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수사를 통해 말한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추미애 의원을 법무부장관으로 내정하자 검찰내 긴장감이 감돈다. 추 의원은 정치권에서 강골 여성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가 역풍이 불자 사죄의 뜻으로 광주 금남로에서 5.18 망월동 묘지까지 15Km를 삼보일배 했다.

포퓰리즘에 기댄 삭발이나 뷰티 단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강골윤석열 총장과 비견해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몇 안되는 여장부다. 정치권에서 추 의원을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로 괜히 부르는 게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남녀 성대결양상까지 띈 이번 대결에 관심이 높다. 과연 검찰개혁을 둔 건곤일척 승부에서 누가 승리할지 여부다. 과거 조국 교수처럼 윤 총장이 국민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안이라며 인사청문회 단계에서부터 신상털기와 고발을 통한 대대적인 수사가 재현될 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그러나 필자 입장에서 막상 뚜껑을 열면 승부는 싱겁게 끝날 공산이 높게 본다. 당연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인사는 윤 총장이다. 추 의원이 인사권을 통한 윤 총장의 수족을 자를 수 있다고 해서, 살아있는 권력이 추 의원 뒷배에 있다고 해서가 아니다.

추 의원과 윤 총장의 기싸움에서 추 의원이 압도하고 있다. 정치는 기싸움이다. 첫 일성이 중요하다. 윤 총장은 정치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검찰 정치다. 추 의원은 대통령의 뜻을 잘알고 있다고 했고 검찰개혁은 시대적 요구라고 했다.

또한 윤 총장과 어떻게 호흡을 맞출 것인가란 질문에 개인적인 문제는 중요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각자 본분에 충실하자는 메시지다. 조직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라면 사적인 감정은 전혀없다고 말할 때 특히 그 사람이 상사일 경우 얼마나 냉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줄 안다.

반면 윤 총장은 대통령의 충심을 운운하고 성공을 위한 악역이라고 첫 번째 반응을 간접적으로 내놓았다. 이런 발언을 한 것은 국민들에게 한 것이 아닌 추 의원에게 한 말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 압박을 받을 당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수사로 말한다고 말한 윤 총장이 한 말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윤 총장은 추 의원이 장관에 임명된 직후 초반은 추 의원의 지시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발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윤 총장은 추미애 카드에 말릴 공산이 높다. 추 의원이 장관직을 수락하면서 가장 준비를 많이 하고 할 것이 검찰의 반발에 대한 맞대응 전략일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세기의 강대강 대결이라는 두 인사간 격돌은 초반에는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두고 치열한 법리싸움과 기싸움이 벌어질 공산이 높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모든 것을 걸고 싸운 사람이 될 것이다. 추미애, 윤석열 과연 누가 모든 것을 걸고 싸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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