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지현 기자] 전 세계 평화전도사 역할을 해온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수상기관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세계평화를 논의하는 대규모 국제회의가 내년 서울에서 열린다.

서울시는 '2020년 제18차 노벨평화상수상자 월드서밋(World Summit of Nobel Peace Laureates·WSNPL)' 서울 유치에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예카트리나 자글라디아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제18차 회의의 개최도시로 '서울'을 공식 발표했다.

회의 개최는 잠정적으로 내년 10월 셋째주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은 평화주간으로 설정된다. 의제는 핵무기 감축, 북한문제 등 시대와 시기, 현안에 맞는 내용 등이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노벨평화상수상자 월드서밋'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수상기관 약 30명을 비롯해 평화 관련 단체와 운동가(70명), 세계 각국 유명대학교의 대학생(600명)·교수진(200명), 외신기자단(50명) 등 약 10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회의다.

고르바초프 재단의 제안으로 1999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처음 개최됐다. 이후 매년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지난 2010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바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 사무국은 "남북평화 문제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서울이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의 취지와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도시"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이어 "전쟁 이후 이뤄낸 서울의 놀라운 경제성장과 문화, 국제행사 요건을 완벽하게 충족할 수 있는 세계적인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 등도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예카트리나 자글라디아 사무총장은 "개최도시를 선정 과정에서 서울시가 보여준 국제적·한반도 평화 노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서울이 전 세계에 강력한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냉전종식 이후 한반도는 전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다. 한반도에서 화해에 대한 움직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인 노벨평화상수상자 월드서밋이 되지 않도록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해 전 세계에 평화 메시지 전달하겠다"며 "서울은 비극적 역사의 흔적을 안고 있는 도시다. 한국은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있지만 이번 회의를 통해 평화의 가능성을 전세계에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시는 노벨평화상수상자 월드서밋을 통해 서울을 전 세계에 알린다. 또 내년 개최 예정인 '제1회 서울평화포럼'을 평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국제포럼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전 세계에서 1000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인 만큼 서울의 마이스(MICE) 산업이 한 단계 진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와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 사무국은 이날 내년 회의의 성공개최를 위한 업무햡약(MOU)을 체결했다. 이들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 준비위원회'를 출범해 본격적인 회의 개최 준비작업에 들어간다.

시는 내년 회의에서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안보·평화 관련 국제 전문가 등을 초청할 예정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의 활동 전시회, 평화 콘서트, 비무장지대(DMZ) 등 평화 상징공간에서 문화행사 등 시민참여 부대행사도 진행된다.

국내·외 청년과 대학생들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솔선수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전 세계 유명 대학교에서 6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시는 국내 대학생 400여명에게 참가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유도하고 전쟁과 분단을 넘어 평화의 상징으로서 서울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촉진하고 2032년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개최 유치를 위한 국제적인 지지를 확보하는 데도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은 성숙한 민주주의와 자유, 시민의식과 경제번영으로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했지만 아직은 미완성"이라며 "서울이 진정한 세계적 도시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가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그 어느 곳보다 평화가 절실한 서울에서 평화문화 확산을 위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이 개최되는 건 바로 시민의 평범한 삶 속에 위대한 평화적 가치가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수도 서울이 평화도시로 거듭난다면 한반도 평화문화 확산의 초석이 될 것이다. 202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 개최를 통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민적, 국제적 공감대를 얻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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