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갈등 ‘심각’···靑 지방선거 개입 여부 논란도

불법 포획된 고래고기 샘플을 채취하는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들. [사진=울산지방경찰청 제공]
불법 포획된 고래고기 샘플을 채취하는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들. [사진=울산지방경찰청 제공]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이 불거지는 가운데, 검찰-경찰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분류되는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본격 시작된 이 수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검찰과 경찰의 지속되는 싸움으로 갈등이 언제쯤 봉합될지, 수사가 언제쯤 끝맺게 될지 예측하기도 힘든 상태다.

경찰 명백한 보복행위” vs 검찰 법과 원칙 따랐다”···수사는 현재진행형

사건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며 김 전 시장 측근 수사와 고래고기 환부 사건을 지휘했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지난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를 통해 김 전 시장 측근 수사는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인지 검찰이 불순한 의도로 무리한 불기소 결정을 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울산경찰은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지난 1일 숨진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아래 특별감찰반(이하 특감반) 소속 수사관이 울산 고래고기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밝히면서 사건에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이 김 전 시장 측 사찰을 위해 울산을 방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의혹을 부인하며 당시 특감반이 고래고기 사건을 두고 검경이 서로 다투는 상황을 조율하고자 울산에 간 것이라고 답변했다.

환경단체 고발로

수사 본격화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은 경찰이 범죄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를 검찰이 유통업자에게 돌려주자 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울산지역 검경 간 대표적인 갈등 사례로 분류된다.

울산경찰청은 지난 20164월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한 유통업자 6명을 검거했다. 이때 이들이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고래고기 27t(시가 40억 원 상당)을 압수했다.

이 사건은 한 해양환경보호단체가 고래고기 환부 결정을 한 담당검사를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지난 20179월 울산경찰청에 고발하면서 본격화됐다. 경찰은 담당검사, 피의자들을 변호한 변호사 등을 수사했다.

당시 검찰은 DNA 분석으로는 고래유통증명서가 발부된 고래고기와 불법 포획된 고기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증거가 부족해 압수된 고래고기를 적법하게 유통업자에게 돌려줬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고 맞서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경찰이 사건 수사과정을 수시로 언론에 브리핑하면서 관련 기사가 쏟아지자 검찰은 언론 플레이를 중단하고 수사기관은 수사 결과로 말해야 한다며 경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경찰이 사건 수사를 위해 관련자들에 대한 각종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증거 불충분, 법리적 하자 등을 이유로 대부분 기각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검찰은 지난해 9~10월 고래고기 사건과 관련한 세미나를 2차례나 열어 DNA 분석을 통한 고래 불법포획 합법불법 판정에는 허점이 있다고 공개 지적했다.

이에 경찰은 두 번째 세미나가 열리던 날 DNA 일치 판정이 난 고래고기만 유통업자에게 돌려주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해 갈등은 더욱 불거졌다.

수사 중 담당검사 장기연수

, 제 식구 챙기기 논란도

고래고기 환부 결정을 한 담당검사는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1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말 귀국했다. 이때 담당검사는 경찰의 서면 질의에 답하지도 않은 채 장기연수를 떠나 검찰의 제 식구 챙기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해당 검사는 경찰에 원칙과 절차에 따라 고래고기를 처리한 것이라는 원론적인 내용의 서면 답변서를 보낸 뒤 다른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경찰은 결국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담당검사와 검사 출신으로 전관예우 의혹이 있는 유통업자 측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매듭짓지 못하고 유통업자 5명만 검찰에 송치하며 사건 수사를 사실상 중단했다.

고래고기 사건으로 시작된 검경 갈등은 아직도 봉합되지 않은 모양새다.

울산지검은 지난 6월 경찰이 언론 보도자료로 배포한 의료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래고기 환부사건 담당부서인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 2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명백한 보복행위라며 검찰의 거듭된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울산지검은 고래고기 사건이 재조명되자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울산지검은 지난 4경찰이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27t 가운데 21t(시가 30억 원)을 울산지검이 한 달 만에 일방적으로 피의자인 유통업자에게 돌려줬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당시 되돌려준 고래고기 21t은 불법포획 등 범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형사소송법과 검찰압수물사무규칙 등 관련 규정에 따라 환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당시 유통업자들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가 울산지검 출신으로, 당시 고래고기 환부를 결정한 검사의 직계선배여서 전관예우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해당 변호사가 울산지검에 근무한 기간은 20112월부터 20132월까지로 고래고기가 환부된 시점인 20165월과는 3년 이상 차이가 나며, 담당 검사와 근무지학연지연 등의 연관성도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면서 경찰이 신청한 영장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했고, 일부 기각도 혐의 소명 부족 부분을 보완한 뒤 재지휘 받도록 했을 뿐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찰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도록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주장하는 경찰 내 대표적 검찰 저격수로 분류된다. 황 청장은 검경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라는 책까지 출판하면서 하명 수사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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