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가면 유치원 원장과 어린집 원장의 학부모 입김이 얼마나 센지 알 수 있다. 특히 유치원은 보수 성향이 강하고 어린이집은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해 여야 지역구 국회의원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유치원 3법 국회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던진 전직 국회의원의 말이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본회의에 올라온 199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걸어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태운 선거법, 유치원 3법, 사법개혁안 통과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는 황교안 대표뿐만 아니라 한국당에서 대표적으로 반대해 오던 법안이다. 그런데 유치원3법이 부각된 이유는 앞서 전직 국회의원 지적처럼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황 대표가 ‘죽음’을 무릅쓰고 단식할 때에도 유치원3법은 없었다. 

그런데 한국방송공사가 단독으로 황 대표가 변호사 시절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의 숙원사업인 ‘시설사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입법 자문을 해주고 법무부장관으로 가기 1년 전까지 고문 변호사까지 맡았다는 보도가 터지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한국당은 즉시 유치원 3법 수정안을 내고 ‘교육환경개선부담금’이라는 명목으로 사립유치원 ‘시설사용료 지급’을 통과 조건으로 내세웠다. 한국당이 한유총의 요구에 즉각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년 지역구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한유총이 갖고 있는 전국 조직과 더불어 학부모들의 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KBS가 보도한 배경에 본인들은 개입이 안 됐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한유총에서 의도적으로 흘린 게 아니냐는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황 대표가 단식을 하면서 유치원3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자 그동안 선거 때마다 한국당을 찍어준 한유총 입장에서 ‘배신감’을 느껴 제보했다는 소문이 여의도에 돌았다.  

실제로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에서 유치원 원장들의 입김은 상당하다. 특히 유치원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 입장에서 유치원 원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또한 사립유치원 원장이나 설립자의 경우 목사가 다수라는 점에서 기독교인들의 표심도 무시할 수 없다. 학부모들 표에 기독교인들의 표까지 지역구에 출마한 국회의원들이 유착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일요서울이 단독으로 보도한 경기도 내 사립유치원 4개를 설립해 운영 중 횡령·배임 혐의로 감사를 받던 K 목사가 자유한국당 출신 황우여 전 교육부총리에게 감사 무마 청탁을 부탁했다는 녹취록을 공개한 바 았다. 당시 황 전 부총리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목사들과 친분이 깊었다. 황 전 총리 본인 스스로도 아는 목사의 부탁으로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에게 K 목사 관련 청탁성 전화를 걸었음을 일요서울에 인정했다.
 
황 대표 역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한유총 자문 및 고문 변호사를 맡을 당시에도 중간에 유치원 설립자 이하 한유총 소속의 목사가 가교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학부모와 기독교인들의 표를 무기로 한유총은 총선에 임박해 정치인들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유치원3법을 주도한 박용진 의원은 “총선을 앞둔 일부 국회의원들이 한유총의 협박과 으름장에 좌불안석”이라고 기자회견을 가질 정도다. 한국당뿐만 아니라 집권여당 그리고 지역구 의원들이 한유총의 표를 의식해 국민의 도도한 민심을 잃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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