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대한민국 법무부장관 후보에 5선의 현역 국회의원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지명하였다. 이로써 조국 장관이 사퇴하면서 ‘나보다 더 센 사람이 후임으로 올 것이다’라고 했던 사람의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국 장관이 법무부장관을 사퇴한 시점이 10월 14일이니 후임 장관을 지명하기까지 50일이 넘게 걸렸다. 조국 전 장관과는 각별한 관계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그가 사퇴하면서 했던 발언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주고 싶었기 때문에 ‘더 센 사람’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된 추미애 의원도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녀는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수많은 유리천장을 뚫어낸 여성 정치인이다. 그녀는 여성으로서 대한민국 최초의 지역구 5선 국회의원, 집권당의 당대표를 지냈다. 원내 제1당의 당대표로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진두지휘했으며, 그 후에 치러진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1등 공신으로 활약했다.

따라서 그녀에게 국무총리가 아닌 법무부장관 자리는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할 자리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추미애 의원은 자신을 버리고 국가와 문재인 정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검찰개혁을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그 자리를 수락했다.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면 대한민국 의정사상 최초의 여성국회의장 자리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녀는 검찰개혁의 절박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을 정치적으로 희생하는 길로 나선 것이다.

현재 국회에 부의된 상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의 가결이 여야의 정면대결로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통해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법무부장관은 현재의 문재인 정부에게는 그 어느 자리보다도 중요한 자리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퍼즐이 맞춰진 이유는 여기에 있다.

추미애 후보는 한때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강단 있는 정치인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열린우리당 분당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이유로 친노, 친문들의 미움을 사 집중견제를 받아왔지만, 절치부심 오뚝이처럼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추미애 후보는 내년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 선거구에서 6선을 노리고 있었다. 그녀의 저격수로 자유한국당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내세워 정면대결이 벌어질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추미애 후보가 싸움을 피하는 꼴이 되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전략 측면에서는 추미애 의원의 법무부장관 지명은 상당한 출혈을 동반하는 결정이다. 자칫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광진을 국회의원으로 무혈입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은, 당대표까지 지낸 추미애 의원은 아무 생각이 없었을까? 당대표까지 지낸 사람이 장관 자리 하나 차지하고 싶어 안달이 났을까? 단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추미애 의원의 법무부장관 지명은 정부여당의 21대 총선 전략의 일환으로, 그리고 문재인 정권 후반기의 국정운영 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추미애 후보가 21대 총선에 출마하여 오세훈 후보를 꺾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의 본거지에서 의석수 하나를 지켜낸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추미애 후보가 법무부장관이 되어서 국민이 원하는 검찰개혁을 확실히 이루어 내고, 그 여세를 몰아 문재인 대통령이 정국을 주도하게 된다면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일 것이다. 그 길을 추미애가 만들어 가고 있고, 그 길은 어쩌면 그녀의 대권 도전의 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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