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진 교수
정범진 교수

미세먼지의 계절이 오고 있다. 잊고 있었지만 미세먼지가 엄습할 것이다. 중국이 난방을 시작하면 더 심해질 것이다. 외부활동을 하려하면 날씨가 나쁘거나 날씨가 좋다면 미세먼지가 많은 상황이 겨울 내내 이어질 것이다. 

수 년전에 우리나라 공기의 질이 180개국 가운데 173위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환경부 기준으로 적합한 날이 일 년에 4일에 불과하고 WHO(세계보건기구)기준으로는 적합한 날이 단 하루도 없다고 하였다. 이로 인한 사망자가 2만 명이고 폐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80만 명 그리고 사회적 손실이 12조라고 했다. 이제 한번 뭐가 얼마나 나아졌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며칠 전 유엔환경기구는 우리나라에 이산화탄소 감축이 미흡하다는 경고를 하였다.
 
이제 우리는 온실가스 감축 그리고 미세먼지 감축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안게 되었다. 온실가스의 감축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알려진 답이다.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그 원인이 석탄 화력발전소인지 혹은 경유차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질소산화물의 2차 생성물이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개념적으로는 모두 마찬가지이다. ‘연소’라는 화학적 반응이 원인인 것이다. 

사람들은 오염물질이 환경으로 유출되면 오염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자정작용을 떠올린다면 환경으로 유출된 오염물질이 자정능력을 넘어설 때에만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자정능력의 한계 내 유출은 허용수준 이내의 것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지구가 가지는 자정능력의 범위를 넘어서는 오염물질의 유출이 막을 수 없을 만큼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형태를 달리하여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흔히 사람들은 전기차와 수소차가 화석연료의 연소라는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견(短見)일 뿐이다. 전기와 수소는 물론 청정하다. 그것은 당연한 얘기이다. 2차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석탄, 가스, 석유 등의 1차 에너지를 연소하여 얻는 것이 2차 에너지이다. 2차 에너지가 청정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2차 에너지의 청정 여부는 그 자체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과연 전기와 수소를 어떻게 청정한 방법으로 생산했느냐에 따라서 청정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비록 자동차부문에서 전기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함으로써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배출을 억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전기와 수소라는 연료를 얻는 부문에서 청정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옮겨놓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천연가스와 석탄을 직접 연소하는 대신에 개질을 통하여 수소를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는 방법이 없다. 이런 방법에 의존한다면 전기차와 수소차는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가 인류의 모든 발명품을 현재의 기준으로 바라본다면 별로 놀라울 것이 없겠지만, 인류는 혁신적인 발견을 통해 에너지를 얻어왔다. 바람과 태양에서 얻던 기계적인 에너지, 나무의 연소를 통해서 얻게 된 열에너지까지는 상식적이다.

그러나 돌(석탄)에서 열 에너지를 얻게 된 것은 매우 혁신적인 것이었다. 기름(석유)에서 에너지를 얻게 되고 기체(천연가스)에서 에너지를 얻게 된 것은 비약에 비약을 거듭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1900년대 중반이 되어서 우리는 쇳덩어리(우라늄)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는 원자력이라는 기술을 얻게 되었다. 드디어 화학적인 연소의 과정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기술을 얻게 된 것이다. 

물론 안전성의 논란이 많고 사회적 우려를 낳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진보의 과정이다. 연소라는 기술이 인류를 지탱해 줄 수 없다면 이제는 넘어서야 한다.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진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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