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문재인 정부 탈북자 현주소

[뉴시스]
[뉴시스]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지난 달 통일부는 “지난 11월 2일 동해상에서 나포한 북한주민 2명을 이날 15시 10분경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발표했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이들은 북한의 오징어잡이 배 선원으로, 지난 8월부터 러시아 해역을 오가며 오징어잡이를 하던 중 선장 등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뒤 도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측은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추방 이유를 설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해당 내용이 통일부의 정식 브리핑이 아닌 국회에 출석한 청와대 관계자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한 언론 사진에 포착되며 먼저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등은 강제북송을 규탄하는 1인 시위 등을 이어가며 정부의 조치에 항의했다.

북한 선원 강제 북송 한 달 만에 ‘베트남 탈북자’ 추방 위기
“한국 정부의 강제 북송은 범법행위이자 반인도적 범죄행위”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김 의원 주최로 ‘국민 몰래 귀순자 강제 북송의 후속조치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한 참석자는 “뉴질랜드는 범죄를 지은 사람에 대한 중국의 송환 요청을 거부했다”며 “중국이 인권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국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는 (송환 사실이) 사진에 포착되지 않았으면 깜깜하게 모를 뻔 했다”며 “청와대 수뇌부가 직접 관여해 대한민국 국민을 적법 절차 없이 처형 위험이 있는 북한으로 강제 북송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는 국제 인권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면서 “대통령에 의한 국민 생명권 침해”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분단 이후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법적이며 심각한 (사건)”이라면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탄핵 절차와 민·형사상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강명도 교수 “정부 아닌 국제 사회에 호소해야”

그렇다면 강제 북송된 선원들은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탈북자 출신 강명도 전 경기대 교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국회의사당에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다”며 “11월 7일에 강제 북송된 북한 청년들이 눈을 감싸고 꽁꽁 묶여서 재갈까지 물려 북송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인권 운동가라고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힘없고 나약한 청년 두 명을 포승줄로 묶어 판문점을 통해 강제북송 했다는 것”이라면서 “그 청년 두 명은 북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총살당했다고 한다. 도살장에 끌려가 XX처럼 죽음을 맞이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렇게 됐다는 첩보가 접수됐다고 한다”고도 덧붙였다. 강 교수는 또 “이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면서 “북한에 강력히 항의해서 청년들의 생사를 확인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한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안 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항의할 사람이었으면 (청년들을)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며 “국제사회에 호소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가 아닌 국제인권센터 등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이 정부는 안 하기 때문이다. 이 정부는 어떻게 하면 김정은 발바닥이나 핥을까 하는 생각밖에 없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정부 관료가) 자기 친척이라면 그렇게 조사도 안 하고 보내겠느냐”라고 덧붙였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윤여상 소장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윤 소장은 “정부가 북송을 거부한 북한 주민을 강제 추방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정부 측의 발표와 설명은 헌법은 물론이고 북한이틀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대법원 판례 등을 모두 위반한 범법행위이며,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규정될 수 있는 사건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소장은 이번 북송을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회의를 통해서 결정했다면 그 회의록은 공개돼야 하며, 위법 행위가 발견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주민 중 판문점을 통해서 북송된 사례는 다수였다며, 그들의 북송 희망 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확인과 검증 작업이 존재했는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도 언론의 확인 작업이 없었다면 공개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윤 소장은 “북한의 법률 및 행형체계와 북송된 대상자의 혐의, 북한 당국의 현재까지 처벌 사례를 고려할 때 북송된 이들의 생명은 매우 심각한 위험에 처해질 것”이라면서 “강제 북송된 북한이탈주민 2명의 생명 보호를 위한 조치를 최우선해야 하고, 향후 북한주민의 북송 시 본인의 자발적 북송 희망 여부에 대한 검증과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본 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특별검사와 국정감사에 대한 적극적 검토를 요청한다. 본 사안은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한국정부가 가해자로 기록되는 첫 번째 북한인권침해사건이 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현행 ‘북한이탈주민보호법’ 9조에는 북한이탈주민이 반인륜 범죄 혹은 반인도적 행위를 했거나 국외 테러활동 등에 연루됐을 때는 국내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살인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국내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법에는 ‘북한으로의 추방’ 역시 명시돼 있지 않다. 당연히 남북 간에는 범죄인 인도조약도 체결돼 있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건의 경우 아직 재판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경우 범죄를 저지르면 경찰에서 수사를 받은 뒤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다. 이어 해당 사건을 검토한 검사가 기소·불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기소 시에는 법원에서 3번의 재판 과정을 거쳐 형이 확정된 후에야 범죄자가 된다.

‘강제 북송’ 위기 처한 또 다른 탈북자들

북한 선원에 대한 강제 북송 조치에 대한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른 강제 북송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생겼다. 한국에 올 예정이었던 탈북민 10명이 베트남 당국에 체포돼 중국으로 추방된 것이다. 지난 달 29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탈북민 브로커의 안내를 받아 중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진입한 탈북자 10명이 라오스 접경 지역에서 국경 경비를 책임지는 현지 당국에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조사를 받은 뒤 중국으로 추방됐는데, 다음날 오전 동일한 루트로 베트남 재진입을 시도하다 또다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에 따르면 이들은 10대 탈북 꽃제비와 20대 남성 2명, 20대에서 50대까지의 탈북 여성 7명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베트남 국경군인들은 탈북자를 중국 국경 쪽 량선국경보호센터로 이송했고, 이후 종적은 사라진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이 체포될 당시 베트남주재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점이다. 정 대표는 “외교부가 한 번이라도 얼굴 비춰보고 가보고 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다”면서 “기다리라는 말만 한 채, 찾아오지도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다”고 VOA에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외교부는 탈북민들의 체포 사실을 인지한 뒤 관련국 정부와 접촉, 적극적으로 조치에 나섰다고 반박했다. 외교부 측은 “관련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관련국 관계와 탈북민 신변안전 때문에 구체적인 상황을 공개할 수 없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4월에도 탈북민 3명이 베트남에서 체포된 후 중국으로 추방됐지만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한국에 입국해 머물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제송환 사건 7000건 이상…한국 정부 ‘최초’ 불명예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발간한 ‘2019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북한으로의 강제 추방은 총 7167건이다. 눈에 띄는 점은 강제송환 사건의 98%가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 일부는 러시아 등 기타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전까지 강제송환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을 말할 때 일반적으로 중국에 머물던 탈북자가 중국 당국에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된 뒤 겪게 되는 사건을 의미했던 이유다. 강제송환 된 탈북자들은 대부분 보위부로 끌려가 징역형, 심할 경우 사형에 처해지기도 한다. 중국이 강제송환과 관련해 인권 단체의 지탄을 받는 것은 이를 알고도 북송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대한민국 역시 강제송환과 관련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난 달 강제 북송된 북한 선원들이 이미 ‘본보기’가 돼 처형당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트남 탈북자들이 강제송환될 경우 겪게 될 운명도 불 보듯 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로 ‘인권 정부’의 수장임을 강조한다면 이번 강제 북송 같은 조치는 다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