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뉴시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뉴시스]

 

[일요서울]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최근 유가 인상 항의 시위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시민들을 ‘이슬람적 동정심’에 기반해 다뤄줄 것을 정부 관리들에게 요청했다고 이란 국영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 이란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자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시위 참가자를 미국을 비롯한 이슬람 공화국을 전복하려는 적들의 지지자로 치부했던 과거 발언과 온도차가 큰 발언이다.

이란 국영방송에 따르면 하메네이의 발언은 이날 알리 샴카니 최고국가안보위원회(NSC) 의장에게 사태 수습 방안과 사상자 보상안 등을 보고받은 직후 나왔다. 하메네이는 항의시위가 격화되자 시위 배후 조사와 피해 지원 방안 모색 등을 지시한 바 있다.

샴카니 의장은 보고서에서 ‘폭동(시위)’로 사망했지만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일반인들을 순교자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폭동으로 사망한 시민들의 친척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위문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보안군과 무력 충돌로 사망한 시민들도 배경 조사를 거쳐 범죄 연루 혐의에 따라 분리대응하자고 했다.

하메네이는 사캬니 의장의 제안에 대해 즉각 이행할 것을 지시하면서 “당국은 이번 사태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 받는 이들에 대해 이슬람적인 동정심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하메네이는 항의 시위가 불거진 지난달 17일 연설에서 “어떤 사람은 정부의 결정에 화를 낼 수 있지만, 피해를 입히고 불을 지르고 정상적인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 폭력배들이나 할 일”이리고 비난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하산 로하니 대통령도 4일 시위 참가자 중 무고한 시민이나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석방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테헤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체포된 이들 중에 무고한 사람, 풀려나야 할 사람도 있다”면서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도 이슬람의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무기를 소지하거나, 범죄를 저질렀거나, 조직적으로 시위에 참가한 이들은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도 앞서 미국을 비롯한 이란의 적들이 폭동을 사주하고자 돈과 장비, 선동을 벌인 정보가 있다고 암시한 뒤 “(국민들은) 정부에 비판적일 수 있고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안보를 위협하기 위해 시위를 끌어들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란 법원은 전날 사보타주에 참여한 수감자들은 곧 기소될 것이지만 나머지는 조만간 석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란 당국은 ‘폭도’들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 테러단체와 연계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폭동’에 연루된 혐의로 300여 명을 구금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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