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아픔이 치유되길 기원한다”
“아버지 회고록, 개정판 낼 지 상의해 봐야 겠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노재현 씨가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전시관 방명록에 남긴 글 [뉴시스]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노재현 씨가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전시관 방명록에 남긴 글 [뉴시스]

 

[일요서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53) 씨가 또다시 광주를 찾아 아버지를 대신해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또 신군부의 책임을 부정한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서는 “개정판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6일 오월어머니집 등에 따르면 노 씨는 전날 오후 광주 남구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회원들과 3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노 씨는 “5·18 당시 광주시민과 유가족이 겪었을 아픔에 공감한다. 아버지께서 직접 광주의 비극에 대해 유감을 표현해야 하는데 병석에 계셔서 여의치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버지를 대신해 ‘뭐라도 하고 싶다’는 심정으로 찾아왔다. 광주의 아픔이 치유되길 기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월단체 관계자와 비공식적으로 만난 자리에서는 “아버지가 평소 ‘역사의 과오는 바로잡고 가야 한다’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했었다. 그 뜻을 가족들이 공감하고 있어 장남으로서 광주에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 “신군부의 일원이었던 아버지가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하다”면서 “현대사를 공부하면서 5·18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갖는 의미와 큰 뜻을 이해하게 됐다. 광주 정신을 잊지 않고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노씨는 배석자와의 대화에서 ‘아버지의 회고록 문제도 개정판을 낼지 상의해 봐야겠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11년 펴낸 회고록을 통해 ‘5·18의 진범은 유언비어’라고 주장,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앞서 오전에는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를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전시관을 둘러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교도소 복역 당시 입었던 수형복과 성경을 오랜 시간 응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씨는 기념전시관 방명록에는 ‘큰 뜻을 이어 가겠습니다’고 적었다.

오월단체는 ‘공식 사과’와 ‘진상 규명 협조’ 등 행동으로 사죄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올해 86세로 고령인 노 전 대통령은 암·폐렴 등 잇단 투병 생활로 자택에서 요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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