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보수 활로 찾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총선이 다가오면 여의도에 다양한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이 시기가 되면 서로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헤쳐모여식 통합 또는 신당 창당도 가능하기 때문에 ‘누가 누구를 만났다’는 단순한 사실조차 평소와 다른 무게감을 갖는다. 이 가운데 ‘빅텐트론’을 강조했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변화와 혁신’ 관계자들을 만난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며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여의도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아닌 ‘제3지대’ 신당 창당 계획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직접 신당 창당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사람을 모으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金, 변혁과 ‘헤쳐모여’ 아닌 ‘독자 신당 창당’설 돌아
-정치적 사제지간인 이언주 ‘전진 4.0’, 金 신당 합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의도에서 뜨거운 인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동안 정치권을 떠나 있던 그가 최근 신당 창당을 통해 여의도의 새 판을 짜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다.

앞서 김 전 대표는 ‘변화와 혁신’(이하 변혁) 관계자들과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그 배경에 주목했다. 이들은 김 전 대표가 변혁에 합류해 그동안 강력히 주장해 왔던 ‘빅텐트(각 정치 세력을 아우르는 것)’의 초석을 다지려 한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여의도 한편에서는 김 전 대표가 어딘가에 합류하는 게 아니라 직접 신당 창당을 기획해 중도 보수 세력의 견인차 역할을 하려 한다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金, ‘신당 창당’으로 ‘빅텐트’ 다시 펴나

이러한 소문이 여의도 정가에 나오게 된 건 김 전 대표가 최근 상당수 ‘한국당 당원 조직’을 보유한 A씨에게 ‘신당 창당을 하려 하니 도와 달라’는 취지의 연락을 했다는 말이 돌면서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만일 김 전 대표가 신당을 세운다면 파급력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대표는 11·12·13·17·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계의 큰 어른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 전문가로도 통한다. 또 2004년에는 새천년민주당에 영입됐고, 2012년에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경제 민주화 공약 설계를 담당하기도 했다.

이후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를 영입하며 당을 재정비하는 데 일조했다. 이처럼 보수나 진보 등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 인사라는 평가가 높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도 연결 고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화려한 정치적 이력을 가진 김 전 대표는 2017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면서 비례대표직을 상실하고 다시 야인으로 돌아갔다. 그랬던 그가 내년 총선을 목전에 두고 다시 몸 풀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정치권의 많은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다가 현재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여의도 상황 역시 이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현재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뉘어 각자의 길을 모색하고 있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대통합을 내세우고 있지만 보수 세력은 좀처럼 뭉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변혁은 신당 창당 채비에 나섰고, 이언주 무소속 의원 역시 지난 1일 ‘미래를 향한 전진 4.0’(가칭 전진 4.0)의 창당 발기인대회를 개최하며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김 전 대표가 세를 규합해 신당을 만든다면, 그와 친분이 있는 이 의원의 전진 4.0 등도 충분히 연대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 이들이 모여 또 다른 세력이 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큰 돌풍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패스트트랙(안건 신속처리제도)에 올라 있는 연동형비례대표제가 국회 문턱을 넘는다면 내년 총선 지형에 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종합했을 때, 김 전 대표가 다시 한 번 여의도에 빅텐트를 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김 전 대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모두 거짓말이다”라며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최근 신당 창당한다는 소문이 있다’는 말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정치권 관계자들 중) 찾아오는 사람을 만나기는 해도, 내가 사람을 찾아 만나고 다니지는 않는다”며 “내가 가급적이면 일절 정치권에 있는 사람은 만나려 하지 않는다”라고 거듭 부인했다. 그동안 설파해 왔던 빅텐트론 관련해서도 “옛날 얘기다”라며 거리를 뒀다.

 

지난 1일 ‘전진 4.0’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는 이언주 의원 [뉴시스]
지난 1일 ‘전진 4.0’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언주 의원 [뉴시스]

김종인-이언주 “친분有, 논의無”

김 전 대표의 신당 창당설이 돌면서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함께 화두에 올랐다. 김 전 대표가 이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는 등 두 사람은 친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 전 대표는 지난 7월22일 열린 이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축전 영상을 보낸 바 있다.

따라서 김 전 대표 신당에서 이 의원이 일종의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제기됐다. 특히 이 의원의 경우 전진 4.0과 다른 보수 세력 사이 연대 창구를 닫아두지 않았다고 공공연히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전 대표와 이 의원 모두 이에 대해 별 다른 답변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유선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와는) 친분 관계가 있다”면서도 이러한 논의가 추진된 바는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보수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았느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연대는) 필요할 수 있다”며 “정치 혁신과는 별개로 문재인 정권과 여당의 실정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연대해 싸워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표명했다. 

다만 “전진 4.0 역시 현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기 때문에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 전반이 반(反)정권 투쟁을 한다면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 전 대표 역시 이 의원과의 친분을 묻는 질문에 “전진 4.0은 이 의원 스스로 하는 거지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앞으로 참여할)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김 전 대표가 사람을 모으는 것 같진 않다”며 “(정치권에서) 젊은 사람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듯, 내년 총선이 120일가량 남은 상황 가운데 김 전 대표가 ‘키맨’이 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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