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분쟁 판단시 근거되는 규정 알아둬야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모습 [뉴시스]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모습 [뉴시스]

회사와 근로자 간 법적 분쟁이 발생해 고용노동부 등에 출석해 조사를 받게 되는 경우 회사나 근로자 어느 쪽에서든지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을 주장하기 위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근로계약서 등을 제출하고, 자신들의 주장이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지를 말하게 된다. 

이처럼 노동법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법관이 기준으로 삼아야 할 규율 근거의 존재형식, 쉽게 말하면 노동분쟁이 발생했을 때 판단이 근거가 되는 규정들을 “노동법의 법원(法源, Source of Labor Law)”이라고 부르며, 여기에는 근로기준법, 노조법 등의 노동관계법령은 물론이고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도 포함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주에는 노동법의 법원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와 이러한 법원 상호 간에 충돌이 있는 경우 우선순위(적용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특히 최근에 대법원에서 이와 관련한 판결이 있었는데, 어떤 내용인지 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노동법의 법원으로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바로 대한민국 헌법상 정해져 있는 노동 관련 조항들이고, 헌법 제32조(근로권), 제33조(노동3권)가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당연히 노동관계법령들도 노동법의 법원이 되는데,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최저임금법, 노동조합법 등 개별적 근로관계 및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해 직접 정하고 있는 법령들이 포함된다. 또한, 민사 및 형사 관련 법령과 행정법 등의 관련 법규도 근로관계와 관련한 부분에서는 보충적 효력을 가지므로 법원이 된다. 

한편, 개별 사업장에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소위 ‘자치규범’도 노동법의 중요한 법원으로 인정이 되는데, 대표적으로 단체협약, 취업규칙, 조합규약 및 근로계약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과 회사 사이에 근로조건 등을 정한 문서로써,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당사자의 권리나 의무가 단체협약에 의해 정해진다는 점에서 노동법의 대표적인 법원이 된다. 특히, 노조법 제33조 제2항에서는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 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해 무효로 된 부분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이라고 정하고 있기도 하다. 
취업규칙은 회사(사용자)가 여러 명의 직원에게 근무시간이나 임금, 휴일 및 휴가, 포상 및 징계, 퇴직 등의 근로조건을 통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회사가 작성한 일종의 규칙(규정)을 말하며, 단체협약과 마찬가지로 노동법의 대표적인 법원이 된다. 근로기준법 제97조에서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해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정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노동조합법 제11조에서는 조합규약의 필요적 기재사항을 정하고, 같은 법 제10조에서 노동조합의 설립신고 시 조합규약을 함께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조합 내부의 기관이나 조합원을 구속하는 한도 내에서 법원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조합규약은 조합원이 아닌 제3자에 대해는 그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이외에도 노동관행(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 문서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처리해 온 방법이 있는 경우 등을 말함)이 있는데, 이에 대해 법원은 “노동관행이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관행이 기업사회에서 규범적인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기업의 구성원이 일반적으로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 확립돼 있어야 한다”라고 보면서 노동관행에 대해도 노동법의 법원으로 인정한 바 있다. 

법원의 우선순위

위에서 보시다시피, 노동법의 법원은 다양하기 때문에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적용되는 법원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어떤 규정을 먼저 적용시켜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예컨대, ㈜0000의 취업규칙에는 과장에 대해 월급을 500만 원으로 한 반면, 실제 근로계약서에는 600만 원으로 정하고 있다면 어떤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노동법의 법원 간에 상호 충돌이 있는 경우에는 우선 “상위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된다. 즉, 노동법의 여러 가지 법원은 헌법을 최우선 순위로 하고, 법률, 명령, 단체협약, 취업규칙과 조합규약, 근로계약의 순으로 적용이 된다. 또 같은 단체협약이라고 하더라도 기본협약에 대해 보충협약(임금협약 등)은 하순위로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근로자와 사용자 간에 시간당 급여를 7000원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 상위 법원인 최저임금법에서 2019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당사자 간 근로계약이 아닌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원칙에 따르기 때문이다. 

한편, 같은 순위 즉, 기존 취업규칙과 변경된 취업규칙이 있는 경우 어떤 것을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이에 대해 동위의 법원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나중에 성립된 법원이 우선하는 “신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된다. 예컨대, 새로이 체결된 단체협약이 설령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단체협약은 해소 또는 소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동법 법원의 적용순서에 있어 다른 법령과 달리 노동법만이 가진 특징이 바로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이다. 이는 앞서 설명한 상위법 우선의 원칙의 적용이 제외되는 것으로, 하위의 법원(예시 : 근로계약)이 상위의 법원(예시 : 근로기준법)보다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하위의 법원이 상위의 법원에 우선해 적용된다는 원칙이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15조에서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해 무효로 하고, 무효로 된 부분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 

대법원에서는 2019.11.14. 취업규칙과 근로계약간 차이가 있는 경우, 즉 노동법의 법원간 충돌이 있는 경우에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결(2018다200709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사건)을 있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 있어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라면서 노동법의 법원간에 충돌이 있는 경우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이 사건 취업규칙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자가 된 근로자인 원고에 대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연봉액을 60% 또는 40% 삭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연봉액에 관해 이 사건 근로계약이 이 사건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취업규칙의 기준에 따라 이 사건 근로계약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아니했으므로 연봉액에 관해 이 사건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이 사건 근로계약이 우선해 적용된다. 결국 이 사건 취업규칙에 대해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계약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이 사건 취업규칙에 의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연봉액을 삭감할 수 없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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