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미래 설계할 원내대표 누구?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자유한국당이 시끌벅적하다. 연임할 것 같았던 나경원 원내대표가 결국 물러나게 됐다. 그러면서 원내대표 후보들이 하나둘 나서기 시작했다. 현재 공식적으로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강석호 의원, 유기준 의원, 심재철 의원, 윤상현 의원 등이다. 원내대표 선거는 오는 9일 열린다. 이에 앞서 황교안 대표는 당직 인사들을 새롭게 바꾸었다. 표면적으로는 당직인사들이 사직서를 먼저 제출한 뒤 새롭게 임명한 것이지만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만 교체됐을 뿐 대부분 친황 인사들로 구성됐다는 평이 많다. 일요서울 ‘주간 박종진’에서는 자유한국당의 미래와 여러 정치현안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유재일 “한국당 정체성 ‘TK당’ ‘경상당’으로”

이준석 “불출마 선언 뒤에선 엄청난 게임이 일어나”

 

‘주간 박종진’ 124회는 지난 5일 서울 퇴계로에 위치한 일요서울신문 본사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이날 방송에는 박종진 앵커가 개인적인 사유로 빠지고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조대원 자유한국당 고양정 당협위원장, 유재일 정치평론가 세 명이 참석했다.

 

한국당, 원내대표 누구?

이준석 “궁금하지 않다”

 

방송은 박종진 앵커 대신 진행자석에 앉은 조대원 당협위원장이 자유한국당 내 분위기를 전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새로운 원내대표가 누가 뽑힐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난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무조건 유기준이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자 조 당협위원장은 “원래 황 대표 쪽에서 미는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지금 의원들 분위기로는 대표 쪽에서 밀면 불리하다고 하는데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유임돼 계속했으면 수도권 출신이 원내대표를 한다는 거다. (하지만) 그게 싫은 거다”라며 “자유한국당 의석 분포가 단순하다. TK는 석권, PK는 김해‧양산 빼고 5개 이내로 잃는 게 목표, 서울‧수도권에서는 강남, 송파만 지키면 된다. 내 생각에는 PK에 승부를 걸겠다고 생각을 할 거다”라고 원내대표 선거를 둘러싼 정치 역학 관계를 설명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임기 종료는 10일이다. 자유한국당은 9일 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치른다. 이날 후보들의 원내 운영과 정책 등을 논의하는 합동토론회도 진행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에 의원들에게 궁금한 점을 받아 토론회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나 원내대표 임기 종료가 10일이지만 일찍 했으면 하는 바람들을 반영해 날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권과 싸워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우리 당의 미래를 같이 설계해 나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선출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4일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4일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영우 의원 불출마

조대원 “아까운 분들이 사퇴”

 

‘주간 박종진’ 촬영 하루 전날인 4일, 3선인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이 “새 술과 새 부대를 위해 제 자리를 비우겠다"며 갑작스럽게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며 “이제라도 책임지겠다. 이렇게 책임지는 일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그동안 왜 그리 번민이 있었는지 제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국민과 지역주민을 위해 그동안 열심히 일해 왔다고 생각하나 다른 한편으론 부끄러운 정치인의 한 사람이었다”며 “제가 몸담았던 정당의 대통령 두 분이 모두 법정에 섰다.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과 정치를 해오는 과정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받은 정치인이다. 저도 정치적, 역사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했다.

이날 방송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패널들에게 “김세연 다음에 김영우 의원 사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조 당협위원장은 “아까운 분들이 사퇴를 한다. 우리 당이 국민 눈높이는 못 맞추고 있지만 그래도 저런 분들이라면 당을 지켜서 조금 더 일하셨으면 싶은 분들”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이어 “(하지만) 당연히 나가야지 하는 사람들이 최고위원 멤버다. ‘나를 수도권 어려운 지역으로 보내 달라’라고 하는데 불출마시키든지 잘라야 할 분인데 그렇게 얘기한다. 잘못돼 간다고 생각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김영우 의원 불출마를 지켜보면서 “뭔가 이상한데. 왜 저 사람은 저런 선택을 하지”라고 생각해 봤다며 “알고 봤더니 뒤에서는 다 엄청난 게임들이 일어나고 있는 거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영우 의원은 포천‧가평인데, 포천‧가평은 수도권의 영남 같은 곳이다. 공천되면 당선된다고 보는 곳이다. 왜 김영우 의원이 김세연 의원에 이어 ‘자동당선구’ 같은 곳을 버리고 왜 불출마했을까”라며 궁금해 했다.

조 당협위원장은 김영우 의원과 얽힌 일화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전당대회 마치고 난 뒤에 (김영우 의원이 내게) 밥을 먹자고 불렀다. 먼저 연락이 와서 여의도 식당에서 밥을 사줬다. 당시 김 의원이 ‘부럽더라 솔직히. 나도 2년 전에 전당대회 나갔었는데 조 위원장처럼 패기 있게 했어야 했는데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떨어졌다’라고 말했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당시 ‘바른 얘기 안하냐’고 묻자 김 의원이 ‘정치는 다 때가 있고 찬바람 불면하겠다’고 대답했는데 이 정도일 줄 몰랐다”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 [뉴시스]

공천관리위원장 후보?

이준석 “그 페북 주인에 그 팔로워”

 

이날 방송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황교안 당대표 행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공천관리위원장을 여러분께서 추천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게시물에서 황 대표는 “총선이 다가옵니다. 이제 공천혁신을 해야 합니다. 오직 국민의 뜻에 맞춰 공천혁신을 진행하겠습니다. 우리 자유한국당은 공천을 총지휘하는 공천관리위원장을 국민추천으로 선발하고자 합니다. 여러분께서 여러분을 위한 위원장을 직접 추천해주십시오”라며 공천관리위원장 추천을 제안했다.

문제는 이 게시글에 달린 추천인 명단이었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은 댓글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이정훈 울산대 교수, 홍정욱 전 의원, 여상규 의원,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박형준 동대 교수, 고성국 정치평론가 등을 공천관리위원장 후보로 올렸다.

이 전 최고위원은 소위 지지자들이 올린 후보자들 명단을 본 소감을 “그 페이스북 주인에 그 팔로워다 싶더라”라고 비판했다.

한편 유재일 정치평론가는 “자유한국당이 새 원내대표 뽑으면서 결국은 총선을 앞두고 정체성을 정립하는 건데 그 정체성이 ‘TK당’ ‘경상당’ 이렇게 갈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보수도 ‘반공보수’ ‘TK보수’ 되게 촌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이길 때 기본적으로 경제민주화 이야길 하고 ‘따뜻한 보수’ ‘약자 보호하는 보수’ 이런 얘기를 했다. 지금 선거에서 이겼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했던 대중 메시지 중 황교안 체제가 ‘따뜻한 보수’ ‘약자를 보호하는 보수’ 이런 느낌이 있나. ‘경상도 보수’ ‘반공 보수’로 회귀한다. 필패다”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유 평론가는 “당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사람들이 대선이나 과반이나 (그런 데 관심없다). 자기 국회의원 되면 땡이다. 그런 정체성 가질 거다. 수도권 나 몰라라 하고 그럴 거 같다”고 진단했다.

이 전 최고위원도 유 평론가 말에 동의하며 “수도권(선거) 나 몰라라 제대로 할 거다”라고 맞장구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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