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시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시스]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행보를 두고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가 됐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서울구치소로 재수감된 반면, 김 전 실장은 그 다음 날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사람의 형량도 무려 30여 년가량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때 국정 운영의 중심축에 있던 두 인물이 하루 차이를 두고 나타난 거취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45분경 그동안 수술과 치료가 진행됐던 서울 반포동의 서울성모병원에서 경기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로 재수감됐다. 지난 9월16일 어깨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지 78일 만이다. 앞서 그는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함에 따라 20일 만인 3월31일, 구속 수감됐다. 이후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할 때까지 약 2년6개월 동안 구치소 생활을 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옛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아 2년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또한 이와 별개인 국정농단 사건으로 2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지원 받았다는 혐의까지 덧씌워지며 2심에서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즉 30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된 셈이다.

반면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던 김 전 실장은 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를 받아 왔지만 구속 사유가 소멸되면서 지난 4일 구치소 생활을 접게 됐다. 지난해 10월5일 '화이트리스트' 사건 1심에서 법정 구속돼 재수감된 지 425일 만이다. 김 전 실장은 대법원의 구속 사유 소멸을 이유로 이날 0시경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걸어나오게 됐다.

김 전 실장은 이미 지난 2017년 1월21일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혐의를 받아 특검에 구속된 이후 2년8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한 바 있다. 그러다가 지난 해 8월6일 석방됐다. 이후 김 전 실장은 다시 일명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불리는 ‘특정단체 불법지원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받고 법정구속된 바 있다. 전직 대통령과 그의 비서실장의 형량의 차이가 30여 년가량 된다는 점, 단 2일 동안 그들의 거취가 상반됐다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 ‘정치적 함의’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에 다양한 해석은 있을 수 있으나, 사실에 따른 인과관계에 대한 여러 해석은 다소 과장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 A씨는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의 상반된 거취에 대해 “우연적인 사정에 불과하며 해석할 어떤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A씨는 김 전 실장의 구속 취소는 기간 만료나 사유 종료 등에 따라 종료된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사람을 구속하는 데에는 제한이 따른다.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면 풀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재판을 못하게 되면 풀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별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의 날짜가 교묘하게 겹쳐서 생긴 일”이라며 “날짜가 교묘하게 겹친 것에 대해 정치적 함의를 담는 것은 다소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A씨는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의 구속 원인은 독립적인 사건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인과관계를 가장 단순하게 보면 가능한 일이다. 두 개는 독립적인 사실”이라며 “일반인들이 보기에 날짜도 겹친 데다 거취도 상반된 것을 두고 독립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수는 있다”고도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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