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 개발 재개, 남북미정상회담 등 대북 이슈 활로 모색 

[일요서울 | 강하늘 기자] ‘조국 사태’ 쓰나미가 정국을 휩쓸며 여권에 치명상을 입힌 데 이어 이번에는 청와대 3대 ‘친문(친문재인) 게이트’ 의혹 파고가 밀려왔다. 내년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밀려 들어온 청와대 3대 ‘친문 게이트’ 의혹으로 여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번 의혹에 친문 핵심 인사 다수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이들 의혹의 향배에 따라 민심에 직격탄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파고를 넘기 위한 비책 마련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왼쪽부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이해찬 당대표, 이인영 원내대표가 앉아있다. [뉴시스]
발언하고 있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연비제 총선 참패 면할 방책, ‘깜짝 인물’ 승부수 띄울 수도


자유한국당이 ‘3대 청와대 게이트’라고 규정한 의혹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연루된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재인이 형’으로 부른 것으로 알려진 유 전 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을 보고 받고도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최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을 소환조사했고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 등도 줄줄이 불러 조사했다. 조만간 조국 전 장관도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하명수사’ 의혹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경찰에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 첩보를 경찰에 넘겨 수사하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한국당과 김 전 시장 측은 청와대가 문 대통령 35년 지기 송철호 후보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려고 경찰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해 왔다. 한국당은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이 민주당의 총선 공천을 보장받고 의도적으로 표적수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은 우리들병원이 지난 2012년 12월에 산업은행으로부터 1400억 원, 2017년에도 976억 원의 추가 대출을 받았는데 이상호 우리들병원 원장이 친노(親盧) 핵심 인사라는 점에서 대출 승인 과정에서 여당 정치인의 입김이 작용해 특혜 대출이 이뤄졌다는 의혹이다. 야당의 의혹 제기 과정에서 이름이 거론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민주당, ‘검찰 때리기’로 방어…당 분위기는 뒤숭숭

민주당은 검찰의 청와대 관련 의혹 수사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한 ‘검찰 개혁을 방해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라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 당시 한국당의 국회 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늑장 수사를 하면서 한국당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의혹과 관련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한 사건은 한 차례 조사도 없이 1년 넘게 묵히다 청와대 ‘하명 수사 프레임’을 씌워 민정수석실을 타깃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은 청와대 감찰 무마 및 하명 수사 의혹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검찰의 정치 개입 및 수사권 남용 문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까지 꾸렸다. 특위 위원장에 임명된 설 최고위원은 특위 차원에서 검찰 수사의 공정성 문제를 항의하기 위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날 계획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민주당은 3대 의혹 확산 저지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검찰의 수사망이  친문 핵심 인사들로 좁혀져 가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6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한국당 주장은 덤터기 씌우는 것이지 청와대가 하명 수사 지시를 하거나 감찰을 무마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라며 “최소한 밑져야 본전이라고 의혹을 터트려놓고 보는 것은 우리 정치의 악습이다. 국민들은 그런 것에 식상해 있다. 오히려 한국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초선 의원은 한 언론을 통해 “지난 박근혜 정권에 대한 검찰 수사와 패턴이 비슷하다. 심상치가 않다”며 “수사가 빨리 매듭지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한국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파상공세를 펼치며 ‘3대 의혹’을 총선 때까지 최대한 끌고 가려 하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3일 바른미래당 의원 17명과 함께 ’3대 친문 농단‘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한국당은 현재의 ’친문 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를 당 차원의 공식 조직인 3개의 특별위원회로 격상할 방침이다. 

지난 5일에는 이들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조국 전 장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10명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야당의 의혹 제기만으로도 일정 정도의 민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향후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친문 인사들이 다수 구속이라도 된다면 민심에 직격탄을 가한다는 점에서 여당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수도권이 정치적 이슈에 민감하고 이들 의혹이 부산울산경남(PK) 지역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만큼 PK지역 민심 동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드루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에 이어 유재수 전 부시장을 경제부시장에 임명한 오거돈 부산시장과 ‘하명 수사’ 의혹 관련 송철호 울산시장까지 야권의 공격 대상이 되면서 곤경에 처하게 됐다.  

“청와대 레임덕 초래할 수도…” 비책 마련 골몰

이 때문에 민주당은 ‘3대 파고’를 넘어서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국면 전환 카드와 필승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금강산관광 개발 재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대북 이슈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편, 새 인물 공천 등 3대 비책으로 악재 타개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북 관계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더욱 악화되고 있다. 여권은 북미 간 협상이 성과를 보여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남북정상회담까지 이뤄지길 기대했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줄 것을 초청하는 친서를 보냈지만 김 위원장은 참석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과 북한은 또다시 ‘강대강’ 대결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로켓맨’을 2년 만에 다시 언급하며 “필요하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북한은 ‘맞대응 폭언’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맞섰다. 

그러나 이 같은 북미 간 ‘강대강’ 대결은 양측 만남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인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당이 가장 경계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최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미국 측에 내년 총선 전 북미정상회담을 열지 말 것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절박한 상황에 왔고 미국도 낭떠러지 직전까지 왔다. 낭떠러지에서 깜짝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쪽 다 그동안 평화를 일궈왔는데 잘못하면 다 깨질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막판에 협상이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경제는 하루아침에 좋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총선 변수라면 남북관계 아니겠나”라며 “김정은이 어떤 식으로 액션을 긍정적으로 취해 주느냐 하는 것인데 여권은 단비 기다리는 격으로 학수고대하고 있으나 북미 관계는 점점 더 험악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소수 정당에게 유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으로 민심 악화에 따른 총선 패배도 면하고 우군인 진보 진영 세력의 확대를 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과 예산안을 조율하기 위해 한국당을 제외한 협의체를 가동하고 있는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은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을 중심으로 연동율을 조정하는 안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은 ‘225석+75석’안이다. 대안신당과 평화당을 배려해 많이 줄어들게 돼 있던 호남 지역 선거구는 유지되고, 정의당도 어느 정도의 의석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안으로 조율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총선에서 ‘새 인물론’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동시에 문재인정부의 성과를 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문재인정부의 현직 장·차관 10여 명을 ‘차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성 있는 관료 출신 인사 등을 총선에 ‘새 인물’로 전면에 내세워 인적 쇄신도 이루고 동시에 ‘유능한 정당’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직 관료들을 대규모 차출할 경우 국정공백을 초래할 수 있도 있고 새로운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실시될 경우 ‘제2의 조국 사태’가 불어닥칠 위험성도 있다. 

당사자들의 의사와 상관 없이 현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서울 서초갑이나 동작을 등 출마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비례대표나 고향인 경남 진주 출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강원 춘천,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경북 성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대전 출마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총선기획단 소속인 소병훈 조직부총장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진실을 밝히는 데 우선 집중해야 한다”며 “또 문재인 정부 성과에 대해서 차분하게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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