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투병 말기신부전 환자, ‘탈감작 치료’로 새 삶 얻어

 

[가톨릭대학교 서울 성모병원]
[가톨릭대학교 서울 성모병원]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콩팥 기능이 거의 소실된 상태에서 투석으로 생명을 연장하며 오랜 기간 뇌사자의 신장 이식을 기다리는 말기 콩팥병 환자에게 희망이 찾아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항체를 제거하는 ‘탈감작 치료’를 시행해 뇌사자의 신장이식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탈감작 치료 2개월, 항체·역가 이식 가능...9번째 시도서 이식 성공

이식 대기 환자 증가해도 기회 부족...“환자들에 새로운 희망될 것”

지난 2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센터장 양철우 신장내과 교수)는 신장 이식 전 항체로 인해 이식을 받지 못했던 뇌사자 신장이식 대기 환자에게 항체를 제거하는 ‘탈감작 치료’를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주인공은 13년 전 신장이식을 위해 병원으로 찾아온 송모씨(59세, 여)다. 송 씨는 말기 콩팥병 환자로 혈액투석을 하며 지냈었다. 송 씨는 가족들과의 교차반응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와 뇌사자 이식 대기를 했고 13년 동안 8번이나 신장 이식의 기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교차반응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왔다.

센터 측은 송 씨가 병원 장기이식센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던 것이 그녀에게는 행운이었다고 전했다. 최근 병원 장기이식센터 양철우, 정병하, 이수아 교수팀은 뇌사자 장기 대기 이식 환자를 위한 탈감작 치료 프로토콜을 확립했고 송 씨는 탈감작 치료 대상 환자로 선정돼 올해 8월 치료를 받게 됐다. 송 씨는 탈감작 치료 2개월 후 혈액 내 존재하는 항체 종류 및 역가가 모두 이식이 가능한 수준으로 감소했고 지난 11월 뇌사기증자가 나타났다.

교차반응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돼 9번의 기회 만에 성공적으로 뇌사자 신장 이식을 받게 됐다. 병원에 따르면 송 씨는 신장 이식 후 회복이 순조롭게 진행돼 새로운 삶을 찾았다고 전했다.

감작상태 장기 이식 ‘급성거부반응’ 실패 위험↑

수혜자의 혈액 안에 공여자 조직에 대한 특이 항체(항HLA항체)가 존재하는 경우 이를 감작됐다고 한다. 감작은 임신, 수혈 및 재이식 등을 통해 발생하게 되는데 감작된 상태에서 장기 이식을 하게 되면 항체에 의한 ‘급성거부반응’으로 이식이 실패할 위험이 높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장기이식 전 공여자와 수혜자 간의 혈액검사인 교차반응검사를 시행하며 결과가 양성인 경우 대기 순서에서 탈락하게 된다.

감작된 환자는 어떤 공여자를 만나더라도 교차반응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높기 때문에 교차반응이 음성인 공여자를 만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대기 기간이 길어지며 이를 극복하는 적극적인 방법이 항체 제거 후 신장 이식을 시행하는 탈감작 치료법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 등의 신 대체 요법이 필요한 ‘말기신부전 환자’는 1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말기 신부전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뇌사자 신장 이식 대기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여자 부족, 조직형 부적합 등에 의해 신장 이식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환자가 많았다. 앞서 송 씨처럼 높은 항체 역가에 의해 교차반응 검사가 양성으로 나와 장기간 대기하는 환자가 적지 않지만 현재까지는 이러한 환자들을 위한 확립된 치료법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 신장이식에서 뇌사자 신장이식이 38%를 차지하고 있고 뇌사자 신장 이식 대기 환자들이 이식의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한 의료진의 노력이 간절하다.

장기 대기 환자 대상 치료법 ‘음성’ 전환이 목적 

장기이식센터에서 시행하는 ‘탈감작 치료법 프로토콜’은 뇌사자 신장이식 대기 기간이 5년 이상 경과하고 항HLA항체로 인해 교차반응검사에서 1회 이상 양성으로 확인돼 신장이식을 받지 못하고 장기 대기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법이다. 항체 생성을 억제하는 주사(리툭시맙, 볼테조밉)와 면역 글로불린을 투여해 항체 역가를 떨어뜨려 교차반응검사를 음성으로 전환되도록 하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다.

이번에 탈감작 치료법을 성공한 양철우 센터장(신장내과 교수)은 “뇌사자 이식 장기 대기 환자들 중 높은 역가의 항체를 가지고 있는 환자는 대기 순위가 돼 병원에 내원했다가 교차반응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와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러한 환자들에게 항상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탈감작 치료법으로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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