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청 (사진=서울시 제공)

[일요서울ㅣ이지현 기자] 서울시 22개 투자·출연기관의 성별임금격차는 최대 46만원 이상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22개 모든 투자·출연기관의 지난해 기관별 성별임금격차와 직급별·직종별·재직년수별·인건비구성항목별 성별임금격차를 9일 시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지난해 설립돼 만근자가 없는 서울기술연구원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내 최초의 '성평등 임금공시제' 시행이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성별·고용형태별 임금과 근로시간 같은 노동 관련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성별에 따른 비합리적인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성평등한 임금을 지향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스위스, 영국, 독일 등에서는 이미 이와 유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성별임금격차는 정원 내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정보를 분석해 도출됐다. 지난해 만근한 총 2만2361명이 대상이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특정성별이 5인 미만인 경우 비공개 처리됐다.

성평등 임금공시에 따르면 서울시 22개 투자·출연기관의 성별임금격차는 46.42%에서 -31.57%까지 다양했다. 성별임금격차는 남성과 여성의 임금의 차이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격차가 30%일 경우 남성 임금이 100만원일 때 여성 임금은 70만원이라는 의미다. 마이너스(-)는 여성임금이 더 높은 경우다. -30%일 경우는 남성 임금이 100만원일 때 여성 임금은 130만원을 뜻한다.

19개 기관의 성별임금격차는 대한민국 성별임금격차보다 낮았지만 개선해야 할 격차는 존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017년 우리나라 성별임금격차를 34.6%로 발표했다.

서울연구원(46.42%), 서울산업진흥원(37.35%), 서울에너지공사(40.99%)는 OECD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성별임금격차보다 높았다.

서울연구원과 서울산업진흥원은 2017~2018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대거 이뤄진 가운데 전환대상자 중 여성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격차가 커진 경우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 전환자들로 인해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남성재직기간이 여성에 비해 길고 교대근무직을 모두 남성이 맡고 있어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여성 임금이 남성보다 높은 기관도 있었다. 서울여성가족재단(-31.57%)과 서울장학재단이다. 두 기관 모두 상위 직급 여성 비율이 높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장학재단의 경우 특정 성별인원이 1~4인인 범주에 해당돼 분석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블라인드로 처리됐다.

전반적으로 여성 노동자 비율 자체가 낮고 평균 근속기간은 남성이 더 긴 점 등이 성별임금격차가 나타나는 근본적·구조적인 주요 문제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시대상 전체 노동자 중 여성비율은 18%에 불과하고 평균 근속기간은 남성이 여성보다 7년7개월 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교통공사와 같이 규모가 크고 오래된 기관일수록 여성의 비율은 1만5000여명 중 8.7%로 매우 낮았다. 여성의 평균 근속기간은 175.1개월로 남성 231.3개월보다 짧았다.
 
여성노동자 비율이 30% 이하로 나타난 기관은 ▲서울교통공사(8.7%) ▲서울시설공단(22.0%)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12.8%) ▲서울주택도시공사(23.2%) ▲서울에너지공사(16.0%) ▲서울디지털재단(28.6%) 등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성별임금격차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20다산콜재단, 서울여성가족재단과 같이 여성 노동자 비율이 더 높은 기관에서는 여성의 근속기간이 남성보다 길었다. 성별임금격차도 낮거나 오히려 여성임금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 비율 86.3%인 '서울시120다산콜재단'의 경우 여성의 평균 근속기간이 19.9개월로 남성(19.1개월)보다 길고 성별임금격차는 6.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역시 여성노동자가 절반 이상인 '서울여성가족재단(69.8%)'과 '서울장학재단(57.1%)'도 여성 임금이 남성보다 높았다. 여성 비율이 성별임금격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의 기관에서 상위직급으로 갈수록 여성비율이 낮아지는 점, 건축·토목·기계 같은 분야는 남성 중심 직종이라는 인식이 아직 강한 점도 임금 격차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보인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상위직급(1~2급)에 여성이 없다. 건축·토목 등의 직종이 많은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상위직급(1~3급)에 남성이 88%를 차지했다.

시 관계자는 "성별임금격차가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시절의 관행과 인식이 다양한 방식으로 구조화되고 누적돼 나타난 것으로 본다"며 "차별적 기준선 자체를 바꾸기 위한 후속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여성 채용비율을 높이고 상위직급에 여성 진출기회를 확대한다. 또 육아휴직으로 인한 고용 중단 등 불이익이 없는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든다.

이를 위해 노동전문가인 차별조사관과 노무사,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성평등임금자문단'이 각 투자출연기관을 방문한다. 이들은 각 기관별 자체 개선계획을 수립·이행할 수 있도록 3단계에 걸쳐 컨설팅 한다.

시는 투자출연기관에 대한 성평등 임금공시를 지속하고 향후 대상을 투자출연기관의 비정규직과 서울시 민간위탁기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성평등임금 실천 가이드라인'과 우수 기업 지원을 위한 관련 조례 제정 등도 추진된다.

신경아 서울시 성별임금격차개선위원회 위원장은 "독일 등 유럽의 경우도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개선 의지를 통해 성별임금격차를 줄였다"며 "시의 이번 공시는 노동존중특별시 서울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성차별 없는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길고 긴 여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성평등임금공시의 목적은 성별임금격차 발생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개선방안을 제시, 실제 격차를 줄여나가는 데 있다"며 "성별임금격차 개선은 남녀의 평등한 노동출발선을 만드는 핵심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국내 최초의 공시를 통해 상대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임금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공공기관에서도 성별임금격차가 나타났다"며 "오랜 기간 누적된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사회적 인식을 전환해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는 이날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성평등임금공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22개 투자출연기관이 성별임금격차 현황을 발표했다. 여성·노동 전문가와 단체, 투자출연기관 노·사, 임금정보 분석 연구진, 일반시민 등이 함께 향후 발전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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