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그렌증후군]

겨울이 되면 날씨가 추워지고 대기 중의 습도가 낮아져 건조해진다. 게다가 난방은 온기를 주는 대신에 실내를 더욱 건조하게 만든다. 이렇게 날씨, 난방의 외부적 영향이 없더라도 우리 몸속에서 스스로 만성적인 건조함을 만들어내는 질병을 '쇼그렌증후군'이라고 한다.

쇼그렌증후군은 눈물샘, 침샘 등 외분비조직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염증반응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며 분비 장애를 일으킨다. 이 병은 밝혀진 특정한 원인이 없고 자가면역질환이자 난치병에 속한다. 쇼그렌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침, 눈물 부족 등으로 인해 입이 말라 식사를 하기 힘들고 눈이 따끔거려 입면이 힘들기 때문에 수면부족이 오기 쉽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까지 생기는 답답하고 힘든 질병이다.

쇼그렌환자들의 주요 증상으로는 안구건조와 구강건조이며 이와 더불어 안 이물감, 안검과 안구결막의 충혈, 구설생창(口舌生瘡) 등을 호소한다. 안구건조증이 발생하면 눈물이 잘 나오지 않고 눈꺼풀 아래가 까칠해지며 안구의 작열감과 가려운 증상, 충혈, 눈부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구강건조증이 발생하면 입 안이 건조하며 타는 듯하고 충치가 증가할 수 있으며 더 심해지면 음식을 삼키기가 힘들다. 특히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증상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안구와 구강 외의 타 외분비조직도 건조해 지기 때문에 코와 인후부의 건조로 인한 비염증세, 피부건조로 인한 소양감, 소화액 분비의 저하에 따른 위장장애, 여성의 경우 질건조증도 잘 동반된다.

쇼그렌증후군의 진단기준으로는 후생성면역질환조사연구에 따라 쉬르머검사(Schirmer)를 통한 눈물량 측정, 혈액검사로 특정 쇼그렌증후군 항체의 양성반응 유무, 침샘검사에서 침분비기능 측정, 눈물샘조직과 침샘조직검사에서 림프구의 침윤정도를 통해 진단한다. 주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10배 많이 발생하고 중년 여성에게 다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병률이 0.1~0.5%로 보고돼 있어 희귀질환으로 분류된다. 종종 류마티스 관절염, 전신성 홍반성 낭창, 경피증, 림프종 등을 합병하는 경우가 있는데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 경우를 일차성, 합병하는 경우를 이차성으로 분류한다.
양방에서는 아직 쇼그렌증후군의 완전한 치료방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인공누액과 타액분비 촉진제인 필로카핀(pilocapine) 정도이다. 하지만 일시적 증상 완화일 뿐 지속성이 없다는 것이 큰 한계다. 필로카핀의 경우 부작용으로 땀이 너무 많이 나거나 설사 등 위장관 질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한방에서 쇼그렌증후군을 바라보는 관점은 진액(津液)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진액은 체내에 일정한 계통을 따라 순환하는 혈액, 림프액, 조직액과 음식물에서 흡수한 영양물질, 체내 대사산물인 땀, 콧물, 눈물, 침, 가래 등을 통틀어 말한다. 황제내경에서는 이 진액이 간에 들어가면 눈물이 되고, 심장에 들어가면 땀, 비장에 들어가면 맑은 침, 폐에 들어가면 콧물, 신장에 들어가면 진한 침이 된다고 말한다. 쇼그렌증후군은 이 진액이 어떠한 이유에서 부족해졌는지에 따라 증상이 바뀔 수 있고 치료방법도 달라진다.

먼저 진액을 구성하는 혈(血)과 음(陰) 자체가 부족하고 진액을 생성, 배출하는 기(氣)도 허한 경우이다. 주로 허증으로 또는 고령, 병후의 체력저하로 몸이 마르고 식욕부진, 빈혈, 전신의 무력한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경우라면 기혈음(氣血陰)자체를 보하는 십전대보탕, 팔물탕가미방 등을 처방한다.

다음은 진액을 구성하는 혈(血)과 음(陰)은 있지만 기(氣)가 부족한 경우다. 이러한 경우는 기를 보하는 사군자탕, 보중익기탕, 인삼양영탕을 사용한다.
또한 체력도 있고 신체도 건장한 사람이 건조한 경우다. 즉, 기(氣)는 있지만 진액을 구성하는 혈(血)과 음(陰)이 부족한 것으로 자동차의 배터리와 엔진기능 멀쩡한데 기름이 떨어진 상태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혈과 음을 보하는 육미지황탕, 사물탕, 자음강화탕을 사용한다. 자윤 작용을 하는 사삼맥문동탕 또한 타액의 생성과 분비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보고가 있어서 쇼그렌증후군과 같은 건조질환에 자주 사용되고 있다.
다음으로 쇼그렌증후군의 한의학적 병리기전에서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화열이다. 진액의 속성상 화모진액(火耗津液, 화기가 진액을 마르게 함)과 열능상혈(熱能傷血, 열기가 피를 탁하게 만들어 잘 흐르지 못하게 함)이라 하여 인체의 내부와 외부의 화열에 손상을 입기 쉬운 것이 진액 부족의 원인이 된다.

인체 내부 화열은 주로 칠정 등의 스트레스, 열성음식의 과다 섭취, 육체적 정신적 피로 등이 원인이 되어 생긴다. 이런 케이스는 화열인 실증과 혈음부족인 허증을 겸한 경우가 많다. 이때는 열독을 끄는 황련, 금은화, 연교 등의 약재와 혈과 음을 보하는 약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인체 내부의 화열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무리하여 피로하지 않기, 스트레스 덜 받기, 자극적인 음식 피하기 , 금연, 금주 등을 통하여 화열의 원인을 피하는 방법이 있다.
인체 외부의 화열을 피하는 방법은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인체를 건조하게 만드는 환경을 피하는 것이다. 물을 수시로 마시고 인공누액을 넣으며 실내를 너무 건조하지 않게 습도를 유지하고 지나친 목욕을 피하고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다.

장기적인 양방치료로 쇼그렌증후군으로 인한 건조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이러한 한방학적 치료개념으로 일시적인 치료가 아닌 존치에 가가운 치료로 효율적인 치료를 받길 권장한다.

양방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건조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라고 여겨진다면 이러한 한의학적 치료개념으로 일시적 치료가 아닌 본치에 가까운 효율적인 치료를 받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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