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산문학관, ‘문향’ 창원의 발자취를 만나는 곳
- 가고파거리, 임항선, 철길시장 따라 펼쳐지는 이야기

[일요서울ㅣ창원 이형균 기자] 도시는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산다.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고, 지난 역사만큼 유구하다. 이것을 그냥 흘려버릴 수도 있지만, 차곡차곡 쌓아 문화적 자산으로 만들 수도 있다. 마산합포구 노산동이 그렇다.

노비산 정상에 있는 창원시립마산문학관 @ 창원시 제공
노비산 정상에 있는 창원시립마산문학관 @ 창원시 제공

노산동의 이름은 동 가운데 솟은 노비산에서 따왔다. 노비산은 산의 모습이 말을 끄는 노비와 닮아 붙은 이름이다. 원래 용마산과 연결돼 있다가 일제강점기 신작로 공사로 분리됐는데, 다른 이름으로 제비산이라고도 불린다. 노비산은 차를 타면 금방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야트막한 동산으로, 정상에는 마산문학관이 있다.

근대 창원문학의 흐름을 조망하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05년 건립된 곳이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전쟁과 피난의 역사, 민주화와 산업화를 겪으며 탄생한 바다문학, 민주문학, 결핵문학, 공단문학 등 창원문학의 특성을 알 수 있다. 창원이 안확, 이은상, 김달진, 김춘수, 천상병 등의 문학인들이 거쳐 간 문향임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노산동 가고파거리 중 문학관가는길 테마 거리 @ 창원시 제공
노산동 가고파거리 중 문학관가는길 테마 거리 @ 창원시 제공

마산문학관에서 나와 노비산을 내려가는 길에는 벽화들이 반긴다. 도시재생사업으로 노산동 곳곳의 골목길을 꾸민 ‘가고파거리’ 중 하나다. 가고파거리는 지역사랑고향길, 나라사랑한글길, 문학관가는길, 노비산산책길, 도시사랑기찻길 5개 테마가 있는데, 이름에서 드러나듯 지역의 역사와 특색이 골목에 담겨 있다. 길이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지고, 벽화와 조형물, 전망대가 어우러져 걷는 내내 지루하지 않다.

노산동에는 특히 철길의 역사가 이색적이다. 노산동은 도시를 관통하는 철길로 인해 근대 마산의 교통 중심지로 여겨졌다. 한국철도의 역사를 간직한 임항선과 3역 통합이 이뤄지기 전 북마산역이 노산동에 있었다. 옛 마산시는 임항선을 철거하는 대신 산책로로 꾸몄는데 북마산역을 모형으로 만들었고, 바로 옆에는 기차레일을 활용해 만든 독특한 육교도 있다. 곧은 평지 길에다 조경이 예뻐서 이곳 주민들은 사랑방처럼 임항선을 드나든다.

폐철로를 따라 노점상이 늘어선 철길시장 @ 창원시 제공
폐철로를 따라 노점상이 늘어선 철길시장 @ 창원시 제공

기찻길을 따라 걷다보면 이색적인 시장도 만날 수 있다. 바로 철길시장이다. 그 옛날 기차가 달리던 철길은 좌판으로, 상인들의 의자로, 손님과 노점의 경계가 되고 있다. 길이 포장되고, 아케이드가 설치되는 등 현대화 되는 요즘 시장에 비하면 철길시장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 생경한 모습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철길시장의 규모가 점점 줄고 있다. 노산동 일대에 재건축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에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주인 잃은 포장마차는 길고양이들의 집이 됐다. 인근에 북마산역 주변 노후 주택가를 재건축해 건설된 아파트가 있는데, 철길시장과 대비돼 마치 과거와 미래를 맞붙여놓은 듯 이질적이다.

철도레일을 활용해 만들어진 육교와 북마산역 모형 @ 창원시 제공
철도레일을 활용해 만들어진 육교와 북마산역 모형 @ 창원시 제공

내년이면 교방동과 통합돼 ‘노산동’이라는 이름도 역사로 남게 된다. 변화는 이별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노산동은 앞으로도 새로운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갈 것이다. 도시의 이야기에는 끝이 없다.

주민들의 산책로로 변신한 임항선 @ 창원시 제공
주민들의 산책로로 변신한 임항선 @ 창원시 제공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