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 도발 지속할까···한국의 ‘중재자 역할’ 절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장면. [출처=조선중앙TV]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장면. [출처=조선중앙TV]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북한이 지난 7일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시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한 ‘새로운 길’에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미북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무력 도발 수위를 높이는 북한의 카드가 ‘대화’일지 ‘군사력 확보를 통한 자위력 향상’일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문제로 유엔 안보리 소집···미영 도발 자제” vs 러중 제재 완화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오전 국방과학원 대변인 발표를 통해 “201912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이번 시험의 성공적 결과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짧게 전했다.

다음 날인 9일 북한은 또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의 담화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미 적대적 자세를 취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발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김영철 위원장은 트럼프는 조선(북한)에 대해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김영철 위원장의 담화는 중대한 시험을 성공했다고 밝힌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북한의 압박이 허언에 그치지 않고,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ICBM 관련 시험 등을 통한 직접적인 행동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미북 대결 국면

북한에게 불리

김영철 위원장은 또 트럼프가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면 자기는 놀랄 것이라고 했는데 물론 놀랄 것이라며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안타까울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보다 도발 수위를 높여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수 있음을 언급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중단을 비핵화 협상의 치적으로 꼽아온 바 있다. 북한이 이번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재가동한 것처럼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접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북한이 곧바로 ICBM 발사 카드를 내놓지 않더라도, 핵물질의 생산을 늘리거나 엔진시험위성발사 등으로 핵무력의 개선을 추진하며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해 420일 당 3차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또 다른 방식의 핵무력과 자위력을 강화하며 미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한의 중대한 시험이 어떤 방향이든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한 새로운 길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협상이 연말까지 완료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북한이 ICBM 발사 및 핵실험을 강행하며 수위가 높은 무력 도발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북한에게도 대결 국면으로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통한 대북제재 완화가 북한 경제발전의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길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만 택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극단적인 미북 대결 구도 자체가 중국에게도 큰 부담일 수 있는 부분 역시 북한이 고려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무력 도발의 수위를 강화하더라도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카드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좌초되기 전 조치 취해야

지난 11(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 관련 회의에서 미국과 영국,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의 도발 및 향후 대응을 두고 대치했다. 미국과 영국은 북한의 도발 자제를 촉구했으나,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단계적 접근 및 제재 완화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라이브 방송 및 각국 유엔대표부 홈페이지 발언록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해 영국 등은 이날 북한의 반복된 도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도발 자제를 촉구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회의에서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20번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면서 이는 사거리와 상관없이 지역적 안보와 안정을 약화시키며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북한이 연말 시한을 내세워 위협해 온 새로운 길과 관련해서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우주선(위성)을 발사하거나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하기 위해 설계된 ICBM 시험발사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내다봤다.

크래프트 대사는 이어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실험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논의한 공동의 목표에 깊은 역효과를 낳는다면서 북한이 더 이상의 적개심과 위협을 거부하고, 그 대신 우리 모두가 맞물리는 대답한 결정을 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북한이 계속 도발을 이어갈 경우 안보리는 모두 그에 맞춰 행동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발언해, 추가 제재 등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회의에서 현재 미북 대화 교착 상태에 대해 북한이 긍정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이에 상응하는 안보와 발전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현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미국이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 역시 제재는 외교를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 많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는 미북이 대치 끝에 극적 반전을 이뤄내는 것이지만 중대한 시험과 안보리 회의 소집으로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는 상황. 결국 완전히 판이 깨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의 중재 역할이 절실하다. 북한의 카드가 대화에서 군사력 확보 및 무력 도발 지속으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미북 관계가 악화할수록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좌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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