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자실 개혁’ 청원 올린 허재현 前 한겨레 기자 인터뷰

허재현 기자 [사진=황기현 기자]
허재현 기자 [사진=황기현 기자]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MBC PD수첩의 보도가 일으킨 파장이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PD수첩은 검찰과 법조 출입기자단을 ‘악어와 악어새’에 빗대며 유착 관계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 등 검찰이 진행 중인 수사 내용이 검찰 기자단을 통해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보도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PD수첩은 이 과정에서 검찰과 기자단 사이에 ‘카르텔’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기자단과 검찰은 ‘발끈’했다. 검찰은 다음 날 곧바로 입장문을 발표하고 “중요 수사에 부정적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명백해 보여 매우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법조 기자단 역시 성명서에서 “(PD수첩의 방송은) 법조기자의 취재 현실과는 거리가 먼 왜곡과 오류투성이”라고 비판하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처럼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검찰 기자실 폐쇄’를 부르짖고 나선 인물이 있다. 전 한겨레 기자이자 현 리포액트 이사인 허재현 기자다. 그는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검찰 기자실의 폐쇄 또는 운용방식 전면 개선을 청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지난 9일 허 기자를 만나 검찰 기자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허 기자와의 일문일답.

“최근 5년간 검사 비위 50건 이상이지만 보도 안 돼”
“법조기자 출신으로 결자해지 하는 심정”

- 한겨레 법조기자 출신이다. 청원을 올리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 한겨레 안에 있으면서도 그런 특혜를 받는 것에 찜찜함이 있었다. 다른 기자들의 취재 권한을 왜 제가 투표로 (정하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일정 기준은 필요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유사(類似) 기자가 있다. 영업기자라든가. 그런데 그걸 기자단이 평가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다. 청원까지 올리게 된 건 법조팀장들의 성명을 보고 나서다. 사실은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외부 언론에서 기자들에게 대해서 비판 보도를 하면 그 이후에 태도를 보는 거다. ‘우리가 경청 하겠다’ ‘우리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좋지 않은 관행이 있는지 점검해보겠다’ ‘이런 부분은 사실관계가 잘못돼 국민들에게 해명 하겠다’ 이렇게 (대응) 하면 그렇게 까진 안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성명 내용을 보면 아 이 사람을 외부의 따가운 비판을 받을 자세가 안 돼 있고, 내부 성찰의 기능이 마비돼 있구나. 그런 판단에 이르렀고,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는데. 어떤 분이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고 싶은데 재주가 부족하다. 올려주시면 안 되나. 사실 부담스럽긴 하다. 동료 기자인데, 내가 어디까지 나서서 어디까지 문제 제기를 해야 할 것인가. 나도 특혜를 받던 사람이라 국민 앞에 나서는 것이 적절한지도 모르겠고. 고민을 해봤는데 지금 같은 타이밍에, 결자해지 한다는 심정으로 국민 앞에 설명을 하면 그게 오히려 내가 국민에게 해야 할 도리이자 의무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했다기보다는 국민들이 먼저 요청을 했고, 마음의 빚을 갚는 심정으로 청원을 올리게 된 것이다. 힘든 과정이다.

- 방금 지적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은 기자실이 모든 문제의 온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기자실은 해체시켜야겠구나라고 생각한다. 다만 출입처 시스템이나 기자실 운영은 계속 돼야한다. 필요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기자들이 브리핑을 들을 공간도 필요하고, 기사 쓸 공간도 필요하고. 해외 어느 나라에도 다 있는 곳이다. 그걸 없애라는 게 아니라, 지금의 기자실 형태로는 안 된다. 일단은 다 부수고,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과 토론 등을 통해 새로 시스템을 만들어야 겠다 생각해서 청원을 올리게 됐다. 법무부장관이 바뀌면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서, 시민사회, 언론전문가, 기존 기자단, 온갖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해서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바람직하게 운영할 수 있을까. 일단은 검찰기자단에 대해서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지적됐기 때문에 법무부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 사실은 모든 정부부처 기자단의 고질적인 문제다. 어쨌든 수사기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굵직굵직한 사건을 기소하는 검찰과 관련된 부분이 시급하다. 국민청원 20만 명이 돌파하면 어떤 식으로든 대통령 답변이 나오게 돼 있는데, 답변이 그런 방향으로 나오면 좋을 것 같다. 못 넘더라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 포스를 법무부가 구성해서 해야 한다. 출입처는 허가가 아니라 등록제로 바뀌어야 한다. 기자단이 아니라 소관 부서에서 심사해서 적절한 기준이 되면 출입을 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 PD수첩의 보도가 왜곡됐다는 반박도 있다.

반박 글을 봤다. 해당 기자가 올린 예시 중 2건이 한겨레 기사였다. 당시 제가 취재 과정에 관여했다. 한겨레나 되니까 할 수 있던 보도를 가지고 법조기자단 전체가 마치 일 잘하고 공직자 감시 잘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 않아줬으면 한다. 또 예를 몇 개 못 들었다. 제가 법조팀에 있었을 때 국회 통해서 자료를 받은 게 있다. 판사가 비위행위로 많이 적발되는지 검사가 많이 적발되는지. 최근 5년 동안 검사가 비위행위로 징계 받은 건수가 50건이 넘는다. 판사는 3~4건 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보도가 됐다. 검사는 보도가 거의 안 됐다. 어딘가에 묵혀 버린거다. 징계가 아니더라도 구설에 휘말리거나 부적절한 건까지 합치면 훨씬 많을 것이다. 보도된 게 정말 몇 건 안 되지 않느냐. 검찰 감시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느냐.

- 요즘 화두인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기자단 개혁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오랜 적폐 중 하나였던 거다.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적폐청산이 있다. 공무원이나 행정기관 등. 그러나 언론은 민간 영역이다. 정부가 개입을 하면 언론 탄압이 돼 버린다. 우리 스스로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조 기자단을) 가만히 보니까 그럴 능력이 없어 보인다. 고인물이 돼 버린 거다. 법조 기자는 특히 고인물이 된다. 기자 사회에서도 전문 영역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검사나 판사를 만나기에 전문 기자를 키운다. 검사, 판사들과 오랫동안 같이 있다 보니 그들의 생각에 자연스레 젖어 들어간다. 외부의 헌법학자나 NGO 활동가를 만나는 빈도보다 (검사나 판사를 많이 만난다). 성명문을 읽으며 악취를 느꼈다. 물그릇 자체를 깨버리고 새로 만들어야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명확히 하고 싶은 건, 저는 기자실을 없애자는 게 아니다. 기자들의 특권을 없애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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