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대한민국은 촛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국민의 이념 성향에선 차이가 더 확연하다. 보수 33%, 중도 25%, 진보 27%… 촛불이 본격화되기 이전 2016년 9월 2주 한국갤럽 여론조사 이념 성향이다. 보수 24%, 중도 28%, 진보 30%… 2019년 12월 2주 한국갤럽 여론조사 이념 성향이다.

촛불 이후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라던 우리 사회가 크게 달라졌다.  보수는 크게 줄고 중도와 진보는 늘어난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기본적으로 진보적’인 사회가 됐다. 권위가 인정되는 질서 사회에서 수평적인 무질서 사회로 바뀌었다. 안정 대신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마침 불어닥친 4차 산업혁명 물결은 이런 흐름을 재촉하고 있다.

‘변혁’은 새 당명으로 새로운보수당을 확정했다. 새로운보수당을 바라보는 여론과 정치권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당장 안철수계의 반발을 불렀다. ‘합리적 중도’ ‘중도 개혁’을 표방한 것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중도 확장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안철수계의 신당 참여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한국당과 통합을 전제로 한 당명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보수통합 움직임에 물꼬를 트기 위한 방편이란 것이다. 새로운보수당은 청년과 중도를 지향하며 공정과 큰 보수 시대를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올드보수로는 문 정권을 심판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새로운보수당의 ‘보수’ 승부수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바른정당 창당 이전에 가칭 ‘보수신당’을 사용한 바 있다. 당시에도 한국당과 보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였다. 최종 당명은 보수신당 대신 바른정당으로 정해졌다. 보수 경쟁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보수 대표성은 여전히 한국당의 몫이다. 

1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보수 진영에겐 최악이다. 한국당 지지율은 20%로 민주당(4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바른미래당도 5%까지 떨어졌다(여론조사 관련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3주 연속 상승하며 50% 돌파가 목전이다. 황교안 대표의 호감도는 18%에 그쳤다.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도 23%에 불과했다.

정치, 경제, 외교 각 분야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엔 온갖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4+1’ 협의체의 예산안 강행처리 후폭풍도 크다. 한국당은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언론도 보수, 진보 가리지 않고 정부여당에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때리면 때릴수록 민주당과 문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국민의 이념 성향 변화는 주요 현안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소미아 파기, 공수처 설립, 수사권조정, 선거제 개편 찬성 여론이 상당히 높아졌다. 국민은 정부여당의 주요 국정 현안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보수 야권이 반대하는 쟁점들이다. 국민에 맞서는 것처럼 된 것이다.

새로운보수당은 탄핵 입장 외에 한국당과 차이가 거의 없다. 국정현안에 대해선 강경보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민은 보수 진영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당명에 ‘보수’까지 못 박은 새로운보수당이 국민을 어떻게 담아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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