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12월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12월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내년도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액을 결정하는 방위비 협상이 다음 주 서울에서 열린다. 지난 3(현지시간)~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4차 회의를 진행한 지 2주 만으로 올해 마지막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James DeHart)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를 수석대표로 하는 한미 대표단은 17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11'·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5차 회의를 진행한다.

방위비 협상은 지난 9월 서울에서 첫 회의가 열린 것을 시작으로 10월 미국 하와이, 11월 서울을 오가며 한 달에 한 번씩 이뤄졌다. 하지만 3차 회의에서 미국이 새로운 항목과 과도한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채 일방적으로 자리를 뜨면서 협상이 파행을 빚었다. 이후 한미는 2주 간격으로 만나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올해 분담금 1389억원보다 5배 이상 많은 50억 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SMA 항목 외에 역외 훈련 비용,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주한미군 인건비 중 수당과 군무원 및 가족지원 비용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동맹에 대한 과도한 요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대표단은 SMA에서 규정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직접 주둔과 관련한 3가지 항목 내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외교부는 "기존 협정 틀 내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 인내를 갖고 미측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며 "한미 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감축으로 8.9% 삭감된 20056차 협정을 제외하고, 해마다 2.5~25.7% 증액됐다. 시기별 인상률은 199418.2% 3(1996) 10% 4(1999) 8.0% 5(2002) 25.7% 6(2005) -8.9% 7(2007) 6.6% 8(2009) 2.5% 9(2014) 5.8% 10(2019) 8.2%였다.

특히 올해 협상에서는 미국의 과도한 증액 요구에 맞서 반환 주한미군기지 정화 비용, 호르무즈 파병, 무기 구입 등 이슈가 방위비 협상과 연계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호르무즈 관련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외교가에서는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국군 파병을 언급한 것은 방위비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쿠웨이트 등 산유국의 석유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항해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이란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며 지난 7월부터 동맹국에 파병을 요구해 왔다. 앞서 일본은 지난 11NSC를 열고 해상 자위대의 중동 파견 문제를 논의했다.

정부가 4개 주한미군기지를 반환받으며 1100억원에 달하는 오염 정화 비용을 부담키로 한 것도 방위비 협상과 연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오염 정화 비용을 직접 방위비 협상 목록에 포함시키는 것은 SMA 틀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와 군 관계자 등은 "방위비분담금 협상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밖에 미 국방부 고위 관리가 방위비 협상과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입이 연계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주목받고 있다. 케빈 페이히 미국 국방부 조달담당 차관보는 지난 10(현지시간) '한국이 상당한 규모로 미국산 무기를 사들이는 것이 한미 방위비 협상에 옵션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개념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행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올해 말 종료된다. 10차 협정은 10차례의 공식 회의 및 외교 채널을 통한 협의를 거쳐 올해 210일 최종 타결하고, 가서명을 진행했다. 이후 한미는 38일 협정안에 공식 서명했다.미국이 크리스마스(25)를 기점으로 휴가에 돌입하는 만큼 한미는 내년 초까지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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