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교수
신용한 교수

하루하루가 ‘강대강’ 대치의 연속이다. 한국 정치 말이다.  공수처법,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률들을 놓고 소위 ‘4+1’의 연합군(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과 자유한국당 단독 진영 간의 전쟁이 금방 사생결단으로 치달을 기세다. 

이런 양극단의 대치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속마음은 타들어만 가고 정치 혐오와 무관심으로 이어지면서 소위 ‘무당층’ 내지 ‘중도층’은 점점 늘어만 간다. 이럴 때마다 터져 나오는 말이 “어디 쌈박하게 새로운 인물이나 새로운 정당 없는가?” 하는 말이다. 즉, 신대륙과도 같은 ‘블루오션(blue ocean)’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것이다. 각 정당들이나 정치권 또한 새로운 인물과 진영을 찾으면서 블루오션을 입에 달고 다닌다.

블루오션은 현재 존재하지 않거나 알려지지 않아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아이템이나 시장을 가리킨다. 아직 시도된 적이 없는 광범위하고 깊은 잠재력을 가진 시장을 비유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블루오션이라는 어마어마한 신대륙을 발견하려면 발상의 전환을 통해 매력적이고 차별화된 아이템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그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장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필수적으로 창의력이 요구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대변되는 ‘레드오션(red ocean)’ 인물들의 장기간 권력 분점과 전쟁으로 국민들의 혐오감이 극에 달해 있는 한국의 정치 시장! 그토록 갈망해 온 전통적인 레드오션을 넘어서는 블루오션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정치권에선 여야, 어느 당 할 것 없이 연일 블루오션을 찾는다면서 정치 신인 인재발굴 및 인재영입의 이벤트를 펼치기 바쁘다. 경쟁적으로 나서다 보니 도가 지나쳐 아직 의사 확인도 안 된 ‘박찬호’나 ‘이국종’을 언론에 흘렸다가 헛물을 켜기도 하고, 청년 인재를 발굴한다고 요란을 떨어놓고는 막상 공천 단계로 접어들면 “제대로 쓸만한 젊은 인재가 없다”는 식으로 발뺌하기 일쑤다.

모두가 대박을 꿈꾸며 블루오션을 갈망하지만, 거기엔 커다란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생각을 한 번만 뒤집어 보면, “왜 이런 대박 아이템을 천하의 삼성은 하지 않았을까? 그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한 대기업들은 왜 뛰어들지 않았지?”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바로 그 점이다. 

우리가 신대륙처럼 환호한 블루오션은 자칫 별 효용이 없어서 남들이 접근하지 않은 ‘배드오션(bad ocean)’이거나 해 봐야 전혀 득이 되지 않아 방치한 ‘데드오션(dead ocean)’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무작정 블루오션을 찾다가는 효용이 없거나 전혀 득이 되지 않는 아이템에 집착할 우를 범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빨강(레드)에 파랑(블루)을 섞으면 보라(퍼플)가 된다. 한번 ‘하이마트’를 들여다 보자. ‘하이마트’ 옆에는 전통의 삼성과 LG의 직영점이 존재한다. 삼성이나 LG 입장에서는 직영점에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으로 물건을 공급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극심한 경쟁 속에서 어떻게 ‘하이마트’가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바로 소비자들의 ‘비교 본능’을 자극하여 성공한 사례다. 한자리에서 여러 회사의 제품을 동시에 비교 분석하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다. 즉, 삼성과 LG가 장악하여 포화상태에 이른 레드오션 시장인 가전제품 분야에서 소비자의 비교 본능을 자극하여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해 낸 것, 이것이 바로 레드와 블루를 결합하여 새로운 ‘퍼플오션(purple ocean)’을 창출해 낸 사례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듯, 기존에 경험과 지혜를 겸비한 원로나 선배 정치인들이 멘토가 되어 주고, 참신한 신인들이 멘토가 되어 경험을 공유하고 지혜를 나누어주며 과감하게 미래의 변화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주고 용퇴한다면, 극단으로 갈라져 꽉 막힌 한국 정치에도 퍼플오션의 신대륙이 펼쳐지는 것이다. “쓸 만한 인재가 없다”는 타령이 공허해지고 퍼플오션으로 곱게 물드는 새로운 대한민국 정치 시장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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