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총선 후보를 컨설팅하다 보면 가장 크게 의아한 부분이 있다. 총선에 출마할 후보들의 정치 이력이 대부분 만만치 않은데, SNS 어디에도 그들의 장점이 잘 드러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무슨 직함을 가졌다’는 고지성 이력만 난무하고, 그 직함을 통해 ‘무슨 일을 했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혹은 자신의 강점을 충분히 어필해야 하는데도 그와 상관없이 자신의 일상만 기록한다. ‘어디에 다녀왔다, 누구를 만났다, 무슨 일을 했다’는 식이다. 

유권자의 표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 정도 고지성 혹은 일상 글로는 부족하다. 이 지역을 바꾸기 위해 나는 어떤 역량을 갖고 있는지,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해 왔는지, 다른 후보와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왜 ‘자신’을 뽑으면 이 지역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지 끝없이 보여주고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설득은커녕 대부분 설명하기 바쁘다. 자기소개서의 뻔한 소개글처럼 자신의 장점을 텍스트로 지루하게 나열하며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즉, 비유가 없다.

청렴함을 강조하고 싶다면, ‘나는 깨끗한 사람입니다’가 아닌, 55년 살면서 파출소 문턱에 한 번도 들어서지 않았다 표현하는 게 낫고, ‘나는 성실한 사람입니다’라고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초등학교 시절 6년 동안 받았던 개근상이나 공인단체에서 받은 성실상, 표창장을 여러 장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 

‘부정·부패를 용납하지 않겠다’ 말하기보다는 ‘부정, 부패’가 지워진 사전을 사진으로 보이며, ‘내 인생 사진에는 없는 단어’라고 표현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추진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어필할 것이면 ‘불도저’ 사진을 올려놓고, 그 아래 ‘뭐든지 시켜만 주십시오, 다 파헤치겠습니다’라는 식의 한 줄을 넣으면 된다. 자신의 이미지를, 자신의 강점을 무조건 설명하기에 앞서, 그것이 유권자에게 어떻게 전달될 것인가, 좀더 강하고 임펙트 있게, 빠르게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을 말할 때도 마찬가지다. 정책을 텍스트나 카드뉴스에 담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말해야 한다. TV뉴스 기자처럼 현장에 나가 생생한 목소리로 공약을 알기 쉽게 전해야 한다. 자막도 충분히 활용하고, 각종 자료화면도 보충해야 한다. 후보의 목소리에 다짐과 각오와 신뢰가 묻어나야 한다. 지역의 위험한 곳이 있다면 현장에 나가 찍은 사진이나 간단한 영상으로 이런 위험을 방치하고 있는 행정의 문제점을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시민의 입장에서 고발해야 하는 것이다. 

후보의 강점을 드러내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간단하다.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줘야 한다.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하는 것이다. 유권자에게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세세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나 영상으로 자신의 강점을 ‘은유’로 보여주는 것이다. 때로는 해석의 여지를 남겨야 하고, 때로는 생생한 현장감과 공약의 구체성을 기반으로 일목요연하게 유권자에게 어필해야 한다. 

많은 후보들이 자신의 강점을 설명하는 데에서 그치고 있는 지점이 안타깝다. 설명한다고 다 들을 것인가. 더 강하게 보여줘야 한다. 더 강한 이미지를 남겨야 한다. 선거는 후보 자신이 살아온 이력으로 어필하는 것이다. 오늘 내 페이스북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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