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인사발령 기준...“근로자 권리 지켜야”

내용과 무관함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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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19년도 얼마 남지 않았고, 매년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기업체들에서는 인사발령(인사이동)이 많이 발생한다. 특정 부서로 이동하는 때도 있고, 팀장이나 부서장 등으로 승진 발령이 나기도 하며, 인사평가의 결과에 따라서는 소위 ‘한직’으로 이동하는 때도 있다.

보통 인사발령은 노동법적으로 회사의 재량권이 상당히 인정되는 것이 사실이나, 무작정 이를 인정하다 보면 근로자들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또, 이를 악용해 노동조합의 임원이나 조합원을 한직으로 이동시킨다면 이는 부당노동행위의 소지가 있으며, 최근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의 한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주에는 기업 내에서 일어나는 인사발령(인사이동)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이러한 인사발령이 어떤 경우에 부당하다고 판단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인사발령 또는 인사이동(이하 ‘인사발령’이라 함)이란 기업 내에서 또는 다른 기업과의 관계에서 근로자의 근무내용, 근무 장소 및 근로관계 당사자의 변동을 가져오는 근로관계에 있어서의 변동을 일컫는 말이다. ‘전직’이란 기업 내의 인사발령을 말하는데, 기업 내에서의 인사발령을 배치전환이라고 하면서 전직(직무 내용의 변경)과 전근(직무 장소의 변경) 등으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를 구분하지 않고 혼용해 사용한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 등)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인사발령에 해당하는 전직에 대해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사발령의 권한에 있어서 여러 가지 견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이나 대법원 판례 등에서 인사발령은 인사권자인 사용자(회사)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상당한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나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선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등에는 무효가 될 수 있다. 

인사발령시 근로자 동의 필요? 

우선,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근로계약 상 근로의 내용이나 종류가 특정돼 있는 경우, 사용자의 일방적인 인사발령은 허용이 되지 않는다. 예컨대, 간호과에 소속돼 있는 간호사로 취업한 근로자를 임의로 병원 식당의 조리사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히 부당한 인사발령으로 판단될 것이다. 즉, 근로계약서 상 근무지나 직무가 특정돼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정당한 인사발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도 “근로계약에서 근로 내용이나 근무 장소를 특별히 한정한 경우에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전보나 전직 처분을 하려면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달리, 근로계약 상 근로의 내용이나 종류가 특정돼 있지 않거나 취업규칙 등에 따라서 근로자의 인사발령에 대해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사용자(회사)에게 상당한 재량권이 인정되지만,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해당 인사발령의 정당성 유무를 판단하게 된다. 대법원 판례도 이러한 인사발령에 대해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고,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고 근로자측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라고 보고 있다. 

인사발령 정당성 판단 기준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시행한 인사발령이 정당한지는 ① 회사의 업무상 필요성이 있는지, ②근로자가 입게 될 생활상의 불이익과 비교해 정당한지, ③ 근로자와의 사전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등에 따라서 판단하게 된다. 

첫째, 인사발령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업무상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업무상 필요성이란 해당 인사발령이 객관적으로 보아 기업의 합리적인 운영에 이바지하는 것인지와 함께 해당 근로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합리성의 존부를 근거로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관리팀은 여유 인원이 있지만, 영업팀에서는 인력이 부족한 경우 관리팀의 인원을 영업팀으로 배치를 하게 됐고, 관리팀 인원 중 종전 경력 중에서 영업팀 근무경력이 있는 직원을 선택했다면 정당한 인사발령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인사발령에 있어서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 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될 수 있다. 

둘째, 기업의 업무상 필요성으로 인사발령을 하는 경우라도 근로자가 입게 될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ㆍ교량이 필요하다.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인사발령 등으로 인해 입게 되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예컨대, 근로자의 자택과 근무 장소가 모두 서울 시내인 상황에서 근로자의 근무지를 갑자기 부산으로 변경한다면 해당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이 크지만, 부산에 별도의 숙소를 마련해준다거나 이사비를 지원해주는 등의 조치로 근로자가 겪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을 줄여준다면 인사발령이 정당하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도 인사발령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대법원 판례에서 “전보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했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는 할 수 없다.”라고 해 인사발령을 할 때 해당 근로자와 협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러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인사발령이 부당하다고는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인사발령에 대해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절차를 규정한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절차를 위반하는 경우 해당 인사발령은 부당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단체협약에 조합원에 대해 인사발령을 하는 경우 노동조합과 합의나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위반하게 되면 부당 인사발령이 될 수 있다. 또한, 근로자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서 인사발령을 하는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며, 당연히 인사발령도 부당하다고 판단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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