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전 회장, 내부 혁신·유망사업 발굴 강조

[GS 홈페이지 캡처]
[GS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사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법 시행 이후인 2014년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돌아온 기업은 59곳에 그쳤다.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들이 갖은 규제와 높은 운영비, 포화한 내수시장 등을 이유로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는 상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이번 호는 베트남 최대 자산운용사인 비나캐피탈과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터키 르네상스 홀딩스 자회사 지분을 인수하는 등 해외에서 활발히 사업을 펼치는 GS에 대해 알아본다.

GS에너지, 베트남 최대 자산운용사 ‘비나캐피탈’과 MOU 체결

GS건설, 터키 ‘르네상스 홀딩스’ 자회사 ‘CPEY' 지분 49% 인수

“기본이 바로 서면 길이 저절로 생긴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허창수 전 GS 회장이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 사물의 근본이 서면 도는 저절로 생겨난다는 뜻)’이라는 논어의 구절을 인용해 경영위기 돌파 해법을 제시했다.

지난 10월 허 전 회장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GS타워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9년 4분기 GS 임원모임’에서 “일본 수출 규제,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경기에 불확실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수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내수 소비와 투자가 줄고 있어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영환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자신감 있는 능동적인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며 “결국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기본 역량을 강화하는 데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S건설이 ‘클린(Clean) 수주’ 원칙을 고수하며 브랜드 경쟁력과 품질, 기술만으로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표본으로 삼고 GS 임직원들이 원칙을 준수해 기본을 실천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허 전 회장은 내부 혁신으로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다양한 시도로 유망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GS는 계열사별 혁신 기술과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시도를 소개했다. GS칼텍스는 주유소와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GS리테일은 편의점인 GS25를 기반으로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 충전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로 인해 주택시장이 침체되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시공평가에서 4위를 기록한 GS건설은 올해 초 중장기적 비전을 구체화한다며 ‘스마트팜(Smart Farm)’과 ‘수처리사업’을 신규 사업 목록에 추가했다. GS건설의 스마트팜 사업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이용해 농작물이나 가축이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농장이다.

기존 농장과 달리 스마트팜의 경우 센서와 네트워크로 생육환경을 자동으로 관리한다. 관리자는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모든 조건을 통제할 수 있다. 스마트팜 사업은 농림수산식품부의 핵심 주력 사업으로 꼽히고 있어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10년간 총 7160억 원 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제이한 PDH-PP 프로젝트 참여 

지난 9월에는 GS건설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터키 ‘르네상스 홀딩스’의 자회사인 ‘CPEY’의 지분 49%를 인수하는 주주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프로젝트 계획이 최종 확정되면 구체적인 지분 인수금액이 정해지며 지분인수 절차도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GS건설은 CPEY가 터키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인 ‘제이한 PDH-PP(Ceyhan Propane De-Hydrogenation-PolyPropylene)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주주계약과 동시에 이 프로젝트 기본설계(FEED) 계약자로도 참여한다. 향후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자 지위까지 단독으로 확보하는 계약에도 서명했다. 이에 GS건설은 주요 투자자일 뿐만 아니라 기본설계와 EPC 수행은 물론 운영수익까지 추구하는 투자형 개발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제이한 PDH-PP 프로젝트는 터키 아다나주의 제이한 지역에 터키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1300만㎡ 규모의 석유화학 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로 연간 45만 톤 규모의 프로필렌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다. 이 프로젝트는 라이센서인 ‘하니웰 유오피’와 ‘리온델바젤’의 기본설계 후 GS건설의 기본설계 수행 및 금융조달 절차를 거쳐 2024년 상업생산을 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매년 해외에서 사장단 회의 개최 

GS는 지난 10월30일부터 31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사장단 회의를 갖고 글로벌 사업 점검과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허 전 회장을 비롯해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현 GS그룹 회장)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이 참석했다. GS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2011년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 태국 등 성장이 기대되는 해외 시장에서 매년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날 허 전 회장은 회의에서 “대만은 지난해 교역량 375억 달러를 기록해 한국의 6위 교역 파트너가 됐고 아세안 국가와도 긴밀한 경제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며 “대만은 GS가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전략적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은 GS25의 PB상품을 대만에 수출해 오면서 최근 대만의 무역전문기업 테이트(Tait)와 손잡고 PB 상품인 유어스 20종을 추가로 수출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 초부터 대만으로 수출되는 ‘유어스 벚꽃스파클링’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올해 대만 내에서 매출을 20억 원대까지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리테일은 향후 2년 내 1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수출에 집중할 계획이며 대만산 인기상품도 지속적으로 수입해 GS25를 통해 판매하는 등 대만과의 교류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GS에너지는 지난달 28일 서울 소월로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베트남 최대 자산운용사인 비나캐피탈과 베트남 내 LNG복합화력발전사업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제휴로 베트남 남부 지역에 3GW 규모의 초대형 LNG복합화력발전소를 세워 운영할 계획이다. 여기에 생산하는 전력은 베트남전력공사와 전력구매계약(PPA)을 맺고 안정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발전 연료인 LNG는 자체 도입하고 저장·기화 설비도 함께 운영해 가스에서 발전에 이르는 밸류 체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투자 배경으로는 베트남은 빠른 경제성장에 따라 전력수요도 급증하고 있어 전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올해 여름에는 순환 정전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력공급난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GS에너지는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 전력난 해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이번 진출을 발판으로 삼아 동남아 시장에서 다양한 에너지사업을 추가로 모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GS에너지는 2015년 아랍에미리트(UAE) 광구사업에 참여해 한국 유전개발 역사상 단일사업 기준으로 최대 규모 원유생산량을 확보했다. 2017년에는 인도네시아 석탄광 사업에 진출하는 등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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