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장관 지명 '속내'는…秋 "비문(非文) 탈피"-靑 "방패막이"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나는 조직에 충성할 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지난 2012년 당시 윤석열 검사의 이 발언은 ‘항명파동’으로 번졌다. 말 한마디에 정권마저 흔들렸고 결국 윤 검사는 권력의 심장부를 떠나야 했다. 그로부터 7년 후 윤 검사는 검찰총장으로 돌아왔지만 다시 칼끝에 섰다.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였던 5선 추미애 의원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목됐다. 그는 “검찰 개혁은 소명”이라며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모두 건 모양새다. ‘추(秋)-석(錫) 전쟁’에 검찰 조직과 진보 진영의 명운이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검찰기.[뉴시스]
검찰기.[뉴시스]

-‘추(秋)-석(錫) 전쟁’ 승패, 靑 하명수사 ‘속도’ 낼까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책 등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우리나라 검찰은 세계에서 유례없이 많은 권한을 다 갖고 있다”, “민정수석 두 번 하며 끝내 하지 못한 일, 아쉬움으로 남는 게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검찰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지난 2017년 5월, ‘TV조선’이 대선을 앞두고 약 두 달간 문 후보의 발언을 분석한 결과 최다 키워드는 ‘촛불’로 409번 언급됐다. ‘혁명’, ‘대청소’는 각각 97번, 28번씩이나 등장했다. ‘문재인식 검찰 개혁’이 무엇인지 대략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가 집권 후 ‘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등장했다. 그의 ‘검찰 개혁’이 문턱을 넘기 직전이다.

그런데 문턱에 다가가기도 전에 청와대는 ‘3대 친문(親文)농단 게이트’에 휩싸였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겨냥해 경찰이 청와대로부터 하명수사를 벌였다는 ‘부정선거 개입 의혹’과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우리들병원 대출 의혹 사건 등이다.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고 조국 전 민정수석도 수많은 불법 의혹으로 법무부장관직에서 사임했다. 청와대는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로 하여금 그동안 숙원사업이었던 ‘검찰 개혁’을 이루려 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12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12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秋, 법무부장관직 덥석 받은 이유는

5선의 추 전 대표는 지난 5일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목되자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은 시대적 요구”라며 “소명 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검찰개혁’을 기필코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입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친문(親文) 인사라기보다는 비문(非文) 인사라고 알려져 있다.

앞서 추 전 대표가 비문 계열로도 분류된 이유는, 과거 친노, 친문 인사들에 대한 대응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한 민주당 의원이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기각의 여파로 추 전 대표는 17대 총선에서 낙선, 광주 등에서 3보 1배 등 ‘반성’을 했지만 결국 야인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당대표 시절인 2018년 1월, 친문 핵심 인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 공작’을 빌미로 특검에 의해 기소되도록 만든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이번 법무부장관직을 통해 ‘검찰 개혁’을 이뤄 기존 비문 성향을 탈피, 종국적으로 정치적 생명을 연장시키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백승재 대한변호사협회 전 부협회장에 따르면 추 후보는 앞서 저지른 故 노 전 대통령 탄핵 사태, 김경수 드루킹 댓글 사건 촉발 등으로 인해 도저히 친문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할 것이므로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그러면서 백 전 회장은 추 전 대표가 장관직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방풍막이 역할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백 전 회장은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의 핵심은 뇌물 감찰을 무마시킨 것”이라며 “강요죄, 직권남용죄가 적용될 수 있는데, 청와대 조직도에 따라 결국 그 상선에는 문 대통령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 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임 전 실장은 떠났다. 결국 문 대통령을 방어하기 위한 것 아닐까 한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칼, 秋 수사지휘권 vs 방패, 尹 신속수사

이헌 대한법률구조공단 전임 이사장은 추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됐을 경우 검찰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 전 이사장은 “검찰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법에 나와 있다”며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의 수사를 방해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인사권과 감찰권”이라고 언급했다.

이 전 이사장은 “법무부의 감찰기능을 활성화시켜 수사 관계자들에 대한 감찰을 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수사방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마치 공정하지 않은 것처럼 비춰지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백 전 부회장 또한 추 후보가 장관이 됐을 경우 ‘수사방해’ 카드 가운데 ‘인사권’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오는 2020년 2월이면 검찰 인사가 있다”며 “인사명령에 최종 승인권자는 검찰총장이 아닌 법무부 장관”이라고 말했다. 즉, 오는 2월 검찰인사가 단행되면 사건 담당 수사관들이 전보조치되면서 수사가 유야무야될 수도 있는 셈이다. 백 전 부회장은 앞서 이 전 이사장이 언급했던 ‘감찰권’을 통해 ‘과잉수사’로 몰아 결과적으로 ‘수사방해’할 수도 있다는 점 또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전 이사장과 백 전 부회장은 공통적으로 ‘청와대 3대 친문 농단게이트’에 대한 수사는 지금부터 ‘속도전’이라고 진단했다. 즉, 추 후보의 장관직 임명에 따른 인사조치 단행에 앞서 “차고 넘치는 퍼즐(증거)을 모아 신속히 수사 결과를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이사장과 백 전 부회장 모두 “이번 사건의 불법성을 얼마나 빨리 입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백 전 부회장은 “윤 총장에게는 강력한 세 개의 방패를 갖고 있다”며 “우선 검찰조직은 윤 총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고, 이미 차고 넘치는 증거를 많이 확보했으며, 국민적 지지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이사장 또한 백 전 부회장의 의견에 대해 “국민적 지지와 함께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한다. 국가 최고 권력기관이 행하는 거대 권력과 불법 행위가 있다면 국민들이 이를 관심 가지고 감시해야 할 권리를 충분히 행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필요하다면 입장 표명도 필요하다”며 “수사는 공정성과 중립성이 필요한데, 그 대상이 설사 살아있는 권력이라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봤을 때 중립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외압없이 이루어지도록 여건이 보장되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결국, ‘법과 원칙에 근거한 수사’만이 윤 총장과 검찰 조직 전체의 명운이 달렸다는 뜻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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