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정보원 회계부정 논란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약학정보원의 회계 부정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전·현 집행부 간의 갈등 해결 실마리는 좀처럼 찾을 수 없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의혹과 반박을 반복하는 공방전이 마치 꼬리물기식의 진흙탕 싸움과도 같다고 입을 모았다. 더군다나 지난달 약정원과 관계자들이 개인정보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검찰의 구형을 받았던 만큼, 이를 접한 국민들의 눈길이 곱지 않은 모양새다. 
 

거듭된 전‧현 집행부 양측 공방전...합의점 못 찾나 우려 시각도
약정원 및 관계자들, 올해 개인정보법 위반 등 검찰 구형 ‘눈살’



약학정보원(이하 약정원)은 의약분업이 준비되던 1999년, 대한약사회 정보통신위원회 산하 약학정보팀에서 출발을 알렸다. 그 후 2000년 대한약사회 총회 의결을 통해 2001년 ‘대한약학정보화재단’으로 설립됐고, 이후 ‘약학정보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현재 약정원은 의약품 낱알식별 등록기관으로, 정부기관, 국립병원, 국내 유수의 대학 병원 등에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복약안내문과 6개 국어 복약정보 픽토그램, 의약품 검색 애플리케이션, 약학전문서적 발간 등 약료서비스 콘텐츠를 연구‧제공하고 있다.

회계 부정 의혹, 수면 위로
반박 이어 폭로...또 반박


본격적으로 약정원의 내부 잡음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달부터다. 약정원은 전임 집행부인 양덕숙 전 약정원장이 재임 중 비용 처리한 수십 억대에 이르는 회계 문제를 소명하지 못하면 배임 혐의로 고소·고발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약정원은 2019년 제2차 정기이사회를 개최해 회계 문제 및 법적 조치에 대한 의결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양덕숙 전 원장이 재임하던 6년 동안 사업 내역에 따른 손실액과는 별도로 운영비 사용에 대한 회계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당시 약정원 측은 6000여만 원 가량의 영수증들이 사용자와 사용 내역 등의 불분명으로 ‘증빙 불명 영수증’이 됐다고 밝혔다. 운영비에 필요한 비용 처리에 따른 영수증이 대부분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카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사용된 카드 종류가 180여 종에 달했다고 전했다. 당시 약정원 측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증빙불명 영수증 금액은 6000여만 원이지만, 전임 약정원 집행부가 3년 치 회계자료만을 남기고 이전 자료는 모두 폐기해 6년 재임 기간의 운영비 내역을 파악할 수 없다”며 “자료가 없어 드러나지 않은 금액을 유추하면, 6000여만 원보다 더 많은 부정 사용을 짐작하게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약정원 입장에 양덕숙 전 원장은 반박에 나섰다. 양 전 원장은 지난 5일 ‘제1차 김대업 집행부 약사회원 화합저해 중지와 경영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다. 양 전 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 집행부에 의해 제기되는 의혹은 회계장부 문제, 세금 문제, 임원 활동비 등에 관한 것이지만 내부 외부 회계감사 결과 전부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내용”이라며 “당시 집행부는 오로지 약정원 발전을 위해 한 일이었으며 부끄러운 짓을 추호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원장 당시 위법행위를 했다면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 전 원장은 반박 이후 또 다른 폭로를 이어갔다. 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이 과거 약정원장 시절 약 7억 원의 공금을 횡령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주장이다. 양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개인정보보호법위반으로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비밀장부를 발견했고, 당시 회계담당을 불러 물어보니 국가 용역사업비를 외부로 빼돌려 다시 돌려받아 회사에 입금하지 않고 국가 과제와 상관없는 임원 등이 나누어 사용했던 서류였다고 했다”며 “형식적으로 세 사람이 사인을 하고 돈을 가져갔지만 돈의 출처 또한 약정원 장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11년 전향적 합의에 의해 투쟁이 끝나고 편의점에 약이 나갔지만 회원들이 모아준 돈 4억이 넘게 남은 돈을 이듬해 2, 4, 7월 현 집행부를 포함한 다수가 사인만 하고 나누어 가진 것으로 의심되는 자료도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안에 대해 좌시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양 전 원장의 주장에 최종수 약정원장은 곧이어 입장문을 발표해 ‘허위사실’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최 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전임 양덕숙 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의혹들은 이미 예전에 몇 번씩 문제를 제기하고 고소해 이미 무혐의 결정이 난 사안들인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사실인 양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명예훼손 행위”라며 “만약 양 전 원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고발 조치 등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등 사실이 아닌 내용을 되풀이하는 것은 특정인을 음해하는 행동으로 약사회와 약학정보원 조직의 기본적인 신뢰를 해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9일 약학정보원 전 현직 감사단과 대한약사회 감사단의 회의가 진행되는 사실을 알렸고, 회계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회의 불발, 넓어진 간극
내부 소란에 우려 시선


하지만 지난 9일 열린 회의는 사실상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임 약정원 감사단이 회의 불참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회의 개최 통보와 참석 대상 범위 및 논의 사항 등에 대한 구체적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약정원의 소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약정원과 관계자들은 개인정보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검찰의 구형을 받기도 했다. 약학정보원 전 원장인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은 3년형을 구형 받았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제22 형사재판부)은 재판을 통해 약학정보원 등 피고인 13명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약학정보원은 벌금 5000만 원에 지난 구형(2016년 11월) 중 추징금 철회를, 김대업 전 약정원장(현 대한약사회장)에 징역 3년, 양덕숙 전 약정원장에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 외에도 한국IMS헬스와 지누스는 각각 벌금 5000만 원(추징금 철회)의 벌금을 구형했으며, 약정원 전 직원인 임모씨에 징역 4년 및 추징금 3690여만 원, 엄모씨에 2년 6월, 강모씨에 징역 2년, 박모씨에 징역 2년, IMS 관계자 허모씨에 징역 5년, 한모씨에 징역 5년, 지누스 관계자인 김모씨에 징역 5년, 최모씨에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들의 선고기일은 내년 2월 14일이다.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은 양측의 입장 차로 인해 문제 해결은 좀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이들을 둘러싼 구설은 계속해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설립된 기관인 만큼 회계 부정 등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논란은 그간 쌓아온 명성을 누그러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함께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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